키스를 부르는 그림 Culture & Art 1
안현신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나에게 키스하면 떠오르는 그림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다.
황홀하고 화려한 금색 배경에 두 연인이 키스하는 모습. 실제 유럽여행 때 이 그림만 10분 넘게 본거 같다. 책에서 보여지는 것보다 정말 화려하고, 금으로 덧칠을 했을 만큼 눈부셨다. 내가 단순하게 아름답고 황홀하게 생각했던 이 그림에 대해서 저자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곳, 사회적 문화적으로 단절된 듯한 아득한 공간. 신비롭고 아름답지만 불안한 공간인 듯 하고, 절벽의 한 모퉁이에 있는 그들은 아슬아슬해 보인다.
그리고 두 연인은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다. 남자의 얼굴은 가려져서 감정을 읽을 수 없으며, 여자는 얼굴을 돌리고 입술대신 뺨을 대주고 있다. 여자의 표정은 소통보다는 단절. 그리고 자기 몰입에 빠진 모습. 남자의 목을 감싼 손은 편안보다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또한 황금빛 의복은 두 연인을 명확히 구분 짓고 있다. 남자의 의복은 거칠고 딱딱한 각이 진 무채색 직사각형이고, 여자의 의복은 부드럽고 다채로운 곡선과 꽃무늬가 가득하다. 이는 영원히 화해될 수 없는 양성간의 불일치며, 좁혀지지 않는 남녀간의 거리감이 아닐까라고 하였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은 황홀하고 약간은 퇴폐적이기까지 하다. 그래서 내가 더 좋아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에곤 실레의 ‘추기경과 수녀’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한다. 실레의 정신적, 예술적 아버지인 클림트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추기경과 수녀’는 클림트의 그림을 변형을 통해 완성하였다. 하지만 담긴 내용과 주제 의식, 색채와 분위기 모두가 상이한데 이는 그 상이함을 매우 효과적으로 이용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더 불안하고 초초한 모습의 추기경.
추기경의 모습으로는 어색하며, 저자의 말처럼 맨발은 아무리 위대한 인간이라도 본연의 처연하고 슬픔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 애처롭게 다가온다.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 웬지 지금의 오스트리아 비엔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의 화가들이기에 그들의 그림에 더욱 관심이 간다.

이 책은 크게 3개의 소단원으로 나뉜다. 1단원은 빛과 환희, 즐거운 입맞춤, 2단원은 어둠의 세계, 비극의 입맞춤, 3단원은 황홀의 순간, 유혹과 관능의 입맞춤이다. 나에겐 ‘키스’가 달콤한 연인들의 입맞춤이라고 이미지가 처음으로 떠오르는데 그 안에는 수 많은 의미와 더불어 어두운 면도 있음을 알 수 있다.
키스라는 하나의 주제를 놓고 이렇게 다양하게, 그리고 보는 이로 하여금 그 느낌도 각각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예술작품이 가진 다양성인 듯 하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이런 의도로 이렇게 봐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보는 사람 나름의 상상의 여지를 펼 수 있다는 것이 그림을 감상하는 매력일 것이다.

그리고 각 단락의 말미에는 ‘가상의 작업일지’라는 작은 꼭지가 있는데 그 작품을 그린 작가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이런 그림을 그렸을 것인가에 대해 상상을 한 것이다. 이는 그림을 읽는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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