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의 그림으로 읽는 과학사 - 다면체부터 가이아까지, 과학 문명의 컬렉션들
홍성욱 지음 / 김영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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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그림, 어딘가 생소한 단어 조합이다. 미디어 아트 같은 과학 기술을 활용한 예술작품이 생각나기도 하고 누군가는 천문학에 사용된 다면체 구조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과학사에서 그림은 어떻게 활용되어 왔을까? 📖 “과학자들은 연구가 다 끝난 뒤에 자신의 연구를 그림이나 그래프로 나타낸다고 생각하지만, 역사를 통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미지들은 과학자의 연구나 과학 대중화 작업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거나 특정한 방식으로 틀 짓는 효과를 낳는다.” <그림으로 읽는 과학사>에서 저자는 그림을 과학이론의 보조 수단으로만 여기지 않는다. 대신 과학자들이 시각화를 적극 활용한 사례들을 통해 그림과 과학이 서로 밀접함 보여준다. 인쇄술의 발달로 천문학자들은 손으로 옮겨 그리느라 들쑥날쑥했던 천문학 데이터를 대중에게 동일하게 전달하여 보다 빠르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현상으로부터 힘을 유도하고 이 힘으로 다른 현상을 설명한다면 힘의 존재는 입증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 뉴턴은 당시 비유와 상징으로 점철된 장식적인 표지스타일에서 벗어나 텍스트로만 표지를 구성했다. 뉴턴은 표지를 통해 자신의 이론이 기존 가설과는 결이 다름을 강조하는 것이다. 저자는 예술을 전공하는 아내를 만나 과학과 예술의 접점에 새로운 눈을 떴다고 말한다. 예술을 전공한 나는 책을 통해 과학사를 알아가며 또다른 시야를 얻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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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에르 드 부아르 13호 Maniere de voir 2023 - 언어는 권력이다 마니에르 드 부아르 Maniere de voir 13
필리프 데캉 외 지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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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수출 제품을 디자인하던 중, 세 가지 언어(노르웨이어, 덴마크어, 아이슬란드어)로 각각 정보를 기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꽤 특이한 경우라 포스트잇에 적어 모니터 화면 아래 붙여뒀는데 이번 <마니에르 드 부아르> 칼럼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아이슬란드인들이 지닌 정체성과 창조성은 지난 7세기 동안 노르웨이와 덴마크로 이어지는 지배에도 불구하고 보존해 온 그들의 독창적 언어에 기인한다.’

이처럼 아이슬란드는 노르웨이, 덴마크의 지배로 두 국가의 언어를 사용하였다. 또한 지금은 아이슬란드어가 공식 언어지만 영어를 이중언어로 사용하길 요구받았다. 이런 여정을 통해 지금의 아이슬란드에선 다양한 언어가 공존하는 것이다.

‘언어는 권력이다’라는 주제에서 알 수 있듯 이번 <마니에르 드 부아르>는 막강한 정치, 군사, 경제 권력을 지닌 국가의 언어가 지구촌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논한다.

‘현재 지구촌에 남아 있는 언어는 7,000여 종이나, 언어학자들은 이번 세기를 거치며 50~90%의 언어가 사라질 것으로 예견한다. (…) 지구촌의 다양한 언어들이 빠른 속도로 소멸해 가는 것은, 그 소멸을 촉구하는 절대적 지배 언어의 압력이 있기 때문이다.’

다각도로 쓰인 칼럼들을 통해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만 여겼던 ‘이중언어’에 대한 또 다른 시야를 얻을 수 있었고 언어가 지닌 ‘권력’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르몽드코리아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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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들 : 우리는 매일 다시 만난다
앤디 필드 지음, 임승현 옮김 / 필로우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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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타인과 같은 공간에 있지만, 마치 아닌 것처럼 분리될 수 있다. 내가 먼저 말을 걸지 않는 이상 높은 확률로 타인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는단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어폰을 낀다면 금상첨화다. 손가락만 한 기계를 착용함과 동시에 우리는 수많은 이들의 존재를 길 위에서 지운다.


📖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그 사람을 나와 다른 사고와 경험, 

의견을 가진 별개의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다. (…)

둘 이상의 사람이 마주칠 때는 항상 차이가 존재하며, 

만남은 그 차이를 탐색하려는 시도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만남들>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려운 일상 속 만남에 대한 아홉 편의 에세이를 엮었다. 저자는 영화관, 공원, 미용실 등 익숙한 장소에서 일어나고 있었던 다양한 만남을 면밀히 관찰하고 서술한다. 책을 읽을수록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에 이렇게 많은 상호작용이 있었단 사실에 놀라게 된다.


출퇴근하며 수많은 사람을 마주치지만 정작 기억 남는 사람은 없다. 개인이 아닌 하나의 군중, 인파로 인식될 뿐이다. 우리는 만나지만 만난 게 아니었다.

만나기 위해선 마주해야 한다. 마주하기 위해선 타인을 관찰해야 하고 이는 평소와 다르게 많은 주의 집중을 요한다. 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는 세상에 놓은 자신의 위치와 주변과 맺는 관계를 보다 선명히 알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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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인 케미스트리 1 - 개정판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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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릴 샌드버그는 <린 인>에서 일하는 여성을 위해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 “출구를 미리 확보 해놓고 노동시장에 들어가지 마라.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날이 올 때까지는 계속 가속기 페달에 발을 올려 놓아라.”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정수리가 얼얼했다. 나 역시 무의식 속에 ‘여자가 다니기 좋은 직장’을 선 순위에 두고 커리어를 고려하지 않았던가. 불확실한 미래를 과하게 의식하는 걸 관두니 선택지는 무한정 넓어졌다.


📖 “시스템대로 움직이지 마요, 시스템을 뛰어넘어 봐요.”


<레슨 인 케미스트리> 의 주인공인 여성 과학자 엘리자베스에게 동료 캘빈이 말했다. (그리고 곧 그들은 어떤 화학 법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반응으로 교제하게 된다)


엘리자베스는 그 후 롤러코스터를 탄 듯 세상의 온갖 풍파와 마주친다. 세상에 순응하고 살았다면 겪지 않았을 일이겠지만 엘리자베스는 그러지 않았다. 소설은 어떤 사건에도 굴하지 않고 나아가는 주인공의 행보를 빠른 호흡으로 따라갈 뿐, 그 의의를 일일이 덧붙이진 않는다.


나 역시 부딪치고 견디고 이겨내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 구태여 설명하고 싶진 않다. 그것이 지레짐작하고 포기하는 선택지보다 가치 있음이 분명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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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시대 - 단절의 구간
박세진 지음 / 마티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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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비하는 것이 곧 나다.’라는 생각이 주류인 사회이다. 타인에게 노출되는 빈도를 고려했을 때 사람들이 구매하는 품목 중에서 의복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을 수밖에 없다.


현대인의 자아가 소비를 통해 구성된다고 하면 패션은 그 핵심일 것이다. 사람들은 돈을 써서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를 구축한다. 유행이 있고, 유행에 대한 거부가 있고, 그 거부가 다시 유행이 되기도 한다.


현재 젊은 사람들은 사회가 소수자를 존중하길 원한다. 그들은 패션 브랜드가 전달하는 메시지에 주목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패션 브랜드는 영향력 있는 고객층의 가치관에 맞춰 브랜드 이미지 새롭게 구축해 나가고 있다.


<패션의 시대>는 이러한 관점에서 더 이상 귀족과 재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된 패션이 SNS의 발달을 기점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재편되었는지 말한다.


명품 열풍이란 현상을허영’, ‘과소비라는 단편적인 단어로 정의하기보단 그랬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논한다면 우리는 그동안 미처 몰랐던 패션 소비에 담긴 시대정신을 이해하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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