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좌절의 시대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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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의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미세 좌절의 시대는 제가 읽은 그의 첫 책입니다.

그래서 이 작가님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 하나도 모르는 어쩌면 중립의 상태에서 작가의 산문집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기자 시절 썼던 칼럼을 모은 책인데요.


 각 시대의 고민,  문제점,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 작가만의 생각들이 잘 담겨있습니다. 어떤 의견들은 저와 생각이 비슷했고 어떤 건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평소 제가 생각하지 못하고 흘려보냈던 것들에 대해서도 꼬집어 줘서 좀 더 제 주변을 구석구석 살피게 됐던 거 같습니다.

여러 가지에 대해 각각 의견을 나열한 거 같지만, 사실 그의 짧은 칼럼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흐르는 대로 살지 말 것. 꿈을 가지고 휩쓸리지 말고 중심을 보자는 거 같았습니다.


 작가는 2부에서 두 번 정도 레 미제라블에 대해 언급합니다.

 두 번다 매우 인상 깊었는데요. 처음의 이야기는 미리엘 주교와 전 혁명의 원인 G를 통해 이야기하는 '분노 없는 의로움'입니다. 미리엘 주교와 장 발장이 보여주는 이 '분노 없는 외로움'은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정당한 분노는 결국 사면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당한 목표를 위해 상관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은 당연한 걸까?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쩔 수 없다'로 끝내고 싶지 않습니다. 그건 왠지 합리화 같고 포기 같아요. 의로움을 의롭게 추구하는 건 물론 오래 걸리고 힘들 겁니다. 지름길을 옆에 두고 돌아가는 기분이 들겠죠. 하지만 모두가 의로움을 추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장강명 작가가 이 영화를 괴상하다고 했을 때 진짜 드디어! 나와 같은 의견의 동지를 만나 반가웠어요.  레 미제라블의 책을 먼저 읽었던 저는 그때 느꼈던 그 느낌을 영화에서는 전혀 받을 수 없었거든요.  하지만 주변에서 다들 좋다고 해서 입도 뻥긋 못했어요. 전 장강명 작가와 달리할 말은 잘 못하는 편이거든요. 영화는 책보다 덜 처절하게 느껴졌고 책보다 그저 더 웅장하고 스케일이 큰 느낌이라는 생각만 했는데, 책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줬어요. 그리고 이야기합니다. 기분은 진짜가 아니라고. 기분은 우리가 뭔가를 해낸 것처럼 느끼게 하고, 내가 조금 깨어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거 같습니다.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언제나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볼 줄 아는 힘. 기분이 아닌 현실을 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깨달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께서 꿈을 친구에 비유해서 이야기 했을때 작가님께 정말 감사했고 내 꿈에 대해 다시 확신을 가질 수 있었어요. 내 꿈에 대해 누군가는 이기적이라고 이야기했고 때로 스스로도 내가 꿈을 가지는 게 나만 생각하는 거 같단 생각을 했었는데... 꿈을 친구로 바꾸니 확 바뀌었어요. 친구를 사귀는 건 이기적이지 아니잖아요? 친구가 없어도 사는데 지장은 없어요. 하지만 그 삶은 분명 풍요로울 수 없을 거 같아요. 꿈이 목표가 아니라 언제나 나와 함께하는 친구. 때로는 나를 힘들게 하지만 나를 성장시키는 나의 친구 꿈.. 내 꿈에 대해 조금 더 확신이 생겼고 오래오래 내 꿈과 함께 걸어가고 생각했습니다.


 종종 세상은 꿈을 포기하는 게 당연하다는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 때도 있습니다. 아니면 현실이 어쩔 수 없게 만들기도 하고요. 그래도 우리 모두 꿈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장강명 작가의 산문집의 제목은 미세 좌절의 시대입니다. 좌절, 시대.. 읽기 전엔 매우 냉소적일 줄 알았습니다. 물론 텍스트의 표면은 냉소적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요. 책을 읽을수록 꿈과 희망이 조금 생깁니다. 더 바르게 있고 싶어요. 그의 산문집을 읽다 보면 몇 년 전에 썼는데도 여전히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이슈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아직 멀었구나 싶다가도,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게 이 책의 힘이자 매력인 거 같습니다.


 감정적이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따듯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미세하게 생긴 좌절이라는 틈에 우리의 따듯함과 꿈이 스며든다면 나아지리라고 생각합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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