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로버트 제임스 윌러 지음 / 시공사 / 199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나는 통속을 꿈꾼다. 내가 가지고 있는 허울스러운 것들과 도덕의 잣대들을 내 던져버리고 지극히 원초적 본능에 가까운 에로티시즘을 느끼고 싶을 때가 있다. 나는 그런 기분으로 읽고 있던 무거운 책들은 던져버리고 가볍게 하룻밤이면 끝내겠지. 하며 은근한 통속을 기대하고 책을 펼쳤다. 제목부터가 낭만적이지 않은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똑같은 불륜(나는 개인적으로 불륜이란 말을 싫어한다. 개인에 따라 그건 아름다운 사랑일 수도 있는데 불륜은 불결과 같은 뉘앙스를 준다. 불결한 것을 사랑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 않겠는가? 더불어 프란체스카와 로버트 킨게이드의 사랑도 漢字로 표현하면 不倫이기에,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불결하지 않다. 앞으론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이라는 내면의 뉘앙스를 가지고 이해해줬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 을 가지고 얘기를 이끌어 가면서도 어떤 것은 유치할 정도로 인간의 말초신경만을 자극시키다가 뒷맛이 떨떠름해 읽었던 것을 다시 토악질이라도 하고 싶은가 하면 어떤 것들은 일생을 살면서 이런 사랑한 번 못하고 죽어야 하는 억울함을 누구에게 보상해 달라고 하나 할 정도로 가슴 깊은 아픔을 줄 때가 있다. 매디슨카운티의 다리에 프란체스카와 로버트 킨케이드의 사랑은 완벽한 후자이다.

더불어 매력적이며 성숙한 인간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해준다. 로버트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사진을 의뢰받을 정도의 유능한 사진사이며 작가이다. 인간의 야생성과 원초적 본능을 가지고 있는, 한마디로 사랑을 얘기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가진 남자이다. 프란체스카 역시 매력적이며 성숙한 사랑을 하기에 충분한 지성미를 가진 여인이다. 더불어 그녀는 현명하다. 아이오아라는 작은 시골에서 별 재미도 없는 농부의 아내로 두 아이의 엄마로만 만족하기엔 그녀가 잠재우고 있는 열정과 꿈은 소중한 것이었기에. 그러나 그녀는 당장 뛰어 갈 수 있는 그 길을 접고 아내와 두 아이의 엄마로써의 자신의 길을 걷는데 일생을 건다.

마흔다섯살과 쉰두살. 이미 일렁임이란 격정을 만들어 내기엔 터무니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죽을 때까지 서로를 사랑한다. 나흘간의 격정적 삶의 한 부분. 그들의 삶은 그렇게 지배당하고 만다. 그 나흘간에. 그들의 사랑이 아름다운 건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난 그가 그녀에게 떠나자고 했을 때 그녀가 한 말을 인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요. 이렇게 사는 것은 지겨워요. 내 인생말이에요. 낭만도, 에로티시즘도, 촛불 밝힌 부엌에서 춤을 추는 것도, 여자를 사랑하는 방법을 아는 남자의 멋진 감정도 여기에는 존재하지 않아요. 무엇보다도 이 생활에는 당신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내게는 지독한 책임감이 있어요. 리처드에게, 이들에게. 내가 그냥 떠나버리면, 내 육체적인 존재가 사라지는 것만으로도 리처드에겐 너무나 힘들 거예요. 그것만으로도 그를 파멸시킬지도 몰라요.......'. '길과 책임감과 죄의식이 그녀를 어떻게 변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그녀의 말을 이해했다. 어떤 면으로는, 그녀가옳다는 것을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창 밖을 내다보면서 자신과 싸웠다. 그녀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싸웠다.'

'우리는 쉽게 싸우는 것을 포기한다. 자기자신과의 싸움. 인간의 감정은 갈수록 솔직해진다. 어쩔 땐 인간임을 포기하고 싶어질 정도로. 그런 솔직함들로 인해 상처받을 타인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갖고 싶다면, 정말 포기할 수 없다면 난 적어도 인간으로서의 성숙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대를 배려하고 기다려주고 아껴주는 마음은 자신의 감정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과는 차이가 있다.

상처없는 이별이 어디있겠는가? 프란체스카는 아들과 딸에게 이런 유언장을 남긴다. '나는 내 가족에게 인생을 주었고, 로버트 킨케이드에게는 내게 남은 것을 주었다.' 지키고자 했던 프렌체스카의 노력과 지켜주고자 했던 로버트 킨케이드의 성숙한 사랑이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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