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나에게 위안을 준다. 박완서라는 작가는, 난 70을 넘긴 이 아름다운 작가가 만약 세월의 힘에 의해 이 세상을 떠난다면 얼마나 슬플까? 그녀의 작품을 읽으며 감동을 느낄 때마다 그런 안타까운 생각을 한다. 그녀가 빨리빨리 다음 작품을 내놓길 기다리며...,그녀에게 불로초라도 바치고 싶은 심정으로. 나는 분명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내 가슴의 작은 떨림들. 작가의 책을 읽고난 다음엔 다른 책을 읽는데 뜸을 들인다. 내 안에 숙성된 마음들이 나를 차분히 가라앉힐 때까지 걸러내는 감정의 무게를 내리 누르며...., 소설을 읽으며 난 너무나 닮은 내 마음의 속내를 들키는 그래서 작가와 함께 공모하는 삶의 이면들에 쾌감을 느끼곤 하는 것이다. 작가가 아이들을 위해서 쓴 자전거 도둑도 같은 선상에 있다. 자전거 도둑 속의 수남이는 정말 이름처럼 착한 소년이다. 수남이가 꾸린 짐속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순수함과 수남이의 꿈이 들어있다. 우리 모두에게도 자신이 꾸려야할 짐들이 있다. 내 보따리에 싸져있는 것들이 늘 한결같이 나 스스로를 견제시켜 줄 수 있는 그리고 수남이가 바람에 물결치는 보리밭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근원의 힘들이 담겨져 있길..., 그리고 부조리함 앞에서는 과감히 싸들고 떠날 수 있는 내 양심이 존재하는 그래서 떠날 수 있는 짐을 꾸려놓아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누런 똥빛같은 세상 속에서 유달리 빛나는 청초함이 함께하길...., 수남이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처럼.'시인의 꿈'은 모두가 똑같아지려하는 세상 속에서 내 생각을 갖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네 나름대로의 것들을 갖게 되는 것' 그것은 시인만이 꿀 수 있는 꿈이 아니라 그런 꿈을 꿀 수 있을 때 우리 모두는 시인의 마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모두가 닮아가려는 세상 속에서 자아찾기. 우리가 다 가졌다고 생각되어지는 것들의 기준이 나 자신의 것이 아니라 상대적 잦대 속에 숨겨져 있는 타인의 것이었음을 깨닫게 될 때 너무나 끔찍스럽지 않은가. 시인을 꿈꾸는 할아버지와 소녀의 마지막 대화를 잊고 싶지 않다. '할아버지, 이상해요. 할아버지 말씀을 듣고 있으려니까 괜히 가슴이 울렁거려요. 이런 느낌은 처음이에요''아이야, 고맙다. 할아버지가 이제부터 말을 얻어다 시를 써도 늦지는 않겠구나. 시인의 꿈은 가슴이 울렁거리는 사람과 만나는 거란다.'가슴이 울렁이게 할 수 있는 사람....., 나도 누군가의 가슴을 울렁이게 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될 수 있을까?옥상의 민들레꽃을 읽으며 내내 개복동 화재사고에서 죽어간 윤락녀의 죽음을 생각했다. 그녀들이 쇠창살과 열 수 없는 자물쇠에 갇혀 살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죽음에 대해 생각했을까? 그녀들을 살 수 있게 하는 것은 콘크리트뿐인 도시 속에서 먼지 같은 작은 흙더미에 꽃을 피우는 민들레꽃 같은 희망이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누구도 죽음의 끝에 다다른 이에게 희망이라는 꽃을 피울 토양을 준비해주지 않는 세상. 아이만은 알고 있다. 다시 살게 하는 힘들은 그렇게 하찮게 보이는 진실 됨에 있다는 것을.책을 가슴에 품어본다. '어느 순간에도 내가 내 자신을 배신하는 일이 없게 하소서. 설사 내가 나를 배신하는 일이 있더라도 나를 너무 미워하지 않게 하소서. 무엇보다도 타인을 먼저 사랑하게 하시고 작은 마음들을 소중히 생각하며 자만하지 않게 하소서. 다시 한번 간절히 바라옵건대 어떤 바람이 나를 휘몰아치더라도 내가 나를 잃어버리는 어리석은 일들은 체험하지 않게 하소서' 내가 이렇게 스스로에게 기도문을 외우는 것은 수시로 내가 나를 팔아먹는 유다 같은 삶을 살고 있음을 부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