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기욤 뮈소 지음, 김남주 옮김 / 밝은세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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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주인공이 벌써죽어. 책은 1/3도 안 넘겼는데, 주인공이 죽다니
일본의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사신 치바를 읽을 때의 혼란감이 스친다.
이야기의 빠른 전개와 과거와 현재의 뒤섞임.  이것이 세계적이 대세인가? 얼마 전 읽었던 스웨덴의 소설가 루이스 리안테가 지은 ‘너를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에서도 그랬다.  프랑스 소설 특유의 냄새가 싹 가셔진 속도감과 미스터리한 느낌.  기욤 뮈소에 열광하는 독자의 심리가 궁금해 결국 손에 들긴 들었는데..., 이런 거였구, 싶다.  빠른 전개와 스토리 위주의 이야기. 영화 같은 화면 전환. 

에단은 노동자의 삶을 살았다.  부모도 없고 돈도 없다.  오직 가진 건 명석한 두뇌였다.  20여년의 삶과 형제 같은 친구, 약혼녀를 뒤로 하고 떠난다.  포커판에서 모은 돈으로 대학에 들어가고 의대를 다닌 후 정신과 의사가 된다.  거기서 셀린이라는 여자를 만나다.  많이 사랑했지만 셀린이 결혼을 이야기할 때 그는 다시 떠난다.  아무 말도 남기지 않고.  그가 스무 살에 품었던 꿈.  뉴욕타임즈에 자신이 대서특필되는 꿈은 안고.  그는 결국 이루어낸다.  그런데 그날. 바로 10월 31일. 그 모든 것을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날. 가슴에 한 방, 머리에 두 방의 총을 맞고 죽는다.  왜 , 누가 죽였는지도 모른 채. 

다음날.  그는 어제와 똑같은 아침을 맞이한다.  어제의 일이 반복되는 그러나 다른 하루를 맞이한다. 이렇게 10월 31일을 3일간 살게 된다.  그때 마다 선택은 달라진다.  달라진 선택에서도 변하는 것이 있고 불변하는 것이 있다. 




기욤 뮈소는 미스터리와 스릴러적인 요소는 보다 의미 있는 다른 질문들을 끌어내기 위한 매개라고 말한다.  죽음. 인간존재의 연약함, 우연과 운명, 흐르는 시간, 회한과 후회 같은 주제들. 35살의 젊다면 젊은 나이인 그가 소설에서 말하고 싶은 것들이다.  책의 주인공 에단은 정신과 의사로 그 명성을 얻으면서 많은 저서와 연설에서 자아존중감과 자신감으로 세상을 살아가라는 말한다.  그러나 정작 그는 부와 명예가 쌓일수록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항우울제와 알코올, 그리고 섹스에 의지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앞에 쏟아지는 자기 계발서들의 원칙이 자신의 삶에 얼마나 적용될까에 대한 의구심을 에단을 통해 말해주고 있다.  그가 다시 살게 되는 3일 동안 다시 선택한 것들은 무엇일까?  그가 다시 선택한 삶 속에서 죽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죽음만은 피해가지 못한다.  그렇다면 그를 세 발의 총성으로 죽인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가?  이것이 이 책에서 기욤 뮈소가 얘기하고 싶은 ‘의미 있는 다른 질문’의 ‘해답’이 될 것이다.




우리가 처음이라고 부르는 것,
사실은 그것이 종종 끝인 경우가 많다.
끝이란 사실 출발하는 지점인 것이다.  - T.S 엘리엇




때론, 어법상으로도 느낌상으로 이해하기 힘든 말들이 위력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처음과 끝은 분명 상극인데 처음이 끝이라고 말하고 끝을 다시 처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시 출발하려던 지점은 어느새 끝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이해되지 않을 일들을 종종 겪는다.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시작이다.  이번엔 잘해봐야지 싶은데 결국 원점이다.  그 원점에서 다시 시작되는 사건들.  그리고 선택. 선택에 따른 비용. 그 비용을 치룰 수 있는 자만이 선택의 가치를 느낄 것이다.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죽음이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룬 후에야 알게 된 선택의 가치.  그것이 궁금하다면 읽어보시라. 취향의 차이는 있겠지만 인상적인 질문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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