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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제 욕망의 주인이 되어라. 사람이 나이 들어 가장 허망해질 땐,
하나도 이룬 게 없을 때가 아니라 이룬다고 이룬 것들이 자신이 원했던 게 아니란 걸 깨달았을 때다.”
이 글을 읽는 순간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느낌이었다. 내 인생의 황금기 스무 살에 선택한 대학이 꼭 그랬다. 4년 내내 열심히 다녔다. 장학금도 탔다. 그런데 그게 끝이었다. 아무 소용도 없고 취미도 없었던 대학을 그렇게 열심히 장학금까지 타면서 다녔던 것이다. 이룬다고 이룬 것이 내가 원했던 것이 아니라는 거였다. 이거 참 허망한 일이었구나. 명징해졌다. 내가 하고 싶은 일, 그 일을 해야 했다. 그래야 더 나이 먹어서도 허망해지지 않는 거였다. 지금은 모든 지 미룬다. 좀 더 안정되면. 좀 더 건강해지면, 좀 더 여유가 생기면. 그러면서 내 ‘꿈’은 지금 보류중이라고 안위했다. 나는 어쩌면 두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실수를 또 할까봐. 그리고 책임감과 현실감이 결여된 ‘꿈’이라고 말하지 말고 ‘목표’라고 바꾸란다. 이 말 맞다. 거 참 맞는 말만한다.
맞는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재밌기까지 하다. 재밌기도 하고 통쾌하기도 하다.
이 책의 서평은 김어준 특유의 어법을 좀 동원해 줘야한다.
일테면 이런 식이다.
자신의 연예, 친구 관계를 잘 아는 친구의 오빠와 어쩌다 애인이 됐는데 자신에게 냉대하는 친구와의 서먹한 관계에 대한 김어준의 결론은 이렇다.
“...... 그 남자와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고 즐거울까에 시간 써. 나머진 생까. 친동생인데....? 아냐, 그래도 돼. 잘못한 건 걔야.
ps 영 찝찝하면 박치기나 한 번 해주든지. 물론, 치료 차원이지.”
자신의 지시를 상사가 지시한 것처럼 시켜놓고는 자신이 한 것 마냥 공을 가로채기 일수인 입사동기의 행태를 가지고 고민하는 이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딱 한마디만 하시라. 주댕이를 확 찢어버린다고. 해맑게 미소 지으면서. 나직하게. 그리고 가서 볼 일 보시라.”
양다리 걸치는 여자에 대한 삽화 한 도막 :
양다리 여자 왈 : 거울아~ 어느 놈이 괜찮은지 가르쳐 줄래?
거울 왈 : 먼저 너부터 괜찮은 년 되고서나 물어라 이년아~
어느 정도 읽다보면 질문만 봐도 결론은 뻔하다. 자아 존중감을 우선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예상이 엇나갈 때도 있었다.
아픈 어머니가 마음에 걸려 자신의 꿈을 펼치려는 순간 아픈 어머니가 마음에 걸려 중국행을 단행하지 못하는 장남에게 그는 이렇게 말한다. “다 큰 어른들이 비루한 자신의 삶을 부모 탓으로 돌리는 것처럼 꼴불견도 없다.” 선택은 언제나 선택하지 않은 것을 비용으로 한다며 세상에는 돌이킬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는데 죽음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며 모친의 임종은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자아 존중감을 중요시하는 그의 걸출한 입담에서 이런 결론은 좀 의외였다. 대신, 모친 탓은 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첨언한다.
“ 희생이란 생각을 떠올린다는 자체가 마땅히 지킬 예의란 관점이 아니라,
할 수 없이 지불하는 비용의 관점으로 그 일을 바라보라. “
선택과 비용은 불가분의 관계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을 하라는 거다. 그 결정은 곧 자기 자신이기 때문에.
그를 단순한 도시의 개인주의자라고 할 수 없는 이유가 이런데서 나온다.
질문에 대한 시원한 해답을 해준다. 하지만 이것이 흑이니 저것은 백이다라는 식은 아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그런 자신을 움직이는 것은 뭔지? 선택에 따른 비용 지불은 각오가 되어 있는지? 그런 본원적인 질문을 통해 자신을 먼저 들여다보라고 충고한다.
이 책은 상담 형식을 취했다.
“행복할 수 있는 힘은 애초부터 자기 안에 내재되어 있다는 거, 그러니 행복하자면 먼저 자신에 대한 공부부터 필요하다”를 모토로 이 책은 나를 찾는 일, 그리고 가족과 친구, 직장, 연인 관계에서 내가 취해야할 자세를 조언해 주고 있다. “세상 사 다 행복하자고 하는 수작”이라며...., 그의 조언이 참 편안하고 좋다. 내가 얽혀 있는 나와 가족, 친구, 직장, 연인의 관계까지 감 잡았으니 이젠 딸 일만 남았다. 그건 온전히 내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