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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하면 정말 코가 커질까? - 후각 ㅣ 과학과 역사의 오감시리즈 4
박영수 지음, 최상규 그림 / 풀과바람(영교출판)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영화였는지 소설이었는지 정확한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 기억은 이렇다. (정확한 것보다는 내 느낌에 대한 기억이 더 분명하기 때문에 난 정확하진 않지만 내 머리 속의 기억을 가지고 이 얘기를 하고 싶다.)
후각에 특별함을 가진 한 의사가 있었다. 그 의사는 자신을 찾아온 남자 손님의 채취가 자신의 아내의 채취와 같다는 것을 알고 계획적으로 그 손님과 자신의 아내를 만나게 하고 관찰한다. 의사의 예상대로 두 남녀는 서로 강하게 끌리고 곧바로 동침에 들어간다. 의사의 심리는 부정한 아내를 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연구와 관찰대상으로 두 남녀를 대한다. 멀쩡한 사람이 생각하기에 그 의사는 광기가 있는 남자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의사가 취한 것은 바로 사람의 미세한 냄새에 대한 연구였다. 나는 가끔 스치듯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게서는 특별한 냄새를 맡을 때마다 그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리고 나는 알 수 없지만 나에게서는 어떤 냄새가 날까? 궁금하다. 치장되고 덧칠해진 냄새가 아닌 온전하게 품어져 나오는 내 몸의 냄새 말이다. 그리고 세상엔 내 냄새와 같은 냄새를 가진 사람이 있을까? 그러면서 두려워지기도 한다.
인간에겐 오감이 있다.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마지는 다섯 가지 감각. 인류가 기계문명화 되고 발전함에 따라 초기 인류에 비해 인간의 오감은 현저하게 퇴화되고 있다. 사람의 몸은 오감의 작용으로 움직이고 이는 나름의 오묘한 질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후각은 그 중에서도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최우선의 감각이다. 그래서 먹기 전에 냄새를 맡아보라고 입 위에 코가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뿐만 아니라 사람은 냄새에 대한 기억을 비교적 오래 간직하고 있으며 감정을 강하게 자극하고 기억 효과에 뛰어나다고 한다.
“거짓말을 하면 정말 코가 커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정말 그렇단다. 피노키오처럼 눈에 띄게 커지지는 않지만 아주 미세하게 팽창한다는 것이다. 이 책엔 코와 냄새에 대한 기능적, 과학적, 역사와 문화적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기능으로 살펴본 코와 후각 편에는 입으로 숨을 쉬면 불편한 이유? 동물 코보다 사람 코가 작은 이유? 왜 자기 몸 냄새는 맡지 못할까? 콧구멍은 왜 두 개인가? 까지 우리가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코의 기능적인 부분들을 과학적 근거와 역사적 예후를 가지고 얘기하고 있다. 과학으로 살펴본 코와 후각에서는 초식동물들이 바람 부는 반대쪽을 향해 잠자는 까닭,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 프랑스의 루이 14세, 알렉상드르 뒤마와 바그너의 이야기, 안중근 의사의 잠버릇 등 역사적 인물을 예로 쉽게 설명해 준다. 역사와 신화로 살펴본 코와 후각에서는 코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 등을 예로 후각과 향료에 대해서 쉽게 얘기해 주고 있다.
ps : 이 책은 아이들에게 아주 작은 사물일지라도 궁금증을 갖게 하고 그 궁금증엔 반드시 역사적이며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는 예를 들려주기에 좋은 책 같았다. 그런데 내 개인적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한 검증에는 신뢰도가 좀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17p에 뱀이 유황이나 휘발유 냄새를 몹시 싫어해서 화산 폭발 지역에는 뱀이 살지 않는 다는 예를 들며 제주도엔 아직도 유황, 백반 등 유독성 물질이 남아 있어 뱀이 없다라고 말하는데 실제로 제주도는 뱀은 신성시해서 죽이지 않기 때문에 뱀이 많은 섬으로 알고 있다. 내가 한라산을 등반할 때도 곳곳에 ‘뱀주의’라는 팻말이 설치되어 있었다. 소설이나 시가 아닌 이상 책은 정확한 사실을 전하는 신뢰성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평소의 생각으로 첨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