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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
루이스 레안테 지음, 김수진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정말 물어보고 싶다.
“몬세, 당신은 진정 그를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한테 물어보고 싶다.
“당신, 당신은 진정 그를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얘기다. 사랑은 사랑한 순간 가장 열정적인 것이다. 기억 속에서는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 그러나 세월을 뒤로하고 다시 사랑할 수는 없다. 그가 정말 멋진 신사로 늙었을 지라도... 혹은, 거리의 광인으로 늙어갈지라도....
이 책의 작가 루이스 레안테는 오랜 시간 작품에 대한 막연한 구상을 해오던 중 서사하라를 방문했다가 한 광인(狂人)을 만났고 작가는 척박한 환경의 사막에서 광인으로 살아가는 그에게 뭔가 감추어진 사연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 만남을 계기로 이 소설을 만들게 되었단다. ‘위대한 사랑과 아픔의 대 서사시’
이 소설의 주인공인 몬세와 산티아고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그들이 처음 만났던 열아홉 살, 1970년대 초반의 스페인과 서사하라의 역사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당시 스페인은 혼란기였다. 이 틈을 이용해 모로코는 스페인의 마지막 식민지인 서사하라에 눈독을 들인다. 모로코는 서사하라를 독립시킨다는 명목으로 국제사회에 스페인을 고발한다. 이를 시발점으로 사하라인들로 구성된 폴리사리오 인민해방전선과 스페인, 모로코, 모리타이아가 영토 분쟁에 돌입한다. 1976년 스페인은 이곳엣 완전 철수를 하고 다음에 모리타이아도 기나긴 분쟁에 두 손을 들고 물러선다. 그러나 모로코와 폴리사리오 인민해방전선 간의 영토분쟁은 오늘날 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산티아고는 가난한 자동차 수리공이었다. 그는 부잣집 딸인 몬세와 연애를 하지만 둘을 오해와 오해를 거듭하다 헤어지게 된다. 홧김에 산티아고는 친구와 스페인 군인으로 자원입대해 서사하라에 투입된다. 스페인이 완전 철수를 할 때 산티아고는 스페인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는 폴리사리오 인민해방전선과 같이 하며 그곳에서 안디아라는 여인을 만난다. 산티아고는 스페인의 정치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다만,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소박한 꿈을 지닌 청년이다. 산티아고는 사하라 인민의 도피를 도우려다 폭격으로 인해 한쪽 팔을 잃고 만다. 산티아고를 사랑했던 열아홉의 몬세는 그의 아이를 갖지만 결국 유산되고 미래가 촉망되는 아버지의 제자와 결혼을 하지만 열아홉에 교통사고를 당한 딸의 죽음 후에 남편과 헤어진다. 산티아고와 몬세는 25년이라는 시간을 각자의 삶 속에서 살아간 것이다.
이렇게 줄거리를 다 얘기해 줘도 작가에게 실례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 책은 아주 독특한 구성방식을 가지고 있다. 현재와 과거와 미래가 서로 뒤섞인 구성이다. 그로인해 처음 가졌던 호기심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 그 궁금증으로 인해 이 책은 그 흥미를 더하고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 저자도 말한다. “이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결코 창의력 넘치는 신선한 캐릭터들이 아니다. 어차피 고대 로마시대 이후 캐릭터에 새로울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구성만큼은 독특하다. 영화에 익숙한 플래시백 기법이나 엘립시스(생략) 기법이 사용되는 것이다. 처음 장면은 산티아고가 처형될 법한 극한 상황에 있는 것이었고 몬세 또한 전갈에 물리고 포로로 잡혀 탈출하는 과정이 소개된다. 이들이 왜 그런 극한 상황에 처해 있는가가 첫 번째 의문이 된 것이다. 그러다가 둘이 삼십년 전 처음 만났을 때로 돌아갔는가 하면 다시 둘은 서사하라의 사막을 헤매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정말 다시 만나서 사랑하게 될지에 대한 부분은 의문으로 남기겠다. 그것이 이 책의 구성에 대한 예의이다.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은 식민지 사회를 겪은 우리의 과거와 그리고 지금도 전쟁 중인 세계의 감성이 스며있다는 것이다. 전쟁과 분쟁이 불러온 젊음의 희생과 시대의 불운. 그리고 인간적인 고뇌 등이 두 사람의 러브라인과 겹겹이 맞물려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것이다. 만남의 순간이 짧았다고 그 사랑이 소중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 어쩌면 짧았기에 그 간절함은 더 긴 것일 수도 있다. 오랜만에 읽은 사랑이야기가 이 깊어가는 가을마냥 참 좋다. 그래서 술 한 잔 기울이지 않고서는 백이지 못하겠다. 그래서 마셨다. 마심김에 썼다. 말하자면 음주작인게다.
둥근 보름달이 떠서 더 없이 좋은 밤에 서사하라의 모래바람을 생각한다.
그리고 짧았지만 소중했던 내 사랑도 생각한다.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내 사랑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