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내게로 왔다 - 이주향의 열정과 배반, 매혹의 명작 산책
이주향 지음 / 시작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철학을 얕봤다.  헛구호 같았다.  “저 사람은 철학도 없어”라고 비난할 때도 철학의 깊은 의미도 모른 채 생각나는 대로 지껄인 거다.  ‘사유하는 철학’과 ‘실천하는 삶을 일치시키지 못하는 나의 어리석음을 탓하지 않고 철학은 그저 고리타분한 이론쯤으로 치부해 버린 것이다.  그러다 홍세화 선생님의 강연을 통해 철학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깨달음은 찰라였으나 그 공명은 내 생에 깊은 성찰을 가져다 줄듯하다.  오래된 철학이론이 현대를 살아가는 삶 속에 어떻게 녹아들어야 하는지, 어렴풋하지만 철학에 깊은 매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헛구호 같았던 이론들이 현실의 삶에서 어떻게 작용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나는 철학적 소견이 참으로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러면서 이주향 선생님의 이 말에 위로를 받는다.  “힘 있는 말은 미사여구가 아니라 자기에서 나온 말이듯,  아름다운 몸짓은 자기에서 나온 자기 몸짓입니다.”  아무리 철학적으로 뛰어난 사람도 ‘자기에게서 나온 말’, ‘자기에게서 나온 자기 몸짓’ 보다 더 진실하진 않다는 것을. 개똥철학도 철학인 것이다.  내 개똥을 잘 껴안고 살면 그게 바로 나의 말, 나의 몸짓이 되어 내 철학이 되는 것이다.  거기에 이론이 첨가된다면 금상첨화가 되겠지만 나의 말, 나의 몸짓이 보기에 좋은 그런 철학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이 책은 세계 문학을 통해 사랑을 얘기하고 있다. 

모두 5개의 장으로 이루어졌다. 

1장. 거침없이 사랑하라, 그리고 망각하라

2장. 배반하라, 사랑을 배반하라

3장. 태초의 사랑을 잃다

4장. 악마의 입맞춤으로 구원되다.

5장. 멈추어라, 너는 참으로 아름답다

모두 사랑에 대한 정의다. 




‘태초의 사랑을 잃다’ 부분에서는 창세기 아브라함이 사래(사라는 이삭을 낳은 이후의 이름이다)를 데리고 이스라엘로 들어갈 때 아브라함은 사래에게 목숨이 위험하니 아내라고 하지 말고 누이라고 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아내를 파라오에게 판 결과로 부자가 된다.  이를 두고 작가는 말한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안락은 내 마음의 내면 사래를 팔아먹은 결과인지도 모른다.  당연히 육체는 풍요로워도 영혼은 곤궁해 진다.  우리는 생존에 대한 두려움으로 생존 이유인 사래를 잃고 있는 아브람이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우리가 간과했던 모습을 우리의 삶과 연관시켜 설명해 주고 있다.  




  반쪼가리 자작에서는 “우리는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 라는 화두를 던지며 악과 선에 대한 깊은 고찰이 있다.  우리는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다.  착한 일을 하면서도 착하지 않을 때가 있고, 악을 쓰면서도 악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래서 갈등하기도 하고 상처 나기도 하고 고통을 겪기도 하고 깊어지기도 한다.  사실 ‘선’을 강조하는 ‘선한 사람’은 무례하기 쉽다. 그는 ‘떳떳해야 한다’는 콤플렉스 속에서 경직되어 뻣뻣해져 있으니까.  이익이 되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악한 사람’도 무례하다.  그는 이익 앞에서 정신없이 비겁해지니까. ...... 사실 악이 없으면 활력이 없고 선이 없으면 희망이 없다.” 라며 이분화 시켰으나 사실 선과 악은 한 몸임을 얘기하는 부분도 좋았다. 




사랑은 독이다.  병들게 하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 거침없이 사랑하고 잊어야 할 때는 과감히 배반하라고 하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게 쉽냐 말이다.  세상의 사랑노래가 다 이별노래였음을 알았을 때 사랑의 다른 얼굴이 이별임을 알았다.  배신자라며 뼈 속까지 속았다고 울부짖었으나 그 이면에 더 큰 사랑이 있었음을 알았다.  가슴 깊이 남아있는 상처를 어쩌지 못하고 헛된 꿈을 꾸게 만드는 것.  그것이 그놈에 사랑이다.  사랑은 내 몸이 하는 것이지 머리가 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랑할 때 깊이 사랑하고 보내야 할 때 과감히 배반할 줄 아는 지혜를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사랑이 오는 것보다 철학이 내 삶에 가까이 온 것이 더 좋았던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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