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근아 놀자!
봉현주 지음, 황명희 그림 / 삼성당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난 1박 2일을 본적이 없다.  상근이의 실체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개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남자랑 산다.  애완견은 사절이다.  공원이나 음식점으로 애완견을 들고 오거나 애완견을 키우는 음식점은 들어갔다가도 다시 나온다.  아파트에서 짖지 못하게 수술한 개는 한없이 측은해 한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한 사물에서도 극명하게 나누어지는 남자.  그 남자의 오래된 앨범에는 하얀 진돗개 한 마리가 있다.  어찌나 자랑스러워하는지 개에 대해서는 무심했던 나까지 개에게 관심을 갖게 했다. 




휴가차 두륜산을 산행할 때였다. 두륜산 암자인 북암에 있던 병든 진돗개에게 초코파이를 자기 손에 올려놓고 먹이는데 사실 나는 겁이 났다.  말이 진돗개지 몸은 여기저기 진물이 흐르고 털은 덕지덕지 뭉쳐있고 눈에는 눈곱이 눈을 덮을 지경에다 손 위에 날름거리는 혀와 이빨은 무척이나 날카로워보였다.  먹다 남은 부스러기까지 싹싹 먹어치우고는 손까지 물어버릴 듯한 상상에 뒷골이 서늘해질 정도였는데 그 남자 눈 하나 깜짝 안한다. 

그 후로 그 절을 지키던 꼬질꼬질한 하얀 진돗개가 가끔 생각난다.  배는 홀쭉했는데 스님들이 산짐승들에게 보시하려 내 놓은 음식들은 먹지 않았다.  쉬고 있는 우리들을 힐긋힐긋 바라보던 어린 동자승의 주위를 맴돌며 장난치던 그 천진한 모습.  오래 전의 일임에도 쉬 잊혀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나랑 사는 남자와의 교감이 느껴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 둘의 교감을 보며 전생에 저 개는 내 남자랑 어떤 관계였을까를 얘기하게 하기도 했다.  산마루를 올라 멀어질 때까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던 개의 앞모습은 분명 그리움이나 아련함 같은 것이 느껴졌다. 




십여년 만에 다시 찾은 두륜산의 울창한 숲길을 걸으면서 우리는 북암에 살던 그 진돗개가 지금도 살아있을까 라며 안부를 궁금해 했다.  “아마도 죽었겠지.  그때도 아파보였는데 개는 수명도 짧으니.... ”라고 답하는 그 남자도 눈빛이 아련해졌던 걸보면 그도 분명 잊지 않고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의 상근이(개)와 재동이.  재동이는 안경이 없이는 세상을 보지 못할 정도의 시력을 가진 허약한 아이였다.  벌을 치는 바위아저씨와 사는 상근이와 만나게 된 것은 그런 재동이가 안쓰러워 재동의 아빠가 상근이가 사는 별동마을에 재동이를 데려오고부터다.  재동이와 상근이의 우정이 이 책의 주요내용이다.




자식을 품어보니 욕심이 생긴다.  그러나 늘 떠나보내는 뒷모습을 생각하며 키우련다.  엄마의 욕심 속에서 멍든 재동이의 모습을 나도 답습할까 염려했다.  어린아이의 눈높이에서 읽어야할 책이었다.  어찌 읽으면 시시할 수도 있었겠지만 내 아이가 아빠의 심성을 닮아 하찮은 동물이라고 홀대하지 않고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품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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