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몸, 마음, 영혼을 위한 안내서
아잔 브라흐마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재밌다.  ‘재밌다’에는 여러 가지 의미들이 있다.  깨달음을 주는 재미가 있을 것이고 혼자 웃음을 품게 만드는 재미가 있을 것이고 남에게 들려주고 싶어 안달이 나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이 모두를 포함한 재미가 바로 이 책에서 내가 얻은 ‘재밌다’의 정의이다. 




두 명의 수행자가 있었다.  평생을 가까운 친구로 지내다 죽은 다음 한 사람은 천상계에서 천신으로 환생하고 한 친구는 한 무더기 똥 속에 벌레로 환생했다.  천신으로 환생한 친구가 다른 친구를 찾아 해매이다 냄새 지독한 소똥더미 속에 한 벌레로 환생한 친구를 발견했다.  불행한 환생으로부터 자신의 오랜 친구를 구해야겠다고 생각한 친구는 천상계에 대해 설명하지만 똥무더기가 세상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친구는 끝내 더 깊은 똥무더기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설득한 횟수가 108번이었단다. 

이 책에 실린 108가지 얘기를 뜻하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선택은 스스로가 하는 것이다.  108번의 설득이 먹혀들어가든 들어가지 않든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똥무더기 속이 가장 행복하고 좋다고 생각하는 벌레의 마음도 인정하자는 거다.  행복의 척도가 꼭 천상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은 혹자는 나의 이런 주장에 대해 책을 잘못 이해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 책에 실린 108가지의 이야기들은 서두에 말한 ‘재밌다’라는 말을 실감나게 한다.




다음 이야기는 책을 심각하게 읽고 있던 나에게 푸하하 웃음을 던져줬다.

 

부유한 의사가 신형 스포츠카를 구입하여 햇빛 화창한 날 차를 몰고 평화로운 농장지대를 요란하게 달리고 있었다.  조용하던 시골길에 신형 스포츠카의 굉음은 스스로가 생각해도 민망한 일이었으나 속도가 주는 쾌감에 의사는 계속해서 속도를 높였다.

그때 한 농부가 운전자가 들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여 고함을 쳤다.

“돼지!”

의사는 오로지 자신만의 쾌감을 위해 행동하고 있음을 깨달았지만

“무슨 상관이야! 나도 내 자신을 즐길 권리가 있다.”며 농부에게 외쳤다.

“당신이 뭐 잘났다고 나보고 돼지라고 부르지?”

그 짧은 몇 초 동안 그의 시선은 도로를 벗어났고 그 순간 도로 한가운데 버티고 서 있던 커다란 돼지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말았다.  이제 갓 구입한 그의 신형 스포츠카는 완전 박살이 났다.  뿐만 아니라 몇 주 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했다.

그 의사는 에고 때문에 친절한 마음씨를 가진 농부가 해준 경고의 말을 부정적으로 잘못 판단했던 것이다. 

우리에게 이런 일들은 또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가?  남의 친절을 의심하고 계산하다가 스스로 갇혀 버리는 일들.  그게 바로 우리를 돼지라고 부를만한 충분한 이유이다.




“당신이 당신 자신의 에고를 버릴 때, 누구도 당신을 놀릴 수 없다.  누군가 당신을 바보라고 부른다면,  당신이 기분 나빠하는 유일한 이유는 그 말이 사실일지 모른다고 당신이 믿기 때문이다. ”

모욕에 웃음으로 대응하는 것을 얼굴을 붉히며 기분 나빠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방법임을 가르쳐주고 있다. 




다음 이야기는 나에게 깨달음과 함께 내 삶의 지표를 만들어 주는 이야기였다.




교수가 책상위에 유리 항아리를 하나 올려놓았다. 학생들 앞에서 그 항아리 가득 돌을 넣었다.  그리곤 항아리가 가득 찼냐고 묻는다.  학생들은 가득 찼다고 말했으나 교수는 다시 두 번째 주머니를 꺼낸다.  큰 돌들의 틈새로 작은 조약돌을 집어넣는다.  그리곤 다시 그 틈새에 많은 양의 모래를 흔들어 넣는다. 그 후로 물병을 꺼내 물을 붓기 시작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물었다. 

“자, 이것이 그대들에게 가르쳐주는 교훈이 무엇인가?”

한 학생이 “ 아무리 일정이 바쁘다 해도 언제나 다른 무엇인가를 끼워 놓을 공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라고 말하자 교수는 “틀렸다.”라고 말한다.

“이것이 보여주는 교훈은, 큰 돌을 집어넣기 원할 때는 그것들을 맨 먼저 집어넣으라는 것이다.”




나에게 가장 큰 돌은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정말 먼 미래를 생각할 때 차근차근 쌓아가야 할 무언가가 있다면 그 계획을 가장 우선해야 하지 않을까?  바쁘다고 핑계대지 말고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제일 먼저 항아리에 담아야 할 것이다. 




명상은 내 영혼의 자유를 찾아가는 길이다.

늘 치열한 삶을 살고자하는 나에게 명상은 맞지 않는 코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 같은 사람에게 명상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내 영혼이 내 육신을 따라오지 못해 길 잃고 헤맬 수 있기 때문이다. 

요가를 배우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해거름 녘에 했던 우주와 나의 호흡이었다.  숨을 들이 쉬고 내쉬는 것만으로도 육신과 영혼이 평안해지는 그 느낌..., 그 느낌은 해거름 녘이 가장 좋았다.  해가 숨고 달이 뜨는 시간.  그 시간의 교차점에서 내 영혼이 쉬어가는 것이다.  이 책은 단순한 잠언서 이상이다.  곱씹어 생각할수록 그 맛이 달다.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들이 가득하다.  다 옳은 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내 식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다만, 지혜를 얻기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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