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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 대한민국 최초의 부채 세대, 빚 지지 않을 권리를 말하다
천주희 지음 / 사이행성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누구나 대학에 가는 줄 안다는 것. 나이가 몇이냐가 아닌 '몇 학번이냐?'를 묻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
대학 재학 중 휴학 한 번씩은 당연하고, 대학을 졸업할 때 쯤이면 대학원 진학을 한 번쯤은 생각해 보는 것.
고등학교 3년 내내 학교는 잠시 들렀다가 무단 조퇴를 감행하며 아르바이트를 가던 학생도 고3이 되면 당연히 대학에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성적과는 관계없이 이름있고, 인기있는 학과에 게다가 취직도 잘 되는 것이면 좋고, 지역은 서울 근교인 대학을 추천해 달라는 사회.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자신의 길을 잘 가고 있는 사람들이 매체를 통해 소개되긴 하지만, 그들이 소개된다는 것은 그런 사람들의 희소성을 의미하는 것.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에서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학자금 대출로 인한 빚을 짊어지고 시작하는 스무 살 청년들의 현실을 볼 수 있다. 혹자는 성적우수장학금을 받으면 되지 뭐하러 아르바이트를 하느냐고 하겠지만, 사람이 숨만 쉰다고 살아지는 것이 아니기에 그건 그저 허공에 흩어지는 소리일 뿐이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 공과금 10여만원, 식비 및 교통비 20여만원, 책값과 그 이외로 들어가는 학습비를 알파비로 든다면 한 달에 90만원 정도를 생활비로 써야 한다. 월세와 공과금을 내는 날은 왜 그렇게 빨리 돌아오는지 모르겠다.
열아홉 살에 이미 완벽한 인간이 된 것처럼, 자신의 모든 진로를 정하고 앞으로 그 길만을 향해 갈 것 같은 학생임을 증명하는 자소서(자소설)와 생활기록부를 만들기 위해 죽을 힘을 다했는데,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꿈은 온데간데 없고 '돈'이라는 것에 얽매이게 되는 현실.
'개천에는 이제 용이 없다.'는 말이 그냥 생긴 것은 아닐 것이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 사회 가치관의 문제가 우리의 아름다운 청년들이 결코 아름답지 못한 청년기를 보내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공대로 직업을 구하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점수 맞춰 취직 잘 되는 과로 입학하라.'
모순이다. 그렇게 고등학교 3년 내내 진학하고 싶은 학과에 맞추어 활동내용을 만들어갔는데, 정작 대학에 입학하니 소용이 없다?
대학은 이미 진리를 탐구하던 기능은 상실한 채 취업사관학교가 된 지 오래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곳.
어느날 갑자기 과는 통폐합되어 사라지고, 후배도 없고, 군대에 갔다왔더니 다니던 학교가 사라지고.
여기저기 '평가'라는 이름으로 얼룩진 사회. 도대체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평가를 한다는 말인가?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뭐하러?
그러나 이런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사회만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 나 또한 고졸과 대졸의 차이점에 대해 고민했었고, 대학진학을 하지 않겠다는 아이의 말에 동조는 했으나 완전한 동조는 하지 못했다. 그리고 전문대학이라도 진학하기를 희망했다. '고등학교까지는 공부가 아닌 학습이다. 대학에 가서 원하는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다.' 라면서.
나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알면서도 바꾸려 하지 않았고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서 사회를 비판한다. 그런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은 사회라고. 그러니 사회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사회가 바뀌려면 사회를 이루는 내가 먼저 바뀌어야 함에도 말이다. 나는 나와 사회를 별개로 보고 있는 것이다.
빚을 권장하는 사회이나 그 사회를 만들어간 사회의 일원이 나임을 인정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에 가야하고, 고등학생을 지나면 대학생이 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나를 반성한다. 그리고 학자금 대출로 인해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그 젊은이들이 이 사회 구조적 가치관을 바꾸어가는 주역이 되기를 욕심내 본다. 당신들세대에서 만큼은 대학이란 것이 필수가 아니 선택인 사회적 가치관을 만들어달라고. 나처럼 사회 구조적 문제를 알면서도 동의하지는 말아 달라고 말이다.
대학등록금이 어느 수준까지,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의 금액으로 낮아지기를 바라본다. 스무 살 어른으로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살기에, 갓 새내기가 즐겁게 자신의 진로를 향해 공부라는 것에 매진하기에 적절한 수준으로 말이다.
반드시 대학을 나와야, 대학에서 전공해야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더 많이, 더 깊이 배우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대학에서 전공을 하고, 대학원에서 연구를 하고서야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본다면 모두가 대학에 목을 메지는 않아도 되지 않을까?
적어도 '대학에 왜 가는가?'란 질문에 남의 생각을 이유로 들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