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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평점 :
다른 사람보다 빠른 시간 속을 사는 아름이, 아름이의 모습에서 미래 자신을 보며 살아가는 아름이의 부모, 그리고 아름이의 유일한 친구 장 씨 할아버지가 엮어가는 이야기.
타인이 보기엔 슬픔만 가득할 것 같은 아름이의 시간을 작가는 사랑과 웃음. 행복, 설렘, 희망, 용서 등의 따뜻함으로 채웠다.
"실패해 보고 싶었어요. 실망하고, 그러고, 나도 그렇게 크게 울어보고 싶었어요." (p.172)
실패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17살의 아름이의 마음을 가늠할 수는 없다. 세상 모든 사람은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서 사라질지 모르는 시간을 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의 시간은 평범하게, 혹은 지루하게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도 '내일은, 내년엔, 10년 후엔, 은퇴 후엔….'을 그려본다. 오늘 퇴근길에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러나 이렇게 사는 것이 건강한 삶이란 생각이 든다. 매일매일 오늘 어떻게 될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걱정하며 사는 것은 사는 것이 아니다. 정신과 상담 받자.
"완전한 존재가 어떻게 불완전한 존재를 이해할 수 있는지…… 그건 정말 어려운 일 같거든요.“
”………“ (p.170)
”그래서 아직 기도를 못했어요. 이해하실 수 없을 것 같아서.“ (p.171)
신은 불완전한 인간을 창조했다. 왜 그랬을까? 불완전한 존재들이 서로의 불완전함을 껴안아 주며 사는 것을 보고 싶어서? 그런데 왜 그런 불완전함을 고루 나누어 주지 않았을까? 불완전한 존재인 나는 완전한 존재인 신을 이해할 수 없다. 아니, 과연 신이 완전한 존재인가도 확신할 수 없다. 그냥 오늘 나에게 주어진 지금, 이 순간이 이렇게 계속될 것이라는 막연함 속을 살 뿐이다.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 그 사랑을 알아보는 기준이 있어요.“
어머니의 두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그건 그 사람이 도망치려 한다는 거예요.“
”………“
”엄마, 나는…… 엄마가 나한테서 도망치려 했다는 걸 알아서, 그 사랑이 진짜인 걸 알아요.“(p.143)
열일곱의 미라는, 엄마가 되는 것이 두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심장이 터질 때까지 운동장을 뛰고 또 뛰었을 것이다. 지금은 아니라고, 나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신께서 다시 데려가시라고, 언젠가 나의 적절한 때에, 그때 다시 주시라고, 그렇게 기도하면서…….
서른넷의 미라는, 엄마로 사는 것이 불안했을 것이다. 그래서 일주일 동안 도망쳤을 것이다. 그러나 불안은 더 거세게 매달렸을 것이고, 밤새 운동장을 뛰고 또 뛰어 심장이 터질 듯했던 그 밤보다 더 큰 슬픔과 절망으로 헐떡거렸을 것이다.
아름이가 떠난 이후로 아름이 엄마, 아빠는 아름이를 닮은 새 식구와 함께, 친구를 잃은 장 씨 할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아버지와 함께 삶을 이어갔을 것이다. 많은 날 아름이를 기억하며, 가끔 아름이를 잊으며.
나는 그들이 많이 웃으며 살기를 바란다. 나도 그럴 것이다.
‘살민 살아진다.(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중)’
나이가 들다 보니 큰 글자 버전의 책들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