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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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은 절실한 존재를 상실한  사람들의 '살아냄'을 담고 있다.'입동'에서는 사랑하는 아이를, '노찬성과 에반'에서는 아버지와 소중했던 반려견 에반이, '건너편'에서는 애인을, '침묵의 미래'에서는 최후의 화자를, '풍경의 쓸모'에서는 자신이 바라는 사회적 위치를, '가리는 손'에서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믿음을,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에서는 남편을 상실한다.

등장인물 모두 함께 있지만, 혼자서 불행한 시간을 견디며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갈등과 마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외로움이 낯설지 않다. 낯설지 않아서 소설을 읽는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아이, 동정하던 사람들은 아이의 보험금에 이르자 비난하며 호기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남의 일에 대해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말과 말 속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오해들... 익숙한 일이다.

자신에게 유일하게 위로가 되었던 유기견인 에반의 안락사를 위해 열심히 돈을 벌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사기 위해 돈을 쓴 후 후회를 반복하는 일... 또한 익숙하다. 상대보다 나의 욕구가 더 우선인...

사람의 감정은 변하니 사귀던 사람들도 헤어지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의 절실함을 이용하고는 그것이 자신에게 흠이 될까 상대를 버리는 것... 모두 익숙하다.

'침묵의 미래'를 세 번 읽었다. '말'이 화자가 되어 자신의 최후 화자의 삶을 담담하게 말하고 있었다. 멸종 위기의 언어를 지키기 위해, 언어의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기 위해 마련한 중앙의 오해. '말'은, 그 '말'을 사용하는 최후의 화자들은 그 박물관에서 더 빠르게, 더 처절한 방법으로 멸종되어 갔다.  


"내 첫 이름은 '오해'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기들 필요에 의해 나를 점점 '이해'로 만들었다.(중략) 내 몸은 점점 붇고 이름 또한 길어져, 긴 시간이 흐른 뒤 누구도 한 번에 부를 수 없는 무엇이 됐다.(p145)"


오해와 이해, 사소한 오래가 낳는 거대한 오해로 사람들은 갈등하고,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고 파멸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오해가 이해라는 는 것에 이르면 갈등이 최소화되고 관계를 회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아무리 이해로 오해가 풀렸다 할 지라도, 오해가 있기 전과 같은 상황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하물며 '사람들이 자기들 필요에 의해' 만든 이해라면 오해는 오해대로 남고, 배신과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도 덧칠해져 더 딱딱하고 비뚤어져 왜곡된 관계를 만들 뿐이다. '풍경의 쓸모'에서 정우는 교수임용을 위해 곽교수가 음주운전 중 낸 사고를 자신이 운전했다고 한다. 곽교수가 자신을 위해 힘을 써줄 것이라 오해한 것이다. 그리고 곽교수는 자신을 위해 정우의 교수임용을 반대한다. 겉으로 이해를 구하며....

세상은 타인의 절실함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긴다.

사람들은 말한다. 왜 그렇게 허무맹랑한 소리에 속냐고.

절실했으니까...

소매없는 원피스를 입고 문 안으로 반쯤 들어간 여성의 뒷모습의 표지.

옆 문은 닫혀있다.

바깥은 여름이니 그녀는 여름을 피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인가보다. 혹은 안에서 밖으로 뒷걸음치며 나오는 것인지도.

그 하나의 문은 선택이고, 사건이며, 다른 삶의 모습의 경계인듯도 하다.

『바깥은 여름』을 덮으며 우울했다.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소설이 아닌 누군가의 수필을 읽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더 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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