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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사람들의 심리학 - 해야 할 일보다 책상 청소가 재밌는 나를 위한 심리학
허용회 지음 / 넘버나인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게으른 사람들의 심리학』, ‘해야 할 일보다 책상 청소가 재밌는 나를 위한 심리학’이라니. 딱 나와 같은 사람을 위한 책이네! 책인가? 책... 아니네...
책을 읽으면서 심리학적 용어에 대한 정의와 실험들에 대한 내용엔 집중하지 못했다. 전반적으로 집중해서 읽지 못한 부분이 많아 이 책에 대한 나의 생각을 쓰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것 같다.
그저 읽어가면서 내 스스로에게 한 질문만 적어본다.
게으름은 극복되어야만 하는 것인가? 게으름이란 것을 극복해야만 행복할 수 있는가?
게으름은 부정적인 것인가? 게으름을 쉼표로 만들어 갈 수는 없는가?
게으른 자신을 비판하지 않고, 게으름도 필요하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인가?
나는 게으른 사람이다. 어느 순간 집중하다가도 놓아버리고 나면 나의 게으름으로 인해 일이 그르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까지 다른 것을 한다. ‘해야 할 일보다 책상 청소가 재밌는’ 시간을 보낸다. 그러면 그것은 게으른 것인가? 저자는 이것을 마지막 장에서 ‘합법적인 게으름’이라 말하며 자신이 게으르다고 자책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다. 합법적 게으름이라니... 불법적 게으름은 무엇인가?
저자는 미셀의 스탠퍼드 마시멜로 실험을 들면서 만족지연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사는 동안 여러 면에서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했다.
‘정리해 보자. 우리가 낮잠이나 TV, 유튜브 시청, 군것질 등 목표 달성에 방해가 되는, 그러나 지금 당장 나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보상을 포기하고 미래의 목표 추구를 위해 행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에는 시간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영향을 미친다. 내가 행동해 온 시간에 대한 태도를 한번 점검해 보자.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가운데 어느 시점에 보다 높은 가치를 부여할 것인가? 우리가 바라는 것은 지금 현재의 사소하고, 일시적인 만족감인가, 아니면 미래의 보다 영웅적인 성취인가?’(p.203-204)
우리는 언제까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해야 하는가? 지금 당장 내 눈 앞에 있는 마시멜로 하나를 먹고 싶을 때 먹음으로써 행복할 수는 없는가? 15분 후에 두 개를 준다고 해도 그때는 이미 마시멜로에 대한 흥미를 잃을 수도 있고, 두 개나 먹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전후 상황을 따지지 않고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이루어지는 즉흥적이고 즉각적인 태도에 기인한 말과 행동이 부정적인 결과에 도달할 수도 있고, 그런 습관이 이어지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자신이 하고 싶은 때 자기 방식대로만 표현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15분을 참지 못하고 첫 마시멜로를 먹은 사람들의 삶이 모두 비만, 약물 중독, 폭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저자의 질문에 답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지금 현재의 사소하고, 일시적인 만족감인가, 아니면 미래의 보다 영웅적인 성취인가?’
나는 현재의 사소하고 일시적인 만족감으로 행복해하면서 그 만족감을 에너지로 삼아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싶다. 미래의 영웅적인 성취- 영웅적 성취라는 말은 참 불편하다-는 아직 오지 않은 것, 그것을 위해 나의 사소한 현재를 참으며 힘들고 싶지 않고, 나의 사소한 만족감으로 만들어낸 나의 행복한 현재가 곧 미래이므로 반드시 영웅적이지 않아도 좋다.
여기서 말하는 부정적인 개념의 게으름은 무기력에 가깝다. 갑자기 어느 순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존재하는 것 자체가 힘겨운 상태.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없는 지경. 책에 등장하는 게으름의 단어를 무기력으로 바꾸면 되지 않을까?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이 숨 가쁘게 살아가는 바쁜 현실에서 우리에겐 게으름이 필요하다. 내게 주어진 당장 먹을 수 있는 매력적인 하나의 마시멜로를 천천히 15분 동안 녹여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는데, 굳이 게으름을 극복할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것은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