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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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무겁다. 쉽게 읽히지 않는다...고 흔히들 말한다.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무게감과 한 문장, 한 단어에 꾹꾹 눌러 쓴 감정은 쉽게 단어에서 단어로, 문장에서 문장으로 시선이 옮겨가지 않는 글이다.

그런데 '라면을 끓이며'은 쉽게, 때론 가볍게 읽혀 그가 아닌 것 같다가 때론 다시 몰려오는 무거움으로 그인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이 책 속엔 작가 김훈이 아닌, 세상의 흐름을 거부한 아버지를 부축하는 아들이었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아버지였으며, 번 돈을 모두 온라인으로 아내에게 이체하고 비상금을 숨기는 평범한 남편이었다. 

아내 몰래 수표 두 장을 책 속에 넣어두고는 그 책이 어떤 책인지 몰라 온 책을 뒤지는 작가의 모습을 상상하며 웃었다. 권력 좀 가졌다는 자들이 자신들의 아들이 군에 입대하는 것을 이래저래 막는 세태를 풍자하며 아들이 평발임을 들어 군면제를 받고자 하는 상황을 들어 표현하는 부분에서 작가는 그저 평범한 아버지였다.

여름 한낮 여자들이 입은 탱크탑과 브래지어 끈에서 드러내는 그의 생각들에서는 거리에서 젊은 여자들을 곁눈질로 훔쳐보는 중년 남자의 모습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그는 그 두 가지 다른 끈 속에서 그만의 철학을 풀어 나간다.

그러나 읽다보면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다. 특히 돈과 여성에 대한 부분은 그렇다.

부정적이면서도 긍정적이며, 비판이면서도 우호적인, 퇴폐적이면서도 고상한? 작가의 이것들에 지니는 관점은 무엇인가? 알 수 없다. 기분이 나쁘기도 했다가 아니었다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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