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거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며 얼마 전 거실창문에 부딪혀 정신을 못차렸던 참새 3마리가 떠올랐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분명 우리집 창문은 새들이 오해할만큼 깨끗하지 않았었다. 난 멍청하다고 비웃었다.

 

 

 

하지만 어쩌면 사랑에 빠지게 되면 이 참새를 이해할 수 있을거라고 느꼈다.

우리의 만남은 필연이었고 너무나도 잘 맞았고 완벽하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그만큼 모르는 상대에 대해 오해할만한 온갖 추측을 하기도 했다.

 

 

 

예를들면 몸의 어떤 부분을 가리고 있는 것들 말이다. 구두는 풀오버 스웨터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주며, 엄지손가락은 팔꿈치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주며, 발목은 어깨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인들은 사랑 없이 의심을 하는 것보다는 틀려도 사랑을 하는 모험을 더 좋아한다.

 

 

 

내가 완벽했다면 사랑을 할 이유가 없을것이다. 사랑은 불충분한 자료에 기초하는 것이니까. 만약 상대방에게도 나와 비슷한 부족함을 발견했다면 이에 적잖은 실망감을 표출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잘 알게 되더라도 언제쯤 내가 절대 실망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일지 확신할 수 없다.

 

 

 

그래서 진정한 가치, 호기심이 덜한 사람이나 사랑이 덜한 사람에게는 당연히 의미 없어 보일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서 바로 연인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또는 사람을 꿰뚫어보는 일을 중단하고자 하는 순간적인 의지 때문에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닐까싶다.

 

 

 

나의 약점에서 벗어나고자 이상적인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게 되면서 보여지는 순간 문득 떠오르게 되는 ‘이게뭐지?’ 같은 생각들 말이다. 나를 약올리는 것이 분명하지만 고맙기도 하다. 그 사람은 부족한 나의 약점까지도 감싸주니 말이다.

 

 

 

결국 우리가 사랑하게 된 사람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랑은 나를 달라지게 한다. 적어도 상대방의 기대치에 부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 그럴때마다 나는 ‘아 나도 나름 괜찮은 사람이구나’ 라고 느낄때가 있다. 이것은 자기방어일까?

 

 

 

사랑에는 경계가 없다. 앞까지 경계가 갔다가 뒤로 한 발짝 물러날 수 있는 관계이다. 이 경계는 내가 상대를 얼마만큼 내것으로 받아들일 것인지에 달려있다. 물론 나는 아직 경계를 움직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만약에 어느날 대상이 보인다면 이렇게 묻지 않을까 싶다.

너는 내가 잃어버릴 수도 있는 모든 것을 벗어버린 나를 사랑하는가? 내가 영원히 가지고 있을 것들 때문에 나를 사랑하는가?

 

 

 

나는 다른사람에게 끌리는 것은 곧 나의 모든 개인적 특징들을 버리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나의 진짜 자아는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완벽성과 화해 불가능한 갈등관계에 있으며, 따라서 무가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끝을 보고 만나는 것이 아니다. 어느날 불현듯 내 인생에 불행이 찾아올 거라는 예감이 들곤 했다. 행복한만큼 고통도 크기에. 어쨌든 상대는 조각을 남기기 마련이다. 남겨진 사람은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냥 너이기 때문이다.

 

 

 

진실이 무엇이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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