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침에는 눈을 뜰 수 없겠지만 - 완화의학이 지켜주는 삶의 마지막 순간
캐스린 매닉스 지음, 홍지영 옮김 / 사계절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우리나라도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자' 라는 논의에 대한 쟁점을 다룬 글이 인터넷상에 올라왔던 걸 본 기억이 있었다. 그때 든 첫 생각이 주치의 제도가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 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는 적용하기 힘들거라는 생각이 지배적 이었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 저변에는 요즈음 문제가 되고 있는 공공의료확대와 의과대학의 정원늘리기에 반발해서 의료파업을 주도하는 대한 의협의 행태와도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다.

사실 의사들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고연봉자들이다. 물론 의사가 되기까지 수련의 과정을 포함하여 십년 이상을 뼈를 깎고 밤을 패가며 공부했으니 그 정도 대우는 받아도 정당하다라는 생각이 들 수는 있다. 하지만 환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 돈과 자본만 존재하는 것 아닌가 하는생각을 하면 씁쓸하다.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지만 갈 때마다 웬지 의사 앞에서 주눅이 들고 인간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의사를 오십년을 살아오면서 만나 본 적이 없어서 하는 말은 아니다.

자신들의 밥그릇과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데 말릴 생각도 없다. 다만 이런 의료 환경이 지배적인 나라에서 주치의 제도가 웬말이냐 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코로나로 공공병상의 부족을 여실히 실감하면서도 절대 내려놓을 수 없는 집단적 카르텔로 똘똘 뭉친 대한 의협의 의사들 - 서울대 출신 의사들 90프로가 사직서를 썼다는 기사를 보면서 주치의 제도라는 것 자체가 뜬구름 같다는 들어서 몇 자 적어본 생각이다.

이 책 '내일 아침에는 눈을 뜰 수 없겠지만'은 완화의학 전문의가 쓴 책이다.

저자는 매일 죽음을 맞딱뜨리는 일선에서 죽음을 앞에 둔 중증 환자들을 위로하고 통증완화와 증상개선, 심리 치료에 집중한다.

또한 임종을 앞둔 환자들이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 가족들과 잘 이별하고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하는 과정을 돕는다.

때로는 환자와 함께 울고 웃으며 가족들을 위로하고 보듬는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환자들의 사연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저자가 쓴 글에는 의미없는 환자는 없으며 태어나 살아온 모습이 각양각색이듯이 죽음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맞이하는 그들의 사연은 독자에게 죽음을 배우고 삶을 반추하게 한다.

너무도 다양하고 가슴아픈 사연들도 많아서 어느 장 하나도 허투르 읽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책이 자극적이거나 침울하지도 않다. 책 전체의 글을 아우르는 환자들에 대한 사랑과 존경, 죽음 직전까지 간 환자들의 존엄을 지켜주고자 애쓰는 완화의학 종사자들의 모습은 경이롭고 아름다웠다. 이런 모습이 진정한 의사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감동이 됐다.

완화의학은 우리나라에도 도입돼어 호스피스 단체나 병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물론 저자와 같은 의사들이 분명히 있겠지만 제도적으로 정착되어진 저자의 나라 영국의 주치의 제도와 완화의학의 절차와 의료 서비스를 경험하기엔 우리는 말 그대로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작금의 사태를 보며 더 화가 나는 지도 모르겠다. 그로 인해 일선에서 고생하는 의료진들까지 욕을 먹는 것도 안타깝고..

여하튼 개인적으로 귀감이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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