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평전 - 신판
조영래 지음 / 아름다운전태일(전태일기념사업회)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전태일 열사

책을 읽기전 나는 전태일이란 인물은 노동운동을 하는 조직안에서 대의를 위해 희생된 희생양일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 '전태일 평전'을 읽고 그가 자신의 길을 철저히 홀로 걸어간 선구자와도 같은 인물임을 깨달았다. 그는 마치 성경에서 말하는  '세상의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인 예수처럼 홀로 자신의 일을 하고 기꺼이 죽음을 택한 상징같은 존재였다. 그에게는 어떤 조직력도 함께 뜻을 세운 동지도 따르는 제자도 없었다, 오로지 세상에 약하고 가난하며 소외되고 못 사는 자들에 대한 연민과 깊은 이해때문에 스스로 공부했고 깨닫았고 그리고 견고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몸을 붙태워 산화한 인간이었다.

 

전태일은 1948년 대구에서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돈을 벌기 위해, 혹은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 세번이나 가출을 한다. 그때마다 구두닦이에서 신문배달등 모진 고생을 하며 돈을 벌고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 애쓰지만 매번 절망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전태일은 어린 나이에도 병약한 어머니와 동생들에 대한 책임감이 강했으며 생활력이 없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결국 학업의 꿈을 접고 재단사의 길을 가게된다.

그러면서 경험하게 되는 동대문 평화시장의 노동 현실, 힘들게 재단사에 자리에 올라갔어도 고생하는 어린 시다들의 사정을 돌보고 그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자신의 사비를 들여 도와주다가 매번 잘리는 전태일은 자신의 힘으로는 아프고 병약한 그들을 도울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하고 그들을 좁은 다락방에 몰아넣어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고용주들과 노동 현실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정부기관으로 인해 분노한다.

 

전태일은 자신의 수기에 ' 인간을 물질화하는 세대, 인간의 개성과 참 인간적 본능의 충족을 무시당하고 희망의 가지를 잘린 채, 존재하기 위한 대가로 물질적 가치로 전락한 인간상을 증오한다'

라고 쓰며 그런 현실에 좌절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바보회를 결성하여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자신들의 억압된 노동 현실을 알리고 엄연히 존재하는 '노동기준법'을 통한 권리를 찾기 위해 힘을 모아 간다.

하지만 소리를 내어도 귀기울여 들어줄리 없는 현실에 부딪히며 전태일은 누구라도 죽음으로 외치지 않으면 이 견고한 세상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그 희생양이 자신이 될 거라는 결심을 해 나간다.

누구도 희생하라고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신을 태워 버릴 생각을 하는 전태일은 진정한 사상가였고 선각자였다.

전태일이 죽기 5개월전 두문불출하며 지냈던 삼각산 기도원에서의 생활과 노동환경이 이상적인 조건을 갖춘 사업체의 설계구도와 직접 쓴 수기나 소설은 그가 정말 국민학교만 중퇴한 학력인지가 의심스럽다.

얼마나 많이 고민하다가 깨닫아 지혜를 얻었는지 옅보이는 그 과정은 마치 종교에서의 깨닫은 자 와도 같은 의식 세계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날 1970년 11월 13일 23세의 나이로 분신을 시도하는 전태일은 마지막 말 '자신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라'라는 말을 남기고 태어나서 고생만 하며 살았던 23년의 생을 마친다. 전태일이 11월 13일날 생을 떠난 건 아니다. 하지만 진정한 그의 소멸은 그 날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을 쓴 조영래 변호사는 이 책을 쓸 당시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집필했다고 한다. 전태일의 수기나 일기등의 자료를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씨가 주위의 눈을 피해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며 조영래 변호사에게 전달한 건 유명한 일화다.

그런 환경에서 평전을 썼기에 더 분명하게 전태일을 살려내는 글을 써 내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신영복 교수는 책 말미에서 말한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우리는 전태일을 옳게 읽고 있는가? 저마다의 욕망을 위해 읽고 있지는 않는가?"

우리는 그의 죽음보다 그의 삶을 먼저 읽어야 한다

그의 삶 속에 점철되어 있는 고뇌와 사랑을 읽어야 한다."

 

'전태일 평전'은 결코 전태일을 영웅으로 만들지 않는다.

신영복 교수의 말처럼 평범한 인간인 전태일이 세상에 태어나서 자신의 고난한 삶만을 돌아보는 게 아닌 이 모순되고 억압된 세상에서 소외된 이웃을 위해 얼마만큼 고뇌하고 갈등하며 깨달아 행동해 나갔는지의 과정을 책 속에서 읽어 내야 한다.

그리고 다행히  '전태일 평전'에는 그런 부분들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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