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 오은영 박사의 불안감 없는 육아 동지 솔루션
오은영 지음 / 김영사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011년 출간된 책의 개정판인 이 책은 아이의 양육과정에서 부모들이 힘들어하는 원인으로 '불안'을 꼽는다.
서문에서 저자는 전문가인 자신도 양육에 불안과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밝히며 '왜 우리는 양육이 불안하고 두려울까?'라는 질문을 던지는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불안을 느끼는 이유와 상황별 해법을 찾아보고 생활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과 행복한 자녀로 키우는 방법에 대해 탐색해보는 과정을 통해 이 책을 읽는 많은 부모들은 잠시나마 불안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또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대체로 '걱정이 많은 엄마와 무관심한 아빠'가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가정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집 역시 마찬가지이다. 임신과 출산, 육아에 이르기까지 엄마인 나는 항상 걱정을 안고 살았던 것 같고, 아빠인 남편에게 털어놓으면 '별 것 아닌 일'이 되어버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어째서 같은 문제를 저렇게 태평하게 받아들이는지, 야속하기도 하고 화도 나고 안달박달하는 스스로가 짜증나기도 했는데 이 책에서 저자는 아빠의 '무관심'도 일종의 불안이라고 말한다. '부정적인 면을 감당할 수 없어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문제를 덮어버리는 모습(p31)'이라는 것이다.

아빠들 역시 불안하다. 하지만 아빠들은 불안과 직면하려고 하지 않는다. 불안에 직면하면 '그래, 이걸 어떻게 할까?'가 아니라 '어떻게든 되겠지'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밖으로 말하는 것을 무책임하다고 믿어 "괜찮아, 아이들은 원래 그렇게 크는 거야."라고 말해버린다. 그런데 그 말은 편안함이나 자기 확신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라, 불안을 상쇄해버리기 위한 무조건적인 낙관적 표현인 경우가 많다. 본인이 이 주제를 걱정하고, 그렇게 되면 더 불안해지기 때문에 대범한 척, 낙관적인 척하면서 덮어버리는 것이다. 결국 아빠의 '괜찮아, 잘 클거야'라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해석의 본질에는 불안이 숨어 있다. 하지만 오해하지는 말이 바란다. 이런 아빠들의 말이나 행동은 의식적인 것이 아니다. 본인도 인식하지 못하는 본능적이고 무의식적인 반응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육아의 과정이 필름처럼 눈앞을 스쳐가는 기분이 들었다. 별일 아닌 것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했던 지난 날을 돌아보니 지금의 고민들도 조금은 가볍게 내려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생각뿐이다.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나의 경우 해외에서 아이를 키운 기간도 상당한데, 한국을 벗어나면 그 불안이 확 줄어들어서 '돌아가도 절대 휩쓸리지 말아야지.' 마음 먹곤했다. 하지만 돌아오면 금세 도루묵...
오은영 박사는 한국 엄마들이 아이에 대한 불안이 유난하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엄마들은 아이를 위해 희생해야만 자신이 존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엄마들에게 자식은 하늘로부터 온, 잘 지켜내야 할 존귀한 존재이므로 자식에게 결함이 있으면 자신이 보양을 잘 못하고 헌신을 잘 못해서인 것 같아 죄책감을 느낀다.(p41)

정말 공감하게되는 대목이다. 지금 내 또래 여성들이 겪고 있는 이중고, 워킹맘으로 살면서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이유이다. 전업 주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자아도 찾아야 하고 아이도 잘 키워야한다는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녀들은 해답을 구하기 위해 인터넷 속에서 자신과 같은 고민을 가진 동지를 찾아 헤맨다. 그러니 옛날 엄마들보다 더 불안할 수 밖에. (p45) 요즘 엄마들이 방대한 정보에 노출되면서 더 많은 걱정과 불안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집에서 내 자식 하나만 바라보고 키우다보면 어제보다 발전한 아이의 모습에 만족하기가 쉽다. 첫째를 낳았을 때, 낳기 전날까지 출근을 했었는데 바쁘게 지내다보니 다른 임산부들이 출산 준비를 어떻게 했는지 등 타인과 비교할 일이 전혀 없었다. 예비 엄마라면 다들 가입한다는 **맘 사이트같은 곳도 몰랐고, 서점에서 임신 출산 관련 서적을 사 간단히 적힌 목록을 보고 출산 가방을 싸두었을 뿐이다. 그러니 출산 휴가 기간동안 내가 새롭게 경험한 세계는 그야말로 놀라운 지경이었다. 나보다 세달 먼저 출산한 친척의 집에 구비된 각종 교구들과 화려한 육아도구(?)들에 쓰나미처럼(달리 표현할 말이 없이 당시 내 심정이 그랬다.) 죄책감이 몰려웠다. 엄마가 직접 만든 모빌 하나에 좋다고 웃고있는 아이에게 어찌나 미안했던지... 모유 수유를 하면서, 수면 습관을 들이면서 아이는 그 모든 면에서 아주 잘 적응해갔고 충분히 모든 것이 잘 되어가고 있었음에도 확신없이 불안해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옛날에는 틀린 방법을 적용하더라도 자신의 육아 방식에 대해 적어도 '확신'이 있었다. 예를 들어, 회초리로 아이를 때리면서도 '내가 이렇게 해서라도 이 아이를 잘 가르쳐야 된다'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엄마들은 옛날보다 훨씬 많이 배우고, 수많은 책과 정보를 통해 더 나은 육아 기술을 알고 또 사용하고 있지만 자신의 육아 방식에 대한 확신이 없다. 아이를 대하는 매 순간 걱정하고 불안해한다. 방법은 옳지만 확신이 없는 육아를 하는 요즘 엄마들과, 방법은 잘못됐지만 확신에 찬 육아를 했던 옛날 엄마들은 어떤 결과의 차이를 낳을까? 요즘 엄마들은 육아 스트레스나 우울증을 많이 겪고 있고, 요즘 아이들 또한 옛날 아이들보다 우울증이나 스트레스가 많아졌다.

다음은 아주 인상적이었던 대목이다. 저자는 자아의 기능을 깨우기 위해 자신을 자주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그런데 요즘 엄마들은 왜 그렇게 정체성의 통합을 힘들어하는 것일까? 이런 엄마들의 경우 대부분은 자아의 균형이 깨져 있는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해 뭔가 채워지지 않는 욕구와 현실이 충돌할 때 자아가 균형을 맞추는 기능을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현실적으로 나는 이렇고 상황은 이렇고 이것은 할 수 있고 이것은 할 수 없고를 인정할 수 있도록 자아가 도와주어야 하는데, 그 조율이 잘 되지 않는다. 본능적인 욕구와 현실의 조율 이것이 자아의 기능이다. 이것이 안 되면 정말 괴롭다. 보통 정체성 통합이 잘 안 되는 엄마들은 역할이 바뀌거나 추가되는 것에 굉장히 불안해한다. (중략) 사실 자아의 조절 기능이 좋을 경우, 역할이 바뀌거나 추가될 때 자연스럽게 자기 증력의 재배치가 일어난다.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이나 노동력에 맞춰 어디에,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쏘당야 할지에 대한 배분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이다. 이것이 잘 안되는 것이 바로 정체성의 혼란이다.

불안, 양육 스트레스, 성인 애착 유형 등을 체크해보면서 스스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면서 문제를 인식하고 적절한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한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어떤 문제에 대해 아빠의 입장과 엄마의 입장을 비교해 제시해 공감을 자아냈는데, 배우자를 좀 더 이해하고 육아 동반자로 서로 협력하는 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많아 유익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는 끊임없이 자신의 어린시절을 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육아란 자녀와 함께 부모들을 성장하게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아이를 키우며 내 부모를 이해하거나 내 어린시절의 결핍을 채워가고 상처를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내 상처를 치유해가고...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정체성에 대한 자각, 무의식 속에 감춰져있는 깊숙한 내면에 대한 자각, 불안에 대한 자각... '불안을 자각하지 않으면 대물림된다.'는 저자의 말을 마음에 새겨두고 가치의 우선순위를 정해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는 식으로 생각을 정리한다면 좀 더 육아가 수월해지고 일상이 보다 행복하고 만족스러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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