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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반야심경
사지 하루오 지음, 주성원 옮김 / 불광출판사 / 2025년 8월
평점 :
위대한 텍스트라고 생각하는 <반야심경>의 전문은 첫 사진에 나와있듯 고작 한 페이지에 다 담긴다.
글자수로 치자면 얼마되지 않는 이 경전에 대해 해설하는 책은 왜 그렇게나 많으며 또 두꺼운걸까?
코끼리를 본 사람에게 코끼리의 생김새를 설명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코끼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이에게 설명하려면 많은 단어가 필요하다. 진리는 간명하지만, 그것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말이 필요한 것이다. 때로는 언어로 결코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양자역학에 대한 인간의 이해에 한계가 있듯, 현상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그것을 우리의 인식의 한계속에서 논리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저자인 사지 하루오는 수행자나 종교인이 아닌 이론물리학 박사로서 과학적인 관점에서 반야심경을 분석하고 세세하게 설명한다. 반야심경의 해설서를 여러 권 읽었지만,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된 내용도 있다. 여타 해설서와 근본적인 의미해석은 동일하지만, 현대 우주론에 비견해 반야심경의 의미를 탐구하는 과정이 새롭고 흥미롭다.
반야심경은 260자의 짧은 경전임에도 무수히 많은 관점에서 해석되기에 인문학자의 글, 물리학자의 글을 비롯해 천문학, 생태학, 심지어 타종교인의 책에도 자주 인용되곤 한다.
읽다보면 어떻게 우주의 진리를 이렇게 압축적으로 담았을까 놀라게 된다. 수천년에 걸치면서 완전히 농축되어 진한 엑기스만 남겨진 것 같다.
있음과 없음,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될 때 우리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경지는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도달가능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우리가 과학을 공부하며 의심하지 않듯, 이 경전의 내용을 논리적으로 이해해가다보면 결국 진리에 도달하게 되지 않을까.
짧은 글 편집으로 구성된 가독성이 좋은 책이니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물리학에 대한 내용도 그리 깊이 들어가지 않으니, 반야심경을 접하는 첫 책으로 더없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