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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의 덴마크 - 오해와 과장으로 뒤섞인 ‘행복 사회’의 진짜 모습
에밀 라우센.이세아 지음 / 틈새책방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한주한책서평단 오디오클립 로사입니다.>
훌쩍 계획에 없던 여행을 오면서 얄팍한 이 책을 들고나온 것은 운명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거창하긴하지만, 정말 운명적이다.
그동안 매일매일이 힘들었던 것도, 대책없이 몇 분만에 짐을 싸 집 밖에 나온 이유도 모두 '휘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할 일은 많지만 복잡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나, 그리고 가족에 집중하는 시간을 보낸다. '지금'이라는 시간을 나와 가족을 위해 선택하는 것이다.
덴마크의 행복지수 1위 비결이라고 알려져있는 휘게.
휘게(hygge)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삶을 뜻하는 덴마크 유래 용어다. 이 외에도 소박하고 균형 잡힌 생활을 뜻하는 스웨덴의 라곰(lagom), 여유롭고 편안한 삶을 일컫는 프랑스의 오캄(au calme)이 있다. - 출처 <헤럴드경제>
이 책과 함께 정말 오랜만에 '휘게'의 시간을 누렸다.
사실, 이 단어를 몰랐다뿐 여태 평생을 시시때때로 '휘게'하며 살아온 것 같다.
고등학교 여름방학 때 새벽녘 동네 친구와 함께 했던 조깅, 신혼 때 거실에 두터운 담요와 맥주를 꺼내두고 빈둥거리며 만화책이나 미드를 보던 추억, 육아휴직의 기간동안 새벽에 홀로 깨어 따뜻한 조명 빛 아래에서 아기가 깨기 전까지 책을 읽던 시간들...
그 때 내가 느낀 안락함과 충만함... 상상만으로도 미소지어지는, '휘게'임이 분명했던 기억들이다.
소확행이 유행어가 되면서 이런 기획의 책들이 다양하게 출판되고 있는 것 같다. 근래들어 덴마크 등 북유럽의 생활방식에 관심이 많아지고 관련 아이템들이 인기를 끄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지치고 힘든 사람들이 많고 아주 절실하게 행복과 만족을 원하고 있다는 의미로 느껴진다. 행복은 거창한게 아니라지만 그것을 느낄만한 형편이 못되는 상태로 살다보니 '어떻게 시작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는' 지점에 많은 이들이 멈춰있는 것 같다. '휘게'는 이런 이들에게 심플하고 정확하게 지침을 주는 마법의 단어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휘게'뿐만 아니라 덴마크의 일상적인 부분부터 사회, 경제, 문화적인 부분까지 두루 접하게된다. 시작 부분에서 다뤄지는 덴마크 아이들의 독립 과정은 실로 놀라운 지경이었다. 딴나라 이야기인거 맞지만, 읽으면서 '덴마크는 정말 딴나라(다.른. 나라라고해서는 전혀 느낌이 안 산다)구나!' 수도없이 감탄하고 놀랐던 것 같다. 내가 가진 북유럽이나 덴마크에 대한 지식이 빈약해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정말이지 덴마크는 상상이상의 나라였다.
그렇다고 이 책이 덴마크를 환상적으로 미화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덴마크인인 저자는 문제점에 대해 솔직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독자들이 이미 갖고있던 환상을 오히려 깨주기도 한다. 객관적으로 기술하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달까.
하지만, 지식인의 가정에서 성장하였으며 이주하여 한국에서 생활한지 오래지만 덴마크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고있는 덴마크인이 쓴 책이기에, 저자의 주관적인 경험들이 아무래도 주를 이룬다. (그 경험이 너무나 이상적이어서 덴마크의 모든 가정이 그러리라고는 차마 믿을수가 없달까...)
저자는 덴마크 가정의 분위기는 대체로 자신이 겪은 것과 다르지않다고 하는데, 그것은 덴마크 학생들이 의무교육만으로 유창한 영어를 구사한다는 것이나, 근로자들은 거의 3~4시면 퇴근을 한다는 것이나, 만 18세 이후에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하고 독립자금을 정부에서 대준다거나, 만 14세 이상의 학생은 술을 살 수 있었다(최근들어 15세로 바뀌었다고 함)는 사실만큼이나 쉽게 믿기지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 덴마크에서는 현실이고 일상이라니 놀라웠고, 덴마크라는 나라의 정서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낯을 가리고, 오랜 친구와 휘게를 나누고, 싸우지않고, 거짓말을 하지않는...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는데 그런 나라가 있다니. ^^
술술 읽히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치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그 세계와 거리가 아주 멀지만 계속 알아가고 관심을 갖고 지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다보면 조금은 변화를 기대할 수 있지않을까. 물론 문제점도 많이 있겠지만, 무턱대고 환상을 갖기보다는 좋은점은 취하고 문제점은 경계하는 태도로 다른 여러 사회를 탐구해보고 싶어졌다. 그러기에 이 책은 무척 흥미롭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책이라 많은 사람들이 부담없이 읽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