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한동안 몸이 아파 책도 못 읽는 지경이었다. 그러는 사이 김영하라는 작가가 유명해졌나 보다. 그러다 최근 <살인자의 기억법>이라는 책을 읽었고, 이 작가가 궁금해졌다.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서 작가의 이름만 보고 집어온 책.





주인공의 이름은 이민수. 엄마도 없고 아빠는 얘기로도 들은 적도 없으며 외할머니를 엄마 혹은 큰이모라고 부르며 자랐다.  어느 날 갑자기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대학원까지 나와 부족함 없이 자랐던 그는 그가 누린 모든 것이 외할머니의 빚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빚쟁이에게 집을 빼앗기고 당장 그날부터 고시원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도 주인공에게는 별 변화가 없다. 이야기는 중후반부 갑자기 속도를 내며 날 것 그대로의 이 세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78쪽

"오빠는 이러니저러니 멋진 말로 포장하려고 하지만 실은 그냥 놀고 싶은 거야. 세상의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서 유유자적하며 살려는 거지. 안 그래?"





163쪽

가난한 사람은 이렇게 해서 좀 더 가난해진다. 그들은 가난을 부끄러워하기 때문에 결국 더 가난해진다. 가난을 숨기기 위해 '남들 다 하는 것'을 하고 그 '남들 다 하는 것' 때문에 빚을 지고 그 빚을 갚느라 세상의 노예로 살아가는 것이다.




빚돈으로 유지한 안락한 집에서 가짜 엄마와 평온한 삶을 살던 주인공은 고시원이라는 현실적인 공간에서부터 온라인이라는 가상 공간과 어디인지 모를 또 다른 세계를 드나들며 이 세상의 다른 이들처럼 '어느덧 누구도 쉽게 믿지 않는 사람'이 되어간다.




배경이 현실세계든, 온라인 공간이든, 그 어떤 곳이든 주인공이 속한 사회에 대한 묘사가 지나칠 정도로 현실적이라 조금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속에 작가님이 보내는 따뜻한 시선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 같아 좋았다.




모든 것이 부족했던 부모님으로부터 어떤 것이든 지원받고 자랐지만 결국 본인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던 동시대의 사람들이여,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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