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옥 소설 전집 - 전5권 김승옥 소설전집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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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훔친 여름


"러시아의 초원을 연상할 만큼 시퍼렇게 곰팡이가 깔린 방바닥에 이불도 펴지 않고 옷 입은 채로 웅크리고 앉아서 천장에서 열리고 있는 쥐들의 대운동회를 귀로 구경하며 나는 어떻게 하면 주인 할머니의 손에 들어가 버린 보증금의 돈을 그분이 쥐었다 놓친 듯한 섭섭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며 돌려받을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 문득 저 담배 얘기를 생각해냈던 것이다."


"마치 참외처럼 시골에서 여름철이면 얼마든지 볼 수 있는 평범하고 꾀죄죄한 삼십 대의 부부였다."


"나는 이제부터 그 여자에게서 뜨거운 태양을, 기름처럼 무겁고 번쩍이는 맑은 파도를, 숨찬 갯바람을, 여름을 짜낼 작정인 것이다. 마치 레몬을 짜듯이 짜낼 작정인 것이다."



60년대식


"사실, 도인이 자살을 결심한 것도 그리고 신문사에 보낸 유서를 쓴 것도 깊은 밤이었다. 그리고 깊은 밤  홀로 있을 때는 자기의 목숨이 꽤 값어치 있는 걸로 생각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낮의 거리에서 그것은 얼마나 폭락하는 것인가!"


"도인은 조잡하고 왜소한 자기의 그림자를 내려다보며 걸었다. 불빛의 위치에 따라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는 그림자를 따라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그는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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