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일하면 아무도 모릅니다 -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면 손해 보는 조직의 속성
서광원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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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니 여우니?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

-『그렇게 일하면 아무도 모릅니다』, 인식이 사실을 이길 때가 많습니다

by진순희방금

여우 하고는 살아도 곰 하고는 못 산다잖아요


『그렇게 일하면 아무도 모릅니다』를 받아 든 순간 몇 년 전에 이사 간 민석이 엄마가 떠올랐다.

명절날 시댁에 갔다 오기만 하면 분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녀가 이사 가기 10년 동안 듣는 레퍼토리가 똑같았다. 나중에는 명절 지나고 전화가 오면 부담스러울 지경이었다. 처음에는 동조도 하면서 같이 속상해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왜 번번이 똑같은 상황에 저렇게 밖에 대처를 못하는 거지?
십 년이면 업그레이드도 될 만한데 왜 저러고 살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정말 붕어빵 찍듯이 주제가 똑같았다.    


민석이 엄마를 화나게 하는 건 바로 막내 동서였다. 

민석이 엄마는 당신 남편이 장남도 아닌데 시댁 일을 도맡아서 하는 것 자체를 못 마땅해했다. 민석이 아빠가  아내의 불만을 모르는 바는 아닐 텐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가 뜻한 바대로 했다. 다른 형제들보다 2~3일은 일찍 가고 서울로 올라올 때도 다른 형제들 다 간 뒤에 뒷마무리를 하고 나서야 차에 탔다.      



민석이 엄마는 시댁에 가기 싫은 게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란다. 제일 늦게 오고 제일 일찍 가는 막내 동서가 얄미워 죽겠다고 했다. 없는 돈을 마련해서 시어머님 용돈이라도 드리려는 민석이 엄마와 달리 그 동서는 달랑 팬티 세 개 들어있는 쌍방울 상자를 들이밀면서도 시어머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게 너무나도 속이 보이고 미워 죽겠다고 했다.      



잘 오지도 않지만 혹 가다 시댁에 오기라도 하면 음식이며 산나물이며 차 트렁크가 미어터질 정도로 싣고 간다고도 했다. 

묵묵히 소처럼 일하는 민석이 어머니를 시어머님이 알아 줄만도 한데 세월이 바뀌어도 막내 동서에 대한 사랑만큼은 식을 줄을 모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어느 해는 심지어 길이 너무 막혀서? 막내네 부부가 못 왔다. 어머님을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막내동서가 밑밥을 깔았다고 했다) 자기 남편 핑계를 대며 막내 동서네는 결국 오지를 않았단다. 동서의 그런 전화를 받고도 시어머님은


 “어쩌 겄냐, 길이 막혀서 그런 걸. 본디 우리 막둥이가 에려서부터 질이 막히는 걸 못 견뎌했어야. 에미 니가 욕본다.”


 하면서 끊는데 환장할 뻔했다고. 다시는 시댁에 안 갈 거라며 돌아오는 차 안에서 민석이 아빠랑 대판 싸웠단다.      



같은 일을 하고도, 아니 도리어 일을 하지 않고도 누구는 인정을 받고 다른 사람은 인정받지를 못할까? 

그것에 대한 해답을 『그렇게 일하면 아무도 모릅니다』에서는 ‘그렇게 일 해봤자 아무도 몰라준다’며 다양한 사례와 전문가의 이론을 끌어와 보여주고 있다.   



    


내향적인 사람이 직장에서 자칫 자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일부러라도 손을 들어서 일을 맡아보는 것도 좋다고 권한다. 이때 명심해야 할 것이 보고의 원칙이란다.    


  

∙어떤 일을 하기 전에는··· “◦◦하겠습니다.”라고 하고, 
∙그 일을 하고 있는 중간중간에는···“이러저러하게 하고 있습니다.”라고 하고, 
∙그 일을 끝냈다면··· “이러이러하게 끝냈습니다”라고 해야 한다.  

- 『그렇게 일하면 아무도 모릅니다』, 53쪽     



도대체 일을 하고 있는지, 안 하고 있는지 궁금하게 만들 게 아니라 중간중간에 궁금하지 않도록 그 과정에 대한 보고를 잘해야 한다. 

“보고를 잘해 인정받는 사람은 많아도 보고에 실패하고 인정받는 사람은 없다.”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지내놓고 보니 민석이 엄마의 투덜거림이 생각이 났다. 

“아니 안 올 거면, 오지 못할 거면 중간에 전화라도 하지 말든가. 꼭 올 것처럼 해놓고 밉살맞게 결국은 안 왔다니까. 처음부터 안 오려고 계획에 있었던 거 같아. 더 황당한 것은 내가 조금만 늦게 도착해도 전화를 몇 번 씩이나 하시면서 일찍 출발하지 그랬냐며 다그치시거든. 근데 백 여시 같은 막내 동서한테는 찍소리도 못하시고 다음 명절에는 꼭 오너라 하며 끊으시더라니깐.”      



아마 민석이 엄마의 막내 동서도 출발해서 오고 있는 상황을 계속 시어머님께 알려드려서, 이를 테면 ‘보고의 원칙을 잘 지켜서 명절날 시댁에 오지 않아도 욕먹는 것을 피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민석이 엄마는 매번 명절 쇠고 오면 병이 나서 병원 신세를 져야만 했다. 피곤도 피곤이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상실감에 연례행사처럼 아팠다. 민석이 엄마 말마따나 곰처럼 일만 하고 와서는 아프기만 한 셈이다.     


 

민석이 엄마는 자기는 등신이라고. 막내 동서보다 열 살이나 더 먹었는데도 맹탕이라며, 동서가 정치적인 사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시댁에서 일을 할 때도 면소재지로 장 보러 갈 때면 먼저 차에 올라타서는 느즈막 하니 들어오고, 음식 준비할 때는 설렁설렁 다니기만 한단다. 이웃에 홀로 된 시이모 댁에 음식을 가져다줄라치면 어느 틈에 냉큼 차에 올라 시이모님께 치하란 치하는 혼자서 다 받고 온다고 투덜댔다.



더 어이없었던 것은 추수가 끝나고 시이모님께서 막내 동서네만 쌀이랑 아기 머리통만 한 감 한 상자를 따로 부치셨다는 사실이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다는 말처럼 일은 내가 다 했는데 인사는 동서가 다 받았다고 화를 냈다. 처음엔 분에 못 이기더니 나중엔 내가 멍청해서 그러지 뭐 하면서 자책을 했다.     


  

일은 입으로 하고, 성과는 관계로 낸다. 
묵묵히 일하는 것으로 성과를 내는 건 ‘바보’나 하는 것이다.

-  『그렇게 일하면 아무도 모릅니다』, 118쪽     



출처: 중앙books



묵묵히 일하는 것으로 인정받으려 했던 민석이 엄마는 끝내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인정을 시어른께 받지를 못했다. 그에 비해 민석이 엄마네 시댁 동네에서는 막내 동서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단다. 

시이모라는 성능 좋은 스피커가 막내 동서의 따뜻함을 동네방네 알리게 했기 때문이다. 

시이모는 "혼자 살아서 명절이면 너무나 외로운데 어찌 그런 걸 젊은 사람이 알고, 엽렵하게도 당신을 꼭꼭 챙긴다"며 엄청 고마워했다. 자기 시어머니 챙기기도 힘들 텐데 나까지 헤아린다며 요즘 보기 드문 며느리라며 만나는 사람마다 소문을 내고 다녔다. 



막내 동서는 시어머니나 시이모가 칭찬을 하려 들면 얼른 못하게 손사래를 치며 겸손한 척을 했단다.

민석이 엄마는 자기 동서에 대해 모든 게 다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막내 동서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윗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처신을 잘한다고 인정을 받았다.     

 


책에는 조직의 생리와 상사의 마음을 잘 알라고 조언을 한다. 

우리나라의 회사 문화는 농촌 문화와 비슷하다는 특성이 있단다. 문화 인류학자인 조지 포스터는 이런 사회는 “지극히 공동체주의적인 것처럼 보였지만 관찰을 하면 할수록 자기 중심주의적이고 개인적인 성향이 강했다”라고 했다. 이와 같은 사회에서는 주목받거나 나서는 걸 꺼렸다. 남들의 입방아에 오르지 않도록 능력이 있어도 눈에 띄지 않아야 했다. 설사 눈에 띄게 되면 겸손해야 하고, 무엇보다 함부로 나서지 않아야 됐다.   



자기 자랑도 하지 않지만 상대방 칭찬도 하지 않는 거, 남의 능력이나 공을 흔쾌히 인정하지 않는 문화도 한국의 회사 문화와 비슷하다고 일갈한다.  

『그렇게 일하면 아무도 모릅니다』는 회사 생활을 지혜롭게 잘 해내기 위한 '슬기로운 회사 생활'에 관한 책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삶에 적용할 수 있다.  

    


일을 잘하는 것이라 것은 사실'이고 일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인 '인식'이다.

연구에 의하면 인식이 사실을 이길 때가 많단다. 인식이 믿음이 되면, 잘하는 것으로 믿어버리면 그때부터는 살아가기가 수월할 것이다. 



민석이 엄마처럼 늘 열심히, 묵묵히 일해 왔지만 정작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인식되지 못했기 때문에, “제대로 기억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책 표지의 말처럼 

곰처럼 살 것인지 여우처럼 살 것인지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은 어느 쪽에 해당하는가요?          



출처: Pixabay






이 책은 독서모임 성장판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저의 주관에 따라 썼습니다. 


  #독서모임성장판 #짧고좋은글귀 #오늘의한줄 #독서 #독서모임 #필사 #필사노트 #필사스타그램 #책필사 #손글씨그램 #손글씨맛집 #책추천 #책소개 #메모독서 #책스타그램�#북스타그램�#독서스타그램 #띵언 #독서기록 #독서기록장 #지금읽고있는책 #중앙북스 #그렇게일하면아무도모릅니다 #서광원#직장인필독서#조직관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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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끝내는 노션 NOTION - 일잘러들의 생산성 향상 비법, 개정판
피터 킴.이석현 지음 / 애드앤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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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션은 이제 더 이상 ‘옵션’이 아니다

프로파일 큐티 라라 ・ 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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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한 권으로 끝내는 노션』을 읽고 뜬금없이 아놀드 토인비가 언급한 ‘창조적 소수’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아놀드 토인비는 국가가 아닌 문명으로 역사 연구의 기본 단위로 설정했다. 그동안의 역사 서술과는 방법을 달리해 기록과 과학과 이야기인 예술의 형태로써 역사적 사실에 접근했다.

특히 몇 가지 가설을 세워 문명 중심의 역사를 이해하려고 했다.

『역사의 연구』에서 방대한 사료를 바탕으로 가설을 검증하려 했다. 예를 들면 ‘도전과 응전’ 및 ‘창조적 소수와 대중의 모방’의 개념을 통해 문명의 발달과 성장 및 쇠퇴의 요인들을 밝혀냈다.

토인비는 환경의 도전에 성공적으로 응전하는 인간 집단만이 문명을 발생시켰음을 다양한 예시를 들어 설명했다. 도전의 강도가 적절할 때 응전의 성과가 나타난다. 응전으로 인한 문명이 성장하기 위해 창조적 소수자들이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성공적으로 응전을 이끌기 위해서 ‘모방’을 통한 다수의 대중들의 힘이 결집해야 한다. 이때 모방의 방향이 창조적 소수에게로 향할 때 문명이 지속적으로 성장한다고 했다. 모방의 방향성이 선조들과 구세대를 향한 모방에 그칠 때 인습이 지배하게 되고 발전적인 변화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생산성 앱의 최강자, 노션은 창조적 소수자가 개발한 앱이라고 할 수 있다.

노션은 노트 앱이 가진 기능을 하나로 그것도 완벽하게 통합시켰다.

‘노트 앱의 최강자’라는 저자의 말답게 일 좀 한다는 사람들은 이 노션을 다 사용하고 있다.

일정 관리는 물론 프로젝트 칸반 보드, 갤러리 등은 물론 협업 기능까지 있다. 게다가 사용자가 자유자재로 화면을 꾸밀 수 있다.

노트앱의 최강자인 ‘노션’은 쉽고, 예쁘고, 빠르기까지 하다.

출처: 애드앤미디어

『한 권으로 끝내는 노션』은 『메모 독서법』의 신정철 작가도 적극 추천하는 책이다.

경험수집잡화점’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피터 킴 작가와 ‘공대생의 심야 서재’를 운영하고 있는 노션 전문가 이석현 작가가 공동 집필했다. 생산성 분야의 ‘창조적 소수자’할 만한 저자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담아낸 책이다.

메모는 메모장이나 notepad, Google Keep이나, Evernote, Workly 또는 Google docs노션. Workflowy, Google docs를 사용한다. 이렇게 많은 서비스를 사용한다. 그런데 노션 하나만 있으면 그동안 여러 개의 서비스를 사용해왔던 것을 한 큐에 다 해결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노션은 all- in- one work space이다.

작성하는 회의록이나 메모, 팀별 데이터베이스 구축까지 노션 하나로 할 수 있는 그야말로 신세계이다. 게다가 Evernote, Google docs, Treool, Word, Workflowy 등의 모든 데이터를 끌어올 수 있는 가져오기(import) 기능도 있어 데이터 이사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노션의 "있어빌리티"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군주는 인자함, 신의, 신앙심 등을 모두 갖출 필요는 없다 하더라고,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노션은 데이터만 넣어주면 아주 고급지고 예쁘게 만들어서 보여준다. 전문적일 뿐만 아니라 세련되게 보이기까지 한다.

노션을 써야 하는 2가지 이유

1. 정보는 ‘한 곳에 모아서 처리’가 기본입니다. 노션을 그것을 가능하게 해 줍니다.

2. 노션은 예쁩니다. 데이터만 입력해주면 꾸미는 건 노션이 해줍니다.

-『한 권으로 끝내는 노션』, 26쪽

아주 있어 보이게 만들어 주는 데다 노션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블록의 개수에 상관없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 마음껏 활용할 수가 있다.

『한 권으로 끝내는 노션』은 초등학생들도 실버 세대들도 따라 해 볼 수 있도록 아주 쉽게 정리되어 있다.

노션 설치하고 가입해 실제로 해볼 수 있도록 하나하나, 세심하게 정리되어 있어 따라 하다 보면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다. 노션을 안 할 이유가 없다.

노션은 하나의 데이터를 표, 보드, 갤러리, 리스트, 캘린더처럼 5가지 보기 형태를 제공한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1부가 노션 들어가기로 기본 적인 설명을 했다면 2부는 노션 따라 해 보기로 기본 블록 만들기부터 노션에 여러 개의 보기 만들기까지 자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3부는 실전 예제 따라 해 보기로 구성이 되어 있고 4부는 노션을 더 잘 쓰기 위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단계별로 순서에 맞춰해도 좋고 매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것부터 먼저 해도 괜찮다.

노션에 여러 가지 기능이 많지만 자신에게 꼭 필요한 기능만 적용해도 아주 훌륭하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할 수 있다.

다음은 이 책을 읽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노션을 한 번 적용해 본 것이다.

https://www.notion.so/SUNI-41c25302eca14195bac63b3a6ce1645b

이렇게 예쁘게 '있어 보이는' 모객 이벤트를 만들어봤다.

사람은 익숙한 것에 길들여져서 새로운 것을 바꾸는 데 주저한다. 하지만 토인비의 말처럼 환경의 도전에 긍정적으로 응전하는 사람만이 개개인의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

창조적 소수자들이 만들어놓은 노션을 부담감 갖지 않고 익힌다면 지금 보다 더 나은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노션 쓰기를 주저하고 있는 당신에게 저자의 말로 마무리를 하고자 한다.

“노션에 관심이 있지만,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머뭇거리는 당신에게

이 책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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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손미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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엮인 글: https://bit.ly/3kbDYre





손미나 작가의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를 받아 든 순간 김보통 작가의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가 떠올랐다. 그 뒤에 나온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의 <신대방역의 풍경>을 의미 있게 읽은 터라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는 말이 “아직, 불행하지 않다”는 말로 들렸다.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는 아버지가 그토록 원하던 대기업 취업했지만 그곳에서 도망쳐 나와 빈곤의 나락까지 경험한 그의 분투기인 셈이다. 그가 바라는 것은 불행해지지 않는 것이다. 그저 지금 불행 하지 않기 위해 오늘의 불행으로부터 도망친다.


      


그는 퇴사 후에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불안감에 빠지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지금 할 수 있는 즐거운 일들을 하겠다고 말이다. 어릴 때부터 미술 상을 휩쓸었던 재능으로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사람들의 프로필 사진을 그려준다. 그러다가 만화가가 된다.      



김보통 작가는 “오늘 당장 싫은 사람을 만나지 않고, 원치 않는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매일매일 불행에서 도망치는 것이 내겐 더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고래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고 바다를 벗어나기 위해 애쓰지도 않는다. 그저 새우로서 살아가기를 고집한다.  싫은 것들을 피하며 가능한 한 즐겁게. 불행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되뇌며 다행히 아직도 불행하지 않다고 고백한다.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도 결국은 불행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다. 

1세대 N 잡러라고 부를 만큼 다재다능한 손미나 작가에게 어느 날 “나는 행복하지 않다.”라는 감정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공교롭게도 태국의 아름다운 리조트에서 말이다. 


대학 다닐 때부터 ‘계획녀’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열정적으로 살아온 작가에게 느닷없이 찾아온 부정적인 감정이었다. “더 잘해, 더 노력해”라고 결심하면 할수록 더 불행해지는 느낌은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복병이었다.      

 



급기야 호텔 측에 문의를 해 루드라라는 구루와 개인 면담을 하기에 이른다. 

그의 설명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인간을 해석하는 방법 중 하나인 ‘정신 mind', '마음 heart', ’ 몸 body',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 존재로 보는 것이 있다. 정신은 성취에 관여하기에 자기 계발, 책임 완수, 사회생활에서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절대 만족을 모른다는 단점이 있는데 정신은 한 번 강해지기 시작하면 통제가 어렵다.    


 

마음은 욕심이라곤 없고, 아주 작은 일에도 만족을 한다. 단순한 데다 조금만 신경을 써줘도 쉽게 기뻐한다. 쉽게 만족하는 대신 상처도 잘 받기에 주기적으로 관심을 갖고 보살펴야 한다.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에서 이야기하는 마음챙김mindfulness이 필요한 이유다. 

몸은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주면 정신이나 마음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한다.      


마음이 원하는 건 성공이나 성취 바람직하고 모범적인 일과는 거리가 멀어요. 
쉽게 만족하는 대신 상처도 잘 받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관심을 표현하고 다정하게 대해줘야 해요.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37쪽     



Human Working이 아니라 Human Being으로 


지금 불행하지 않기 위해 음미하는 삶이 중요하다.

<음미하는 삶> 편에는 코스타리카 생활 7년 차인 필라테스 강사 타리나와의 이야기가 나온다. 요하네스버그 출신의 그녀가 영국에서의 화려한 삶을 즐기던 중 남자 친구의 엄마로부터 조언은 가히 충격을 넘어 소름이 돋는다.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기 때문이다.     


      

"인간을 왜 '휴먼 빙'이라고 하는지 아니? 

'being',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거야. 근데 넌 그거로는 부족해서 자꾸 뭔가를 손에 더 넣어야 한다는 듯이 살잖아. 네 삶엔 너무 여백이 없어. 잠시 쉬면서 너의 존재를 음미할 틈이 없으니 늘 허기가 지겠지. 우린 '휴먼 워킹'이 아니라 '휴먼 빙'이란 말이야. 

그렇게 발버둥 치지 않고 자신의 존재 안에서 의미를 찾을 때 진짜 행복해질 수 있단다."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129쪽

    

 

런던의 화려한 생활을 접은 타리나는 두 시간씩 필라테스를 가르치며 살고 있는데 쓸 일이 없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런던에서라면 상상할 수 없었던 많은 시간과 자유를 얻었다고도 했다.



예전 수유공간 너머가 분화되기 전 남산에 있을 때 니체 전공자 고병권 박사에게 수업을 들었다. 코뮌 형태로 운영되는 곳이어서 그곳에서 생활을 하며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고박사의 형 이야기를 하며 대기업 다니는 형이 그 많은 월급을 받고 있음에도 1년에 저축하는 액수는 고병권 박사와 비슷하다고 했다. 

    

 

공동체 생활을 하기에 싱싱한 먹거리로 음식을 섭취함은 물론 수유공간 너머에서 생계가 다 해결이 됐다. 공부하고 가르치다 보니 쓸데없이 나가야 하는 돈이 없었다고 했다. 타리나처럼 적게 벌지만 쓸 일이 없기에 온 가족이 소소한 기쁨을 누리며 정서적으로도 풍족하게 살고 있었다.    



소소한 현재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마음의 습관인 ‘음미하기 savoring'는 『굿 라이프』에서도 언급한. 작은 것도 귀하게 여기는 행복한 삶의 기술이다. 이는 소소한 즐거움들을 더 자주 경험하려고 일상을 재구성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랑게르한스 섬의 오후』에서처럼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과 같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 등 소소하게 음미하는 것을 말한다.      



번 아웃되기 전에 미니 휴가로 



구루 루드라는 일상으로 돌아가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저자의 질문에 아주 간단하지만 매력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바로 ‘미니 휴가’다 

일에 몰입하다 지쳐서 나가떨어질 때쯤 큰 포상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매일 한 번씩 휴가를 떠나는 ‘미니 휴가’를 권한다.      


미니 휴가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도 예시로 나온다. 

강도 높은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들에게 잠시 일을 멈추고 하루 딱 5분의 시간을 내게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도록 했는데 스트레스 호르몬의 수치가 30퍼센트가 줄어들었단다.      



하루 중 잠깐의 시간을 내어 산책하거나 명상을 하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단 5분만이라도 하늘을 바라보는 미니 휴가를 즐기라고 조언한다.      


우리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마음 챙김이란 억지로 현재의 순간에 정신을 집중하는 것과는 달라요. 그보다는 현재 시점에서 집중하되 현재에 머물고 있는, 혹은 일어나고 있는 모든 내외적인 요소와 존재, 감정, 자극 등을 아무런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240쪽     



이어서 “현재에 집중하는 훈련은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에 빠질 위험을 줄이고”, “성공에 집착하거나 관계 속에서 지나친 사랑이나 실망으로 방황하는 일도 줄어들”거라고 예단한다.      

사실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의 내면세계에 한해서일 뿐이다. 

나 자신과의 관계에 정성을 쏟는 것, 시작은 내게 친철하기부터다.   

    


나에게 선언한다. 불안함 대신에 평온함을!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의 대사로 마무리를 한다. 

현재의 순간을 즐기는 Carpe Diem을

그 누구도 아닌 자신 만의 걸음을 걸어라.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거라. 




이 글은 독서모임 성장판 활동으로 위즈덤하우스에서 책을 지원받아 읽고 썼습니다.     

본 글은 저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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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
안건 지음 / 하모니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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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참으로 좋은 것이 행복"이라고 했다.

by진순희Sep 20. 2020

https://brunch.co.kr/@nangrang77/225

행복에 관하여


사람들은 행복하기를 꿈꾼다. 코로나 블루처럼 삶을 팍팍하게 만들수록 더 많은 행복을 원한다. 

지금이나 고대 그리스 시대 때나 행복하게 사는 것이 관건이었나 보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참으로 좋은 것이 행복"이라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행복에 관한 정의를 명쾌하고도 고귀하게 내린다. "행복이 과연 무엇인지를 보다 더 명백히 탐구해야 한다. 아마도 이것을 위해 우리가 인간의 고유한 기능을 파악하면 된다"라고 하였다. 이성적 활동은 인간에게만 있는 고유한 능력으로 인간에게 참으로 좋은 것은 이성적 활동인 영혼의 활동이라고 했다. 



그는 인생의 궁극적 목표인 행복(에우다이모니아 eudaimonia)이 이성적 사고인 사유 기능을 탁월하게 발휘하는 것이라고 설파한다. 최상의 좋음이 행복인데, 이를 성취하기 위한 조건으로 성취 가능해야 하고 완전해야 하고 자족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에 따르면, 핀란드는 사람이 살아가기에 편안하고, 공정한 기회가 제공되며, 국민들은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사회에 무한한 신뢰를 갖고 있는 나라이다. 그래서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자족하며 ‘행복’해 한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는 안건 작가가  14개월 동안 핀란드에서 교환 학생으로 활동했던 경험을,  특히 "핀란드의 교육"에 관한 생각을 펼쳐낸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핀란드 국민은 행복감에 젖을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언급했듯이 행복의 조건은 성취 가능해야 하고 완전하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핀란드는 국민들이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도록 준비가 되어 있는 국가다.  



핀란드는 현재까지 3년 연속 World Happiness Report 기준으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이다. 주관적인  만족도는 물론 경제력, 사회적 지지, 건강한 기대 수명(Healthy life expectancy),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자유 (Freedom to make life choices), 관용(Generosity) 그리고 부패 정도(perceptions of corruption) 모두, 행복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 높은 신뢰도를 지니고 있다. 



핀란드에서 학생들은 무상교육과 자라면서 받은 많은 복지제도를 잊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성인이 된 이후 정부를 믿고 기꺼이 높은 세금을 낸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 101쪽 






핀란드가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된 이유를 저자는 교육을 꼽는다.  

한 번 삐끗하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든지, 아니면 놓쳐버린 기회를 다시 얻는데 많은 제약이 있는 나라와 달리 핀란드에서는 언제든 공부를 새로 시작할 수 있다. 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다른 것에 도전할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가 모두 무료라는 점이다.      



핀란드에 대해 부러운 게 한 둘이 아니다. 핀란드 학생에게 집은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수준으로 제공된다. 

핀란드 북구 학생 주거 재단이라고 일컫는 PSOAS는 5,500개 이상의 학생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오울로의 학생들을 위한 주택 서비스를 목적으로 한 비영리기관에 해당하는 데,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이윤을 챙기지 않는다. 부동산 겸 건물주 집단도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아파트를 제공한다. 보증금 50만 원에 월 30만 원 내외의 금액으로 침실과 거실, 주방을 갖춘 14평 정도의 집에서 살 수 있다.    

   


핀란드인의 경우 모든 서비스가 사실상 무료다. 학생에게는 60~80만 원 정도 국가에서 보조를 받는데 집세도 30~40만 원 정도 내고 남는 돈 30만 원으로 생활비로 충당하면 된다. 대학의 교육비가 무료여서 딱히 돈이 들어갈 일이었다. 한국의 청년들이 졸업과 동시에 학자금 대출 빚에 허덕이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게다가 핀란드 대학에는 유치원까지 있어서 아이를 편하게 맡길 수 있다. 부모가 공부하는 동안, 아니면 대학에서 일을 하고 있는 동안 아이는 안전하게 보호받는다. 이런 나라에서라면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저출산도 핀란드처럼 하면 바로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경쟁이 없는 학교     



핀란드는 사회 안전망이 촘촘하게 잘 되어 있어 학생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복지 제도가 잘 갖춰져 자신의 관심사를 반영해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 화이트칼라 직업과 블루칼라 직업의 평판이나 경제적인 차이가 크지 않기에 자신의 진로를 정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당연히 본인의 특기나 적성에 맞춰서 한 것이기에 스스로 만족하는 경향이 크다. 핀란드는 다양한 직업학교가 있는데 이들 학교의 질 또한 좋다. 자신의 거취를 정해 공부하는 중간에도 얼마든지 다른 길로 바꿀 수 있다. 



 

한국에서는 시험 점수가 학생들에게 부여하는 정체성의 증거라면 핀란드의 평가 방식은 질투가 날 만큼 적용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학교는 학생 스스로 세운 목표를 얼마나 잘 달성했는지에 따른 등급만 매긴다. 따라서 개인의 정체성이 학업 성취도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결과보다는 그간의 노력이나 과정을 칭찬해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캐롤 드웩 교수가 정의한 고정형 사고방식(Fixed mindset) 보다는 성장형 사고방식(Growth mindset)을 학생들에게 부여해야 한다. 왜냐하면 고정형 사고방식의 학생들은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면 그것을 고난이나 시련, 방해 요소로만 보아 기피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성장형 사고방식의 학생들을 똑같이 어려운 상황이어도 이것을 넘어서야 할 도전으로 받아들인다.      



개인 공간 중시

                                                                                                          

출처: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c7f500fe4b0e62f69e7a430



위의 사진은 핀란드의 버스 정류장 사진이다. 핀란드 사람들은 각자 개인의 물리적 공간을 존중해 가까이 가지 않도록 한단다. 사람들 간의 물리적 공간을 중요시해 최대한 멀리 떨어지려는 사회적 거리를 보장한다. 서로의 사생활을 캐묻지 않는 정서적 공간 역시 보호한다. 혹시 말하고 싶지 않으면 말하지 않기로 선택하면 된다. 



『필경사 바틀비』의 바틀비가 “하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말로 작업지시를 거부하는 것처럼 말하기 싫은 건 언제든 거절할 수 있다.      

뭔가 정보나 정서를 공유해야만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을 때는 그냥 안 해도 되는 쿨한 태도가 용인이 되는 사회다. 




항상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면도를 하든 말든, 어떤 옷을 입든, 머리를 어떻게 하든, 피어싱을 얼마나 하든, 채식주의자이든 육식주의자이든, 동성애자이든 양성애자이든 미주알고주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생각보다 나의 존재에 대해서 매번 설명해야 하는 것, 피곤한 일이다.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 '개인 공간 중시',  43쪽 



행복하게 살려면 나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성취 가능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교육의 기회가 동등하게 부여되고 언제든 새롭게 도전할 수 있으면 당연히 성취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다.  함부로 남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고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상관하지 않는다. 각 개인의 공간이나 정서적인 면도 보장받는다. 개인의 안녕과 행복을 가장 중요시하는 사회라면 당연히 자족이 가능하다. 이런 나라에서는 행복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 더더군다나 타인과의 경쟁보다는 자신의 목표 달성으로 평가받는 나라에서는 더더욱 행복할 수밖에 없다. 핀란드를 부러워하는 이유이다. 














핀란드에서 나무 키우는 법               


진순희 



해질 무렵 고수부지

게으른 태양은 서산을 넘지 못하고

석양빛 강물 위로

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내 영역을 지키겠다는 듯   

붉으스름하게 평수를 넓히며

노을로 변신하는 중이다    

 

때 이른 출항 채비로 

동쪽 하늘 위 솟은 낮달

후광 같은 햇무리의 주변을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다

     

같은 하늘 아래 늦된 해는

자그마한 달을 비추고

올된 낮달은 태양과 어깨걸이를 하고 있다      


뒤쳐진 나무도 기다려주고

햇볕과 양분을 골고루 주어서

제 자리 잡고 서게 하는

핀란드식 아이들 교육이 부럽다


출처: https://yj-sfile.khan.kr/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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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귀 맞은 영혼 - 마음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방법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장현숙 옮김 / 궁리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선우: 말해봐요. 저한테 왜 그랬어요?

강 사장: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위의 장면은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에 나오는 대사이다. 영화 속 인물인 선우(이병헌)는 호텔 매니저로 일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조직 폭력배 보스 강 사장(김영철)의 오른팔이다. 강 사장의 크고 작은 일을 해주는 해결사이기도 하다. 절대 권력을 지닌 보스에게도 고민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우리와 종이 다른” 아이라고 칭한  젊은 애인 희수(신민아)이다. 희수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는 의심을 가진 강 사장은 자기가 없는 3일 동안 선우에게 그녀를 감시하라고 한다. 만일 사실이면 ‘처치하라고까지 명령하며 강 사장은 자신의 사랑관을 들먹인다.      

“내가 속고는 못 살잖냐. 속아서 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야, 인마”      


출처: 네이버영화



심심하다 싶을 정도로 평온한 일상이 지나는가 싶었는데 웬걸 미행 사흘째 희수가 다른 남자와 있는 현장을 급습한다. 평소 냉정한 일 처리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던 그에게 온 한 순간의 망설임. 선우는 없었던 일로 하자고 “기회를 줄게”라는 말로 희수에게 제안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 거 아니잖아요. 지워지는 거 아니잖아요.”라고 희수는 말한다.   

   

돌아온 보스는 희수에게 곧장 달려가는데 이미 마음을 빼앗겨 버린 선우는 희수에게 계속 연락을 한다. 보스와 함께 있는 희수는 전화를 받지 않고 보스는 희수의 심경 변화를 눈치챈다. 결국 강 사장은 선우를 제거하기로 손을 쓴다.     


도대체 뭐 때문에 흔들린 거냐, 그 애 때문이냐?     


대답 대신 선우는 유리창에 비친 자기 자신을 바라본다. 보스의 여자를 사랑해 나락으로 떨어진 선우는 이후 조직 전체를 상대로 전쟁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엔딩 부분에서 총에 맞은 선우는 희수에게 전화를 건다. 전화기는 손에서 떨어지고 전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희수를 생각하며 웃는다. 나무는 흔들리고 희수의 음악을 듣는다. 죽음의 순간을 맞는 선우의 앞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때로 사랑은 한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한다. <달콤한 인생>에서처럼 보스가 느낀 모욕감으로 인해 선우의 생명이 위협당한다. 모욕감은 실제 선우의 죽음으로 상쇄된다. 모욕감은 좌절감이나 불안감, 분노 수치심 등과 같이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마음이 상한 것을 책에서는 영혼이 따귀 맞았다는 표현을 했는 데, 그 책이 바로 『따귀 맞은 영혼』이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사회적 거부이든 정서적 거부이든 그것으로 인해 모욕감을 느끼는, 내상을 입은 아픈 영혼들의 상처에 대해 말을 한다. 저자는 “마음을 다친다는 것은 마음에 따귀를 맞는 것과 같다”라고 묘사한다. “이는 우리 얼굴 위로 떨어지는 주먹질, 그래서 우리의 마음에 깊은 아픔을 주는 일격이나 다름없다”라고 말한다.       




이 책의 저자인 배르벨 바르데츠키는 현재 뮌헨에서 심리치료사이자 수련 감독자로, 치료사 전문과정 교수로서 활동 중이다. 비난, 배척, 거절, 따돌림 또는 무시 같은 것들은 스스로의 “가치가 깎인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는 데서 치명적이다. 저자는 내담자들과의 심리치료 체험을 바탕으로 모욕감이란 단순히 욕설이나 비난 같은 적극적인 형태로 표출되는 것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당연히 이해받을 것이라 기대했던 곳에서 자신의 기대만큼 사랑이나 인정, 협조를 받지 못하는 상태 역시 우리의 마음에 예리한 상처를 입힌다.     

 

각인된 상처는 개인의 건강한 자존감을 뒤흔든다. 흔들리고 망가지면서 발생하는 마음의 염증은 우리 마음의 면역 체계를 깨뜨린다. 어지럽고 혼란해진 면역체계는 현재에 일어나는 일상의 온갖 사건은 물론이고 과거에 있었던 일까지 소급해 전에 없던 강력한 힘으로 다가오게 한다.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공격적인 것 못지않게 마음의 상처를 낳는다. 이로 인한 우울한 정서는 겁에 질려 급기야는 상대에게 대항하기를 포기하고 지레 물러나서 숨을 곳만 찾게 한다.      


마음상함은 자기 자신을 온전하고 한결같은 존재로 경험하지 못하도록 우리의 감정에 상처를 입힙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깊은 불안에 빠지게 되고, 무력감과 실망 · 고통 · 분노 · 경멸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상처 받은 마음은 상대로부터 완강히 돌아서서, 복수와 응보應報를 끊임없이 궁리합니다.    

- 『따귀 맞은 영혼』, 22쪽     


『따귀 맞은 영혼』의 저자 배르벨 바르데츠키가 상담할 때 이론적 토대로 삼고 있는 것은 '게슈탈트 심리학'이다. 게슈탈트 심리학 이론에서 이러한 현상을 체험의 '접촉 주기 장애'라는 용어로 규정짓는다. 외부로부터 자극이 왔을 때 인간은 그것을 자신에게 의미 있는 욕구(게슈탈트)로 형성하여 인식한다. 인식한 그 순간부터 자기 안의 에너지를 있는 대로 끌어모아 이 욕구를 해결하는 데 전력투구를 한다. 마침내 욕구가 채워지게 되면 있었던 게슈탈트는 해체되고 그 욕구는 인식 저 너머의 배경으로 물러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 가지 체험이 완성된다.    

   

게슈탈트는 생성되고 해체되는 일련의 과정을 겪는다. 이 과정에서 특히 자신의 힘으로 성취했을 때 자아는 만족감을 크게 느끼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자신의 인성을 살찌우게 해서 앞으로 맞게 될 고난이나 괴로움과 같은 다른 변화에도 열린 태도를 취하게 만든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가 게슈탈트의 생성-해체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때가 있다. 해결되지 않은 게슈탈트는 내면에서 떠돌게 된다. 그렇게 되면 체증에 걸린 것처럼 자신의 체험을 소화해내지 못하게 된다. 점점 자기 자신과 유리되는 삶을 살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들어가는 말에서 언급했듯이 “게슈탈트 심리 치료의 목표는 스스로 책임을 떠맡도록 돕는 것”이다. 내담자 스스로 ‘잃어버린’ 자신의 부분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숨어서 존재하던 감정이나 욕구, 능력 같은 잃어버린 부분과 만나도록 해준다. 그런데 자신의 진정한 욕구를 인식하지 못하면 게슈탈트의 생성-해체 과정은 마무리될 수가  없게 된다.      


게슈탈트 심리 상담에 따른 치료의 초점은 내담자에게 이 '해결되지 못한' 욕구를 찾아내어 해소하도록 하는 데있다. 게슈탈트의 생성-해체 과정을 완결시키지 않은 채 이별을 과감하게 실행했다 하더라도 우리의 마음은 그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참된 의미의 새 출발이 이루어질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접촉을 끊지 않으면서” 자신의 마음이 상했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고백하고, 납득시키고, 일정한 거리를 두며 접촉을 계속할 때 그것이 마음의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 한다.      


마음상함에서 벗어나는 방법     


마음상함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자신의 감정과 직접 대면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과거의 상처에 두려움 없이 대할 수 있을 때, 새로운 시각으로 사람을 대할 수 있게 된다. 자신에게만 집중했던 시각에서 타인과 공감하고 이해하는 관점을 보일 때 자신의 감정에 매몰되는 것을 피할 수 있게 된다. 마음을 열어놓음으로써 오히려 마음 상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이럴 때 마음상함에서 탈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보스 강 사장이 자신의 감정과 직접 대면할 수 있는 용기만 있었어도 선우의 희생이 필요하지 않았으리라.      

“속아서 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젊은 여인을 향한, 다 늙은 남자의 말은 차라리 사랑을 구걸하는 절규로 들린다. 속아서 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자신이 쏟은 만큼  희수의 자신을 향한 사랑에 확신이 없던 강 사장에게 선우의 희수에 대한 사랑은 용인할 수 없는 모욕감을 주었다. 그랬기에 선우는 죽음으로써 자신의 생명을 제물로 바쳐야만 했다.    

  

우리는 언제 따귀 맞은 영혼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위엄의 손상’을 입어 선우를 죽여야만 했던 강 사장 이하 모욕감을 자주 느끼는 우리에게 『따귀 맞은 영혼』에 있는 표현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늙어가는 것은 겁쟁이들의 몫이 아니다”라고 베테 다비스 Bette Davis는 말한 적이 있습니다.     


현실을 마주하고 능동적으로 현실에 대처해갈 용기를 이뤄낼 때에만 우리는 우리가 당한 일, 우리에게 충격을 준 일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 그래야만 마음상함이 우리의 삶에 독을 퍼뜨리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습니다.   

-『따귀 맞은 영혼』,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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