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슈 리의 아들 현규.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냄새와 관련된 것을 떠올리다 보면 항상 이 문장부터 생각이 났다.
여고생 숙희는 엄마와 재혼한 교수, 뮤슈 리의 대학생 아들인 현규에게 사랑에 빠진다. 여기까지만 해도 흥미진진한데, 그에게서 비누 냄새까지 난다고 해서 당시 여고생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현규에게서 나는 비누 냄새는 분명 ‘다이얼 비누’ 일 거라며 오빠들이 다이얼 비누로 머리를 감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도 다이얼 비누 냄새가 나는 듯하다.
이렇듯 ‘후각’은 시간이 지나도 뇌에 각인되어 있다.
“후각은 생물의 진화과정에서 가장 먼저 발달한 원시적이고 신비한 감각”이라고 『후각과 환상』에서 한태희 작가는 말한다. “의학자가 걷고, 맡고, 기록한 세상의 냄새들”이란 부제를 단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Ⅰ부 <향의 기원>에서는 중동 & 북아프리카를, Ⅱ부 <향의 진화>에서는 유럽을, Ⅲ부 <향과 나>에서는 아시아를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