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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평점 :
판매중지
표지가 예쁜 책이다. 옅은 분홍색의 깔끔한 그래픽과 광고에 마음이 끌렸다. 책이나 사람이나 겉으로 판단하면 안되지만 살까말까 고민했다. 결국 열대야를 핑계삼아 전자책을 결제했다. 전자책의 아주 약간 저렴한 가격은 사기에 애매한 책을 사는 데에 죄책감을 덜어준다.
내가 이 책을 살까말까 고민했던 것은 여느 미국 소설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자극적인 제목, 다소 뻔한 전개, 몇 건의 살인, 그리고 독자를 살짝 멘붕에 빠트리는 결말까지. 다 읽은 이후 결과적으로 그것과 다를바 없다는 걸 알았지만, 읽는 동안 흥미진진한 전개는 그걸 다 메우고도 남았다.
이 소설은 `설마 죽이기까지 할까?`하고 상상하는 독자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그 상상을 소설 속에서 실현하고 그걸 뛰어넘는다. 쫓기지 않는듯 하다가 쫓기고, 다시 빠져나가고, 악어의 입 속에서 끝난 듯한 결말까지. `설마`는 조마조마한 아가리를 벌리고 독자의 뒤를 쫓는 듯했다.
놀라웠던 점은 릴리가 성추행범에 대해 느끼게 되는 심리묘사였다. 사실상 그것은 소설이기에는 너무나 일상적으로 겪게 되는(성추행이 너무 여기저기서 당연하다는 듯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감정들이다. 솔직히 한국에서 변태 한 번 만나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세심한 묘사는 성추행을 당한 후에 부글부글 끓었던 감정들을 그대로 옮겨적어준 것 같았다. 성추행을 당하고 난 뒤에 느끼는 끔찍한 기분은 그렇다치고, 그저그렇게 살아갈 뿐인 나나 여타 여성들은 실천에 옮기지 못할 살인을 주인공은 약간의 긴장을 가지고 태연자약하게 수행한다. 마치 요리를 하듯.
마스터셰프코리아도 아닌데, 죽이는 자와 죽이는 자의 경합은 거짓말처럼 벌어지고, 나름의 열린 결말은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살인자를 이해할 듯한, 그러면서도 살인하는 자의 도덕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만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