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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의 최후 북멘토 그림책 14
난주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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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의 원동력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생기는 일

아이가 커갈수록 잔소리의 총량이 점점 늘어만 간다.

알아서 하면 참 좋을텐데, 하는 마음이 있다보니 나의 눈매는 점점 매서워지고 목소리 톤은 올라가기만 한다. <잔소리의 최후>의 엄마 안경을 보고서 웃음이 나왔던 것은 바로 이 ‘올라가는 눈매’를 표현했다는 점이 눈에 바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작가도 이 눈매를 겨냥했던 걸까?


아이가 낑겨있는 잔소리 목록 중에 내가 하지 않은 말이 없다.

아, 딱 하나 “야채도 먹어야 키 큰다”를 한적은 없다. 대신 “고기를 먹어야 살찐다.”를 할 뿐. 아들이 채소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부러운 눈빛을 받곤 하는데 고기 많이 먹는다는 아이들에 비해 마르고 작아서 그저 속상할 따름이다.

모든 엄마의 마음이 같은 걸까? 아이들이 원래 그렇다는 말은, 좀 기다려줘야 한다는 결론으로 가야할텐데 현실에서는 마음의 여유가 1그램도 없다. 그저 눈앞의 아이가 답답하고, 마음에 안 들어서 재촉하게 되어버린다.

아이의 반항이 시작되었다.

엄마를 향한 잔소리!

오박사님이 하셨던 말이 떠오르는 장면이다. 아이들이 상담 받으러 와서 억울하듯 토로한다는 이야기.

"맨날 제가 잘못했다고 혼나는데, 엄마아빠도 잘못할 때 있잖아요! 잘못해도 혼나지 않잖아요!"

그런 아이들의 마음이 반영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만나는 진실의 순간. 잔소리의 이면에서 마주하는 애정의 시선을 아이가 스스로 깨닫게 된다.

이 장면에서 울컥 하고 뭉클함이 터져버렸다. 나의 시선에 담긴 목적, 그 원동력이 무엇인지 아이는 새롭게 깨닫게 되고 나는 새삼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잔소리를 하는 이유를 다시 바라보게 되니 엄마는 조금 더 부드럽게 말하게 되고 아이는 조금 더 귀에 담아보게 된다.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간 나의 첫째 또한 잔소리가 늘어간다. 엄마가 하는 잘못이 어쩜 그리 눈에 밝게 들어오는지, 잘못 말 한건 또 어쩜 그리 올바르게 고쳐주는지. 어느것 하나 틀린 말이 없어서 내 입에서도 말줄임표만 늘어간다.

그만큼 아이도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 또 성장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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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과 작업 2 - 나만의 방식으로 엄마가 되기를 선택한 여자들 돌봄과 작업 2
김유담 외 지음 / 돌고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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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를 출산하고 조리원에서 읽었던 <돌봄과 작업> 1권.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마음에 사무치게 다가와서 다 읽어가는 것이 아까워 천천히 읽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2권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어찌나 설렜던지, 조금 더 확장된 시야를 보여주는 이번 이야기 또한 너무 좋았다. 치열함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낸 이들의 삶은 늘 새로운 자극을 받게 된다.

“책은 읽히지 않고 경제적인 보상은 턱없이 적은 데다 건강을 해치기도 쉽다. 그럼에도 읽고 쓰는 일을 삶에서 분리하지 못하는 희귀한 종족들이 이 세상에는 있다. (50, 김유담)“

밤 11시, 1살 아기와 8살 아이가 곤히 잠들고 살림살이를 정리하고 씻고나온 시간. 나의 하루는 시작된다.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세시간 남짓. 그안에 보고싶은 책도 많고, 그려내고 싶은 이야기와 엮어내고 싶은 글도 많다. 최근에는 블로그도 꾸려나가기 시작해서 마음이 분주하다. 이중 하나만 겨우 해내거나 아니면 갈피를 못 잡고 여기저기에 발만 담궜다가 잠들기 일쑤다.
한 발자국 조차 남기지 못한 하루를 흘려보내면 늘 의미없는 다짐과 함께 잠자리에 들곤 한다. 그런 하루가 자주 생기는 요즘이라 그럴까, 김유담 작가의 글이 저릿하게 사무쳤다.

개인으로서 형성해 놓은 세계가 아이 라는 행성에 부딪혀 산산히 부서진 사람들의 이야기. 새로이 세워가는 세계관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은 이들의 치열하고 뜨거운 현장이 1권의 내용이었다면 2권에서는 조금 더 넓어진 세계를 보여준다.
동역한다는 언어의 이면에 있는 소란스러움. 타인과 함께한다는 것의 현실과 아픔. 그리고 희망.

여백 없는 격한 일상으로 다시 세워지고 있는 나의 세계. 보상 없는 헛발질에 진심을 다 하다가 가끔, 아니 자주 내가 육아를 하지 않았다면 아니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이라는 상상을 하곤 하지만, 돌봄이라는 길을 걸어가고 있는 오늘의 이 순간과 지금 내 모습이 썩 나쁘진 않다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

지금 느끼는 무게감이 발목에 채워진 모래주머니가 아니라 날 붙잡고 있는 아이의 존재감이라면, 힘을 낼 수 있을 것도 같다.
(85)

부모가 된다는 것은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어떠한 경우에도 나 자신을 잃으면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일지라도. 진정한 모성은 나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키고 사랑하는 것이다.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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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불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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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고 흔한 소재로 경이로운 따스함을 만들어내는 안녕달 작가의 신작.

코끝이 시려운 겨울바람과 데일듯한 구들장의 온기가 그대로 전달되는 섬세한 그림체. 그 사이에 꽉 채워진 손주를 향한 할머니 할아버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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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이 육아가 되어
김정태 지음 / 홍성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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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육아를 경험한 자만이 할 수 있는 마음의 소리- 대한민국에서 아빠가 육아를 한다는 또 다른 고충도 절절히 느껴지는 글입니다. 다정하고 섬세한 아빠의 애정어린 시선히 켜켜이 느껴지는 문장들- 그리고 깊이 있는 묵상… 내 육아의 자리에는 무엇이 있었는지도 돌아보게 해주는 고마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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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지음, 정소연 옮김 / 푸른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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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자신이길 좋아합니다. 자폐증은 나 자신의 한 부분입니다. 전부가 아닙니다.”


더이상 자폐아가 태어나지 않는 근미래,

출산하기 전 자폐증상을 판단하여 치료할 수 있게 된 미래 기술은 뇌의 구조적 결함을 치료하여 성인에게도 ‘정상화 수술’이 가능해진다.

자폐인들이 안정될 수 있는 최선의 복지가 지원되는 회사에 다니던 주인공 루와 친구들은 이 ‘정상화 수술’이 강요되는 상황에 놓여진다. 


있는 그대로인 자신으로 남을지, 정상인화 되는 치료를 받을지. 

이 책을 읽기 전의 나였다면, 내 자식이 자폐증이 있었다면, 일말의 고민 없이 치료를 택했을 것이다.

아이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상작동은 세탁기한테나 쓰는 말이야.”


주인공 루의 시선은 매우 따뜻하고 섬세하면서 때론 날카롭고 정의롭다.

단조로운 일상의 단편 속에서도 그는 유머를 발견해내고 그 안에서 기뻐한다. 

그의 시선을 따라 세상을 바라보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대체 정상의 범위는 뭘까.’

루 애런데일은 부모에게서, 또 책에서 정상인으로서 해야하는 행동과 반응을 배웠고 배운대로 생활해낸다.

그런 그에게 ‘정상’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매우 비도덕적이게 행동하며 자신의 열등함과 비열함을 쏟아낸다.

루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분노하진 않으며, 무례한 태도에 이성적으로 반응하며 힘겨워한다.


이 책의 매력은 자폐인 루의 생각을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이다. 

매우 독특한 생각의 흐름은 몹시 현실적이어서 놀라울 정도인데, 이것은 작가가 자폐인 아이를 아들로 입양해 키웠기에 사랑으로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전개이지 않을까 싶다.


장애를 부족함이 아닌 다름으로 여기고 

다름에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

서로를 인정하고 환대하는 이웃이 되도록 안내해주는 글.


애정하는 소설이 될 것 같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엘리자베스문 #어둠의속도 #잔류인구 #sf소설 #과학소설 #책스타그램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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