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글
정회두 지음 / 렛츠북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어렸을 때부터 고 피천득 님의 수필집을 좋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초등학교(그때는 국민학교였다)국어시간에 피천득의 "나의 사랑하는 생활"을 읽으면서 난 그 글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그 순간은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진행하는 수업시간이 아니라 내겐 문학작품을 읽고 느끼고 음미하는 시간으로 기억된다. 그만큼 어린 내 마음에 울림이 있었나 보다.

당신이 살아오면서 느꼈던 행복하고 사랑스러웠던 순간의 느낌, 딸을 향한 사랑의 마음, 좋아하는 물건 행동 등에 대하여 담담하고 소소하게 써 내려간 그 문체가 너무 좋았고 그 글을 읽으면서 열 살 정도 남짓했던 내 마음에도 따뜻함이 전해졌다. 난 수필을 읽으면서 행복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 책은 내 인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 중의 하나로 지금까지 내 삶의 순간에 특별하고 소중했던 두 명의 여인에게 선물한 책으로 남아있다.

오랜만에 피천득 님이 생각나는 수필집을 읽게 되었다. 순간의 글.

저자는 문학자라던가 문학가는 아닌듯하다. 그런데 살아오면서 생의 순간순간에 느끼고 감동한 것들, 때로는 울분에 찬 일들, 자기가 좋아하는 기호에 대한 소회, 감명 깊었던 영화, 클래식 프로그램, 고인이 된 여자 아나운서, 술을 좋아함으로 인해서 느끼는 감정들, 뒤틀리고 부조리한 것들에 대한 작은 외침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은 공감되는 글들이었다.

아주 약간은 작가가 나와 비슷한 지리적 성장 배경을 가지고 있거나 비슷할 것으로 추정되는 나이 등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현재 서울에서 살아가고 있는 심신 건강하고 지적인 한 남성이 쓴, 공감되는 부분이 아주 많은 좋은 수필집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 마음 조금 깊은 곳에 들어있는 바램이 오늘은 많이 떠오른다. "나도 꼭 내 마음에서 느끼는 사랑과 아름다움에서 오는 기쁨을 표현한 수필(집)을 꼭 쓰고 싶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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