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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하자, 이상훈 - 18.44미터의 약속
김태훈 지음 / 소동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1992년에 난 그저 야구와 농구를 좋아하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남학생이었다. 가을로 기억되는 어느 날, 학교 끝나고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다가 쉬러 나와서 친구들과 그해 프로야구 신인 1차 지명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게 생생히 기억난다.
서울에서 자란 우리들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이상훈이 LG와 OB중 어느 팀으로 가느냐였다. 그때 한 명이 자기가 아까 궁금해서 스포츠서울에 전화를 해봤는데 담당자가 씩씩거리며 "LG가 먹었어요!"라며 대답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이상훈은 나에게 처음 다가왔고, 내가 스무 살이 되던 1994년에는 LG트윈스에 우승을 안겨주었다. 난 대학생이 되었고 1995년에도 잠실야구장을 몇 번 찾았다. 이상훈이 선발 등판하는 날을 골라서.
군대에 입대한 1996년을 지나서 전역한 1998년으로 기억한다. 다시 친구들과 당구를 치면서 이상훈과 선동열이 등판하는 일본야구 경기를 관람했었다. 이상훈은 주니치 드래곤즈의 정규시즌 우승 주역이 되고 난 이후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실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랐다는 뉴스도 기억난다.
2002년 가을야구에서는 투혼을 발휘한 끝에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이상훈이라는 사나이가 LG트윈스에 돌아왔다는 사실 자체가 커다란 기쁨이었으며, 그 시절 구원투수로 변신한 야생마 이상훈이 그라운드로 전력질주하는 모습은 40대가 된 지금의 내 가슴속에도 소중하게 간직되어 있다.
아마도 트윈스와 이상훈을 사랑하는 팬들에겐 금지어인 이x철 이라는 사람은 지금도 보기가 싫다. 해설도 물론 듣고 싶지 않아서 일부로 채널을 돌리는 정도이다.
이상훈이라는 야구 선수가 왜 이렇게 나의 가슴에 깊이 간직되어 있을까라는 의문이 이 책을 통해서 많이 해소되었다. 전부라고 표현하지 않은 것은 이상훈의 사랑 이야기도 듣고 싶기 때문이다.
그만큼은 아닐지언정, 나도 인생에서 굴곡을 겪었다. 그리고 최근에 좋은 일도 다시 생겼다. 난 그냥, 이상훈이 좋다. 그 사나이를 보면 그냥 가슴이 짠하고 먹먹해진다. 아마도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는 더더욱 나에게 이런 사람이 생기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쓰는 이 글을 읽을 수 있게 된다면, 꼭 전하고 싶다. 난 당신이 정말 좋다고. 눈물 나게 좋다고. 이상훈. 그 이름. 다시 한번 불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