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즈마리 > 시간을 위해 싸우는 환상여행
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평점 :
품절


이 소설이 좋다, 좋다 얘기는 들었지만, 기대 이상이다.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시간, 이야기,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을까.

시간?!

시간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시간은 어찌보면 한정되어 있고 절대적인 어떤 대상처럼 느껴진다. 객관화하여, 시계로 우리는 시간을 재는 것도 아마 그런 까닭일 터. 그런데, 한편으로는 사람마다 각기 느낌에 따라 다른 주관성 역시 갖는다. 공부할 때는 시간이 안 가다가 놀면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가는 걸 느낄 것이다. (때에 따라 반대인 사람도 있겠지만. ^^:;) 시간이 이 두 성격, 절대적이고 객관적이며 한정되어 있다는 생각과 동시에 사람마다 주관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의 두 성격을 잘 활용한 책이 바로 <모모>이다.

시간을 아껴야해!! 라고 말한다는 것. 이것은 마치 시간을 은행에라도 맡겨두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는 시간을 아껴야한다고 말하지만, 정말 그 말이 의미하는 건 뭘까? 시간이 없다는 말은? 이런 의문이 다시금 들게 만드는 게 바로 이 소설의 미덕이다.

이 소설의 상상력은 한층 더 나아간다. 우리는 시간을 아낄 결심을 하고 미친듯이 일에 열중하는데, 그것이 바로 시간은행 사원들의 방문과 계약을 통해 이루어지며, 이들이 사실은 인간들이 절약한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시간은행 사원들은 시거를 태우고, 대머리에, 양철가방을 가지고 다니면서, 당신은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고 쓸데 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한다고 경고를 하고 시간을 저축할 것을 종용한다. 사실은, 이들이 바로 사람들의 시간으로 살아가는 유령같은 이들. 시거는 시간을 의미하고, 머리카락이 자라지 않는 것은 이들이 스스로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 양철가방은 바쁜 회사원같은 차가운 느낌을 전해준다.

이들과 맞서싸우기 위해 우리의 귀여운 모모는 시간의 원천이랄 수 있는 호라(HORA; 시간이란 뜻) 박사와 느리지만 반시간 후의 미래를 예측하는 거북이 카시오페아의 도움을 받는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우리는 바로 우리 삶을 되돌아보게 되고, 정말 우리가 값있게 써야 할 시간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반추해보게 된다.

사실 나는 지난 주까지 몹시 바뻐서 책을 읽을 여력이 없었다. 마침, <모모>라는 두꺼운 책이 내게 숙제처럼 주어졌고, 이 책의 책장을 넘기는 순간에도 '서둘러선 안된다. 맛있는 과자처럼 야금야금 천천히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것을 위해 이 책이 두꺼운 모양이다. 우리가 시간낭비하고 있다고 믿는 어떤 만남들, 행위들이 과연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해볼 수 밖에 없었다.

 이야기?!

기기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모모. 모모 옆에만 있으면 기기는 모든 창의적인 이야기 놀라운 이야기들을 지어낼 수 있다. 아이들도 그렇다. 모모의 원형극장에만 오면 신기하고 신나는 놀이들을 창안해낼 수 있다. 원형극장이 큰 배가 되고 놀이터가 되고, 실험실이 된다.

우리에게 이야기와 상상의 세계란 어떤 것일까? 시간을 저축하기로 한 기기는 모모사 사라진 후, 부자가 되고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게 되지만, 그에게 남는 것은 자기 자신 기기가 아니라, 시간의 노예이다. 바쁜 생활 속에서 상상의 세계나 창조적인 세계는 사라진다.

아이들도 마찬가지. 아이들은 학습능력 향상을 위해 카드놀이 등을 배우지만, 자신들의 창의력은 말살되고 고갈된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의 세계는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까. 오히려 느리게 감으로써 빨리 갈 수 있다는 그런 세계에서나 가능한 게 아닐까?

마치 시간에 얽매인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작가 미하엘 옌데의 창의력과 상상력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이 소설 속에서 아이들은 메세지 뿐 아니라 상상력을 인도받는다. 정말 우리가 필요로하는 멋진 세계는 여기가 아닌 어떤 상상의 세계에 있는 게 아닐까?

사람?!

어떤 사람이 정말 좋은 사람이고 잘 사는 사람이고, 시간을 잘 소비하는 사람일까? 이 책의 또 다른 주제는 여기에 있다. 타인의 말을 정말 '잘 들어 줄 수 있는' 모모같은 사람. 모모는 사람들이 찾아와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지만, 단지 듣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스스로의 해결책을 찾아내거나 화해를 하고 행복해질 수 있게 만든다. 이것은 모모가 무한한 시간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 모모에게만 이런 무한한 시간이 있다는 건 분명 주관적인 시간을 의미할 것이다. 우리가 좀 더 여유를 가지고, 타인의 말을 들어줄 준비를 한다면, 세상은 좀 더 따뜻하고 아름다워 질 텐데...

도로 청소부 베포 할아버지도 그런 멋진 사람 중 하나이다. 전체 도로를 다 쓸 생각을 하면 눈앞이 캄캄해지고 이걸 언제 하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한 번 쓸고 한 번 숨을 쉬고, 한 번 쓸고 한 번 숨쉬고 하면서 순간을 즐기다 보면 어느 새 도로가 다 깨끗하게 되어있다고 말하는 베포. 그것이 바로 삶을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

지금 너무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면, 잠시 멈추어 이 책을 읽어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과연 내가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정확히 내가 바라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시간을 멋지게 살아갈 것인지. 미래를 위해 쓸 것인지, 현재를 위해 쓸 것인지. 현재를 보다 값있게 쓰고 있다면, 어쩌면 모모가 본 그 아름답고 멋진 꽃을 우리가 볼 수 있지나 않을까 한다.

H's essay

 

 (* 책에 초등학교 5학년 부터라고 적혀있더라구요. 아이들이 봐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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