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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 여행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예담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풍경   -윤영심-


 마치 내가 알몸이나 된듯 한 느낌을 얻었다고 한다면 처음 이 책을 받아 들였을 때 나의 상태에 대해 충분한 답이 될 것이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았지만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느낌을 얻은 것도 이 책을 읽으면서였다.

하지만 이 감정이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다. 내 감정은 마치 목욕탕을 간 나의 모습과 비슷했는데 , 목욕탕을 가게 되었을 때 항상 옷을 벗는 처음이 문제다. 주위를 힐끔 쳐다보게 된다든지, 주위에 누가 있는지 살피게 된다. 가령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게 되면 옷 벗기를 꺼려하거나 부끄러워 한 적은 다들 한번쯤 있는 경험일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나가게 되면 그제야 옷을 벗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알몸으로 목욕탕에 들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방금 전 까지 느꼈던 부끄러움 같은 감정들은 사라지고 만다. 다 같이 알몸의 상태의 탕 안에서 나의 모습은 더욱 자유로워진다. 스트레칭을 한다든가 찬물에서는 물장구까지 치는 나의 모습에 가끔 나도 의아해 하기까지 한다. 점점 그들도 나의 모습과 같다는 것을 느끼고는 나의 행동에 제약을 두지 않는 것이다. 

나의 감정은 이와 같았기에 처음 어색하던 감정은 하나하나 벗겨진 작가의 감정에서 동일시라는 감정을 찾아내게 된 것 이다. 작가가 로마의 노인들에게서 깨달았던 동일시라는 감정을 나는 잠시나마 그녀에게 느끼며 책을 읽는 내내 그녀와 동일시되었고 그녀의 감정이 나에게 투사됨을 느꼈다. 그래서 인지 작가의 단호한 말투나 행동에 대해 크게 부정하지 못했고, 반박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토론에서 그녀의 글에 반박하기를 바라는 몇몇의 의견을 들으면 내 속에선 그 의견에 대한 반박이 싹트기 시작한 것을 나를 발견한 기억이 있다. 그것이 작가가 하고 싶은 의견과 같을 진 몰라도 이미 내 안에 그런 감정이 싹튼 것은 내게는 새삼스런 감정이었지만 그녀와 동일시 된것 같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나는 화를 잘 내지 않는다. 별다른 화날 일이 일어나지도 않으며 웬만해서는 웃고 넘기는 성격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 성격이 밝고 쾌활하다고 약간은 낙천적이라는 말을 해왔고 또한 그렇게 종종 들어 왔으며 그런 말들은 나를 만족스럽게 한다.

하지만 요즘 들어 나 자신을 잘 몰랐다는 생각과 동시에 나도 모르는 나, 분노에 가득 찬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 당황한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면서 내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했으며 억제할 수 없는 나의 감정 때문에 미묘한 기분과, 멜란꼴리한 상태에 빠져 허우적대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화가 난다는 것과 분노라는 것은 나에게 약간의 차이가 있는듯한데 화가 나면 그것을 즉시 표현하게 된다. 뒤끝이 없어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분노라는 것은 다르다. 가슴 저 밑 아니 더 밑 알 수 없는 부분에서 올라와 내 머리 끝을 치고 내려온다. 그런 감정은 나 혼자서 컨트롤 할 수 있는것이 아니기에 혼자 삭혀 버릴 때까지 기다리는 게 상책이다. 항상 그런 식 이였다. 이런 분노의 감정이 찾아오면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 나도 나 자신을 모르겠다는 말이 여기에 적당한 말이 아닌가!

역시 목욕탕에서의 경험인데, 반신욕을 즐기는 나는 목욕탕을 자주 간다. 목욕을 하는 것은 심신의 피로를 풀어주어 자주 즐기는 편인데 얼마 전 한창 반신욕을 할 때였다. 누군가가 들어오면서 목욕탕의 문을 5/1가량 남겨두고 들어 온 것이다. 분명 그녀는 자신이 그런 실수는 한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아마 눈치 채고서 자기자리에 들어오는 그런 파렴치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내 믿음이며 소망이다.)  그때부터 나는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문과 그 여자를 몇 번을 반복해서 본지 모른다. 그녀가 자신의 실수를 알아채길 바라면서 말이다.  그 바람은 허사가 되어버렸다. 그녀는 결국 알아채지 못했고 나의 분노는 이미 머리 끝 까지 차 버렸다. 아랑곳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욕을 퍼붓고 있었다.(그 사실을 알지도 못하는 그녀에게 말이다!) 이기적 이라는 둥, 예의가 없다는 둥, 진짜 짜증난다는 둥, 별의 별 욕을 다 한 것 같았다. 그런 욕을 하면서도 내 자신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알 수가 없었다. 단지 실수일 뿐인데 너그러워질 수가 없었다. 상황은 5분이 채 되지 않아 종료 됐다. 뒷사람이 들어오며 문을 닫은 것이다. 그때 나의 분노는 씻은 듯 사라졌다. 내 머리끝까지 차오른 분노가 겨우 그 정도에 삭혀 들어간 것은 참으로 어이가 없었기에 내 자신에게 말했다. “넌 참 이상한 인간이다.”

평소 사람관계에 있어서 그런 분노를 느낀 적은 없었다. 그래서 내가 더 새삼스럽고 의아하다는 것이다. 아는 사람들의 관계에서 누군가 나에게 피해를 주면 나는 실수이려니 생각하고 넘어가는 편이다. 그렇게 너그러운 척 살아오던 내가 겨우 목욕탕 문을 닫지 않는 여성에게는 그런 간사하고 폄하한 모습을 보인 것이 당황스럽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이런 감정이 이해가는 듯했다. 나는 내 주변인들에게 대한 욕망이 있다. 내 주변사람들은 모두 좋은사람들이어야 하며 그들과 나는 융합되어야 한다는 욕망. 친구들을 보면 그 사람을 대강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나는 그들에게 투사의 감정을 느끼고 있으며 그들을 보는 것은 나를 보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무의식중에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내 주변인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느껴도 차마 큰 분노를 느낄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내 얼굴에 침 뱉기 인 샘이니깐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낮선 곳, 낮선 사람에게는 그토록 인색하며 분노의 감정을 표현 했던 것이 아닐까. 나를 괴롭히고 억압 했던 것은 바로 내 주변 이였지만 차마 그들에게 표현할 수 없었던 내 감정이 그녀에게 표출 된 것이다. 그깟 문하나 때문에 나의 모든 악한 감정과 욕을 얻어야 했던 그 여성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나는 내 주변인들에게 분노의 감정을 잘 분출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것은 나의 얼굴에 침 뱉기와 상통하는 행위라고 내 무의식이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이보다는 좀 더 가식적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이 내 내면에 묻혀있다. 그것은 인정을 바라는 나의 모습이다.

어느 수녀님께서 나에게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 긴장 이라는 것은 남에게 잘 보이려 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예요. 그런 마음 없이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긴장 이라는 것은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 여기서 긴장하는 이유도 남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 그들에게 인정받으려 하는 마음이 근원일 것이다. 나도 역시 평소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을 듣고 싶어 했고 그래서 그렇게 내 감정을 억눌렀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인정받기 위해 나는 남을 더 인정해야 했다. 남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도 인정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길가다가 늙은 할머니를 만나게 되어 그분들을 도와 준적이 많다. 버스에서 자리 양보도 잘하는 편이다. 내가 그 할머니에게 인정을 받으려고 그런 것일까?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것은 내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하는 일 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인정이라는 감정을 배재한 행동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에 대한 떳떳함, 내가 나를 인정하는 것이 내재 되어있다. 남이 아닌 내 자신에게 일단 인정을 받으려는 모습, 이것은 작가가 말하는 나르시시즘의 사람들의 생각과 비슷하다. 나 역시 ‘나는 다 잘 풀릴거라는 식의 생각과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 ’라는 생각을 가지고 사니깐 말이다. 

오른손이 한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느님은 말씀하셨지만 그것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작가가 이것에 대해 언급 하였을 때 나는 부끄럽지만 그렇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선물 하는 것이나 칭찬하는 말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항시 선물을 할 때면 다음 사람이 나에게 무엇을 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서 충분한 보답이 따라 나오지 않으면 으레 씁쓸하고 미묘한 감정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리고 칭찬을 할 때면 똑같은 칭찬을 바라지는 않아도(그건 정말 쑥쓰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친절하고 상냥한 이미지로 남길 바란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 쑥쓰 럽지만 오른손이 한일을 왼손이 알길 바라며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말이 곱다는 속담을 나는 믿고 있다.

 

 마지막으로 나는 공포에 대한 나의 감정을 언급하며 마무리를 하고 싶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자취생활을 하면서 나에게도 공포감 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래 친구들보다 키와 등치가 커서 어릴 적부터 나는 괜찮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터라 이러 공포감도 나에게는 익숙지 않다.

하지만 나도 언젠지 모르지만 어릴 적부터 남성에 대한 공포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은 한다. 그것을 이제야 발견했지만 말이다. 오빠와 어릴 적 많이 다투면서 난폭했던 어린 시절 오빠에게 많은 힘 놀림을 당했었다. 그때 부터 남성에 대한 콤플렉스와 그와 동시에 공포라는 감정이 나에게 내재되었는지 모른다.

어느 날 친구가 여성 자취생들은 조심해야한다는 충고를 해주었다. 계단에서 강도들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고 심지어는 문을 따고 집에는 들어와 있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 넘겼다. 하지만 저녁이 되어 3층에 있는 내 자취방에 들어갈 때는 상황이 달랐다. 계단하나하나를 올라가면서 위를 살피게 되고 문 앞에 서서 안에서 무슨 소리가 나지 않을까 들어 보기도 했다. 약 일주일간 이런 생활이 반복 ‰怜?짜증나기도 했지만 그런 나의 행동은 두려움에 휩싸여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 생각을 해보니 역시 내 주변에 나쁜 남자는 없었다. 나를 위협하거나 나에게 나쁜 일을 한 남자는 없었다. 단 한명도 말이다.  나의 이 공포는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 내 무의식이 만들어낸 허왕 된 생각이라고 간주해 버리니 마음이 편해졌고 나는 예전처럼 다시 두려움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사람풍경의 여러 일화들은 각각의 단락을 이루어 나누어 있지만 결코 그들이 각각의 별개의 이야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 하나하나가 공감이라는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단락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그 생각은 다른 단락에 확장되어 생각되고 또 그 생각은 확장되고 그러다 보면 책 한권의 생각들이 어느새 정리되어 버린다.

이런 미묘한 관계들이 사람풍경이 아닐까? 우리 사람들의 삶은 각각별개로 느껴지지만 그렇지 않다. 서로 보이지 않게 소통하고 나누고 배우고 있는것이다.

책을 읽으며 나의 상황과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것 같아  같아 한결 마음이 편해 졌으며 한결 좋아진 나를 발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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