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aransdad > 개나 소나 블루오션
블루 오션 전략
김위찬 외 지음, 강혜구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개나 소나 블루오션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무슨 남태평양의 무인도 산호초바다도 아니고... 오늘 일인당 10만원 한다는 호텔부페에서 밥먹을 때도, 그놈의 잘난척하는 블루오션션션션션션거리는 소리 덕분에 소화가 안되고, 심지어는 뒷풀이로 간 술자리에서도 뒷자리 테이블의 블루오션이야기에 술맛이 떨어진다.
뭐, 개인적으로 오늘 우여곡절이 많았던지라 심사가 뒤틀려있었는지는 몰라도.

툭 까놓고 말해, 블루오션 어디에 뭔가 새로운, 아핫~ 하고 무릎을 칠만한 개념이 있던가. 비경쟁시장을 창출해라. 누가 모르나? 모든 CEO가, 모든 컨설턴트가, 모든 기획자가 늘 말하는 게 그거 아닌가? 새삼스레 그것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구세주같아 보였다면 오히려 뭔가 문제있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평소에 어떤 생각으로 시장을 대하길래 블루오션이 저 머나먼 남태평양 희망의 바다로~ 가 되어버렸나.

레드오션, 블루오션. 나누는 것은 좋다. 성공한 사업에 대해 레드오션-블루오션 이론은 아주 맛깔스럽고 부드럽게 설명해낼 수 있다. 당연하지. 성공했기 때문에 블루오션인 것이다. 이것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그 누구도 지나기 전에는 그것이 블루오션이었음을(혹은 블루오션이 될 것임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시장에서 수익으로 발생되지 않는다면 제 아무리 비경쟁이라 할지라도 시장이라 부를 수는 없다. 보통은 이것을 우리는 "삽질"이라 부르며,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의 "벤처 시장"의 대부분 벤처기업들이 반짝하고 나타났다 사라진 이유이다. 벤처마다 나름대로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남들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시장에 등장했었다. 나름대로 장점들이 있었고, 나름대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 했다. 그 결과는 어땠는가? 그 회사들은 블루오션을 찾았을까?

똑같은 시장이 만년 2위인 업체에게는 만년 레드오션이다. 똑같은 시장이 1위 업체에게는 블루오션이다. 블루오션 전략(도대체 어디에 전략이 있는지 모르겠으나)에서 말하는 창의성과 코스트. 우리는 평소에 이것을 "경쟁우위"라 불렀으며 이것을 확보한 기업은 이미 블루오션속에 있는 셈이다. 책을 보고 세미나를 듣고, 새삼스레 신흥종교라도 찾아낸 것처럼 모두가 블루오션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과거에나 미래에나 여전히 존재했고, 존재할 현상이다.

오늘 밥먹다 들은 최고의 코메디는 "일상생활 속의 블루오션"운운이었다. 아니, 사람들이 모두 매뉴얼대로 살아왔거나, 혹은 로봇처럼 생활한다고 생각하는가? 성공한(무엇에 관해 성공했든지 간에) 사람들은, 성공할 만한 이유가 있어서 성공했고, 하나라도 남들과 다르게 나은 점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뻔한 진리를 뭔가 새로운 것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침튀기며 설파하는 모교수님 덕분에 저녁에 먹은 로스트비프가 얹혀버렸다.

먹는 이야기가 나온 김에, 블루오션의 가장 멋진 사례들이 궁금한가?
춘천닭갈비, 오십세주, 캘리포니안롤, 와인삼겹살, 안동찜닭, 홍초불닭, 오뎅빠, 등갈비...
이것들을 처음 시장에 내놓은 가게들을 기억하라. 이들이 블루오션 이론을 배워서 시장에서 성공했을까?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루오션의 가장 멋진 사례라고 부를 수 있다. 이들의 성공이 알려지기 전까지는.
알려지고 난 이후에는? 너도나도 뛰어드는 레드오션이 되버렸다.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없다면, 혹은 독점적인 시장장악을 선점하지 않는다면, 블루오션은 그저 이상 속의 샹그릴라일 뿐이다. 그러나 도대체 어느 시장이 그렇게 입맛에 딱 맞도록 준비되어 있다던가.

말하고자 하는 결론은 다음과 같다.
블루오션은 현상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미래의 전략을 새롭게 제시하지는 못한다. 역사학이 과거를 해석하고 설명하지만 당장 내일의 사건사고를 예언할 수 없는 것처럼, 블루오션이 신세계를 발견해줄 것 처럼 호들갑 떨지 말라.
블루오션은 오히려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역시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high risk, high return"을 기억하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risk를 짊어진 채 뛰어들어, high return이 된다면야 블루오션을 잘 찾은 셈이지만, 충분한 return을 얻지 못한다면 그 기업은 그냥 문닫아야한다. 성공하기 전까지는 블루오션도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미개척시장일 뿐이다.
일시적으로 성공했다 하더라도 끊임없이 경쟁상대를 배제해야만 한다. 비경쟁시장을 발견할 수는 있을지언정, 비경쟁시장을 유지하는 것은 또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음식점이야기를 다시 들자면, 빨리빨리 남들이 따라하기 전에 새 메뉴를 개발해야한다. 글쎄, 이것이 비경쟁시장을 찾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이미 그 자체가 경쟁아니던가?

내가 가장 혐오하는 불필요한 책 1위 "성공하는 사람들을 위한 7가지 습관"에 뒤이어, 두번째로 혐오하는 불필요한 책으로 리스트해놓는다. 아마도 내 생각에, 진짜로 블루오션을 발견한 사람은 오직 김위찬,마보안 두명뿐인 것 같다. 사람들에게 보랏빛 소에 관한 이야기가 때마침 지겨워질 시점이 되었으므로.

ps. 이놈의 블루오션에 대해 뭔가 코멘트한다는 것 자체가 쓸 데 없는 일이라 생각했으나 소화불량에 걸리게 한 죄를 이런 식으로 앙갚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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