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은 길
이일균 지음 / 산지니 / 200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걷고 싶은 길’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요즘 걷기의 소박한 매력에 푹 빠져 있는 중이라. ‘숨은 산책길’이라는 부제에 마음도 당겼다. 사람들로 북적대는 이름난 장소들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지만 그런 곳은 너무 흔하지 않은가. 목차를 휘익 둘러보니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대부분이 새로운 길, 모르는 길이다.


걷기의 즐거움은 걸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왜 힘들여 걷는가 의아해 하지만, 한걸음 한걸음 길을 걸으며 보는 세상은 차창 밖으로 휘익 지나치는 세상과는 너무 다르다. 지난 달 강원도에 여행을 다녀왔다. 차를 가져갈까 말까 몇 일 고민 끝에 버스나 기차를 타고 버스가 안 가는 곳은 걷기로 맘먹었다. 차로 가면 많이 볼 수 있지만, 걸어 다니면 깊이 볼 수 있다. 차 안에서는 마을길 옆 대추나무에서 대추도 못 따먹고, 동네 아저씨 경운기도 못 얻어 탄다. 길을 잘못 들어 산골 외딴집에 홀로 사는 할머니 고추밭에서 일손도 못 거들고 국수도 못 얻어먹는다. 문명의 이기인 차는 빠르고 편하지만, 사람 사는 맛은 없다. 걷기는 느리고 힘들지만, 석양 아래 빨갛게 익어가는 수수밭도 만나고 산골 할머니한테 쵸코파이도 얻어먹고 추수 끝난 논바닥에 벼이삭도 만날 수 있다.


책은 경남, 부산에 있는 길을 숲길, 물길, 산사 가는 길, 마을길로 나누어 대략 40군데를 소개하고 있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2시간이면 걸을 수 있는 부담 없는 길들이다. 부산 살면서 주말마다 어디 갈 데 없나 고민하던 나에게 이 책은 기대 못한 선물이다. 일주일에 한 군데 씩만 가도 대략 10달은 고민할 필요 없다. 책에는 찾아가는 길도 나와 있어 편하다.


어디부터 가볼까. 소사동 들길을 걸어볼까. 진북면 편백나무 숲길을 가볼까.

아니다. 이번 주말엔 비가 온다니 ‘비 오는 날 주남저수지’ 둑길을 분위기 잡고 걸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