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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음자리표 종려나무 산문선 1
정숙자 지음 / 종려나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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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도 많고 에세이집도 많은 요즘이지만

이렇게 촘촘하고 단아하게 쓰여진 수필집은 처음 대한다.

유명인의 글이라면 유명세로 읽고 이미 이름 난 문인의 글은 그 기대감으로 반은 먹고 들어간다치

면 내가 이번에 읽은 정숙자님의 <밝은음자리표>는 평범한 일상으로 엿보이는 삶인데도 읽는 사

람으로 하여금 흠뻑 빠지게 하고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철처히 글의 힘만으로 성을 쌓아올릴

것으로 보인다.

무척이나 진지하고 겸허하면서도 구식스럽지 않고 오히려 세련미가 있는  글이다. 다르게 말하자

면 달콤하게 코끝으로 흘러드는 프리지아 향이 아니라 풋풋하면서 머리에 진하게 다가오는 로즈마

리 향이 날 것 같은 글들이다.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인용하고 다각적으로 재해석하고  저자 특유의 관점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정의되는 자연물이나 관념들을 대할 때 지은이가 지닌 방대한 지적인 크기와 사유의 깊이를 짐작

하게 한다.  

감상으로 혹은 특별한 경험으로 뚝딱 쓰여진 것 같은 책들에 비하면 진지함과 진실됨이 무척이나

돋보이고 글자 하나하나를 베틀로 짠 것 같은 짜임새가 남다르다.

오! 이 가을은 이 책을 읽은 것만으로도 이미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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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공지영 지음 / 황금나침반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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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나마 공지영이라는 작가가 주는 이미지를 좋아했다

서점에서 선뜻 사들고 나오기에도 산뜻한 책이다.

그런데 실상 읽고보니 '수도원 기행'보다 못한 것 같다. 이 작가의 소설을 아직 읽어보지도 못한 나로서 평을 쓴다는 것도 좀 뭣하지만 말이다.

작가의 일상과 개인적인 고뇌를 문학적인 배경 속에 배치했는데

이 중 나에게 가장 솔깃한 부분은 작가가 읽고 추천(?)하는 문학 작품들이다.

각 글의 앞머리에 소개된 시들 이외에도 본문 중에 언급된 작품들이 꽤 호기심을 유발한다.

산도르 마라이라든가 정수일선생의 책들은 꼭 사서 읽어보고 싶어진다.

베스트 셀러 작가로서의 개인적인 경험들이 우리 생각만큼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는 걸 슬쩍

엿보게 될 때 묘하게 위안도 되고 '사람 사는 게 다 그렇구나' 싶기도 했다.

또한 예민하고 감성이 풍부한 분이라는 걸 알게되었는데 글 쓰는 사람들의 공통점인듯 하다. 

나이 들면서 세상과 사람들에 대하여 한결 담담해진 모습을  스스로 즐기는 모습이 책 속에 보인다

 다음 수필에선 어떠한 모습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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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하버드에 오다 - 1세기 랍비의 지혜가 21세기 우리에게 무엇을 뜻하는가
하비 콕스 지음, 오강남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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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성경에 씌인 이야기들을 다 믿을 수 있단 말인가? "믿는 집안"에 시집와서 나름대로 마음을 열고 교회를 따라다니지만 좀처럼 안되는 것이 이것이었는데 하비 콕스의 이 책에서 답을 찾았다.

왜 사람들은 only a story라는 말을 그렇게 자주 쓰며 왜 많은 학생들은 그리고 일반인들도 우리가 오늘 아는 대로의 역사 기록 방식은 오로지 근대에 이르러 계발된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성경을 포함하여 인류의 정신을 살찌운 문헌들 대부분은 역사물이 아니라 시, 전설, 신화, 무용담 같은 것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그것 때문에 고민하고 당황해하는가? 

성경에서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주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세부적인 "사실"들을 믿을 수 없는 것이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해주고 그에 대한 답을 준 것만으로도 이 책은 너무나 훌륭하다. 더구나 나이 많고 권위있는 학자로서, 젊은 학생들이 가진 솔직하다 못해 황당하기까지 한 질문들에 진지하게 함께 탐구해나아갔다는 것이 너무나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예수의 부활에 대해  "과연 예수의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하는 질문.  그리고 또  " 왜 예수가 모든 것을 '상'이나 '갚아주심'이니 하는 말로 표현했을까? 우리의 기도나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이 정말로 보상을 받로기 위해서인가? 감사를 표하거나 내면의 고뇌를 털어놓기 위해 기도하는 것은 어떤가? 너그러움과 자비의 마음으로 자선을 베푸는 것은 어떤가" 예수가 이런 식으로 말한 것은 내가 남보다 더 좋은 상을 얻게 되리라 기대해도 좋다고 암시하는 것 같이 일종의 이기심에 호소하는 게 아닌가?" 등과 같은 질문들은 항상 내 마음 속에 있지만 차마 손들고 물어볼 수 없었던 것들이다. 왜 정말 신도들의 기도는 하나같이 기복적이냔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혼자서 눈을 빛내며 밑줄을 그었던 적이 수없이 많았다. (비록 독실한 신자들과의 대화에서는 공감을 끌어낼 수 없엇지만) 그리고 또 다른 멋진 신학자를 만날 수 있었는데 바로 디트리히 본회퍼이다. 하비 콕스 역시 그에게 매료되었다고 쓰고 있는데 그는 인간의 나약성이나 절망에 호소하는 그리스도교라면 어떤 형태이든 단호히 반대했다는 것이다.  절망에 빠져서야 비로소 교회에 다니고 믿음이 생겼다고 하는 수많은 증언들 속에서 (그리고 그런 일 당하기 전에 빨리 믿어라는 말까지) 본회퍼의 사상은 너무 쿨하다.  다음엔 이 사람의 책을 읽어볼 작정이다.

책속에 길이있다더니 "예수 하버드에 오다"야말로  어둑어둑하던 내 길에 빛이 된 경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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