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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 From Paris 피에스 프롬 파리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5월
평점 :
로맨스는 판타지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어릴 때부터 일명 HR이라 불리던 그책에서부터 순정만화 수많은 드라마까지
무수히 많은 로맨스를 보며 너무 꿈에 부풀었나보다.
신랑과 결혼해서 나의 현실이 참 그러했다.
나의 생각과는 너무 달라서
점점 너도 그 분도 로맨스는 없는 가족이 되어가면서
나는 또다시 판타지의 세계에 빠졌다.
인터넷상에 쓰여진 웹소설를 탐했다. 근데 이게 정말 괜찮은 작가도 있는 반면
너무 시시껄렁한 이야기들도 꽤 많아 읽을만한 것을 고르는데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되었다.
자연 웹상에서 보는 이야기들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러다가 만난 책
<PS. FROM PARIS>
영혼을 울리는 로맨스의 연금술사라는 말에서부터 이 책은 꼭 읽어야겠구나 싶었는데
읽어보니 딱 내 스타일이다.
너무 과정되지도 않으면서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일임을 알지만
그래서 어쩐지 이런 일이 생긴다면 설렐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나의 설렘을 그대로 글로 풀어준 로맨스소설
나의 판타지는 첫눈에 반한 것보다는 역시나
투닥투닥 거리며 정이 쌓이고 그 안에서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에서 오나보다.
내 이야기인양 빠졌다.
한국의 분단 상황이 이야기의 소재로 등장해 놀라기도 했다.
경의 이야기는 자세히 다뤄지지 않지만
그 묵직함과 어두움 때문에 더 좋다고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로맨스소설답게 이야기가 밝고 경쾌하게 진행된다.
미국에서 온 작가 폴은 처녀작을 제외하곤 그닥 제대로된 책을 내지 못했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그의 책이 인기가 있다. 폴과 내연의 관계에 있는 번역가 경의 능력인지 그의 글이 한국인의 감수성을 자극했는지는 모르겠다. 미아는 영국의 배우이다. 자기보다 더 유명했던 남편을 누르고 더더 유명해진 뒤 남편은 조연배우와 바람을 피우고 그녀는 상처받는다. 남편과 동반출연한 영화의 홍보일정을 뒤로하고 친구가 살고있는 파리로 잠적한다.
우연히 데이트상대로 구하는 싸이트를 통해 만나게 된 두 사람, 폴은 데이트를 위한 것이 아닌 친구의 장난에 속아 나온 자리였던터라 둘은 첫 만남부터 티격태격,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게된 두 사람은 친구가 되기로 약속한다. 둘 다 외로웠고 둘 다 속시원히 이야기할 상대가 고팠기 때문이다. 나와 관계없는....앞으로도 관계없을 그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일테다.
우리나라의 로맨스소설과는 달리 판타지스런 면모가 부족하다. 재벌 2세가 나오지도 않고 나만 사랑해주는 소유욕 짙은 남자가 등장하지도 않는다. 사람 설레게 하는 말로 내 심장을 들었다놓지도 않느다. 그럼에도 글은 재미있고 이 현실적인 남자에게 앞으로 어떤 일을 선택할지 나도 모르게 자꾸 기대하게 되었다.
그렇다. 나는 이 글이 판타지스럽지않아 좋았다. 배우, 작가라는 직업이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이야기가 현실감있게 다가온 것은 인물의 캐릭터가 주는 느낌 때문일테다. 거침없이 직진하는 드라마 속 남자들과는 달리 폴은 소심하고 자신의 사랑에 대해 늘 불안하다. 그의 비행기공포증이 그러하듯이 ....유명배우임에도 사랑에 아파하고 그럼에도 자신을 찾으려 노력하는 미아 역시 그렇다. 정말 재수 옴붙은 것만 같은 데이트 상대들도 그렇고 그래도 믿었건만 다시 한 번 배신감을 느끼게 하는 그남편의 이야기도 그녀를 배우보다는 상처받은 여자로 바라보기 충분했다.
기대만큼 짜릿하지 않을수도 있다. 기대만큼 핑크핑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의 이야기라면 재밌겠구나 흐뭇한 미소와 함께 마지막장을 덮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