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흔들리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 Va' dove ti porta il cuore
수산나 타마로 지음, 최정화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11월
평점 :
에세이를 읽는 줄 알았다. 연륜이 묻어나는 노년의 에세이인가 싶어 봤더니 소설이란다.
그러나 글은 소설이라는 것이 무색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노부인이 소녀에게 보내는 편지가 전부다. 강렬한 대화도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그녀가 살아온 삶과 그녀의 딸과의 관계, 그들이 그렇게 소원하게된 연유가 하나씩 공개된다.
뭐랄까? 마지막을 준비하는 그녀가 세상에 후회가 남기 싫어 모든 것을 털어내는 것이면서도 세상에 남겨질 손녀가 자신에게 묻고 싶었지만
묻지 못했을 질문에 답해준다는 ....하여 떠나는 자도 남겨진 자에게도 물음표가 남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고백서같은
그녀가 오랫동안 간직해왔던 비밀을 털어놓는 것이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 있는 이가 누가있을까? 읽는 나로서는 그런 판단보다는 그 비밀이
유지되는 과정에서 온갖 사람들의 오해가 쌓이고 쌓여 회복될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린 상황에 더 신경이 쓰였다. 그녀는 살면서 단 한 번 거짓말을
했다고 했는데 그로 인해 세사람의 인생이 꼬여버렸다. 그리고 그녀의 그런 선택은 그녀의 부모님의 이야기가 발단이 된다.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그 분들의 모습에서 또 그 시대적 상황이 그녀에게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여겨졌다. 적어도 나에게는 .....
그 어떤 일도 세상에 불쑥 불거지는 것은 없다. 자세히 살펴보면 거기에는 반드시 인과가 있다. 부모교육을 받을 때 나쁜 행동은 환경에
의해 유전되는 것이므로 그것을 끊어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 책을 보니 어쩐지 그 말이 틀리지 않구나 싶다. 끊어내지 못하면 결국은 저리
틀어지는구나 싶어 맘이 아팠다. 나의 어린시절의 경험을 더듬고 싶은 생각도 없었지만 내 아이들에게 나의 나쁜 모습들을 전달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는데 그러지 못해 저리 늙어 아이들에게 편지나 쓰고 있음 어쩌나 하는 푸념도 들었다.
요즘 소담에서 나온 책 중 가장 마음에 든 책이다. 갠적으로 에쿠니 가오리를 맘에 안 들어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이런 감성적인 소설을
읽은 것이 언제인가 싶기도 .... 잠잠히 침잠하는 자신을 느껴보고 싶을 때 꺼내보면 좋겠다. 나를 아이를 떠올리며 조용히 산책하듯 읽는
책이다. 딱 그런 마음으로
그녀가 손녀에게 보내는 편지의 마지막으로 나의 글도 마무리하고자 한다.
네 앞에 수많은 길들이 열려 있을 때, 그리고 어떤 길을 택해야할지 모를 때, 그냥 아무길이나 들어서진 마, 내가 세상에 나오던 날 그랬듯이, 자신 있는 깊은 숨을 내쉬어 봐. 어떤 것에도 현혹 당하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리고 기다려 보렴.
네 마음이 하는 말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봐. 그러다 네 마음이 말을 할 때 그때 일어나서 마음 가는 대로 가거라.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었는지 모르겠다. 이 마지막 글에 눈이 한참을 멈춰있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이 말이 그랬으면 좋겠다. 네 마음이 말을 할 때 그때 일어나서 마음 가는대로 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