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원전을 넘어서는 또 다른 주석서이다. 따분하게 다가오는 고대 고전 소크라테스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지금까지의 인생 경험을 토대로 독자를 끌어내고 있다. 간혹 다가오는 저자의 간단하면서도 명쾌한 일침, 소크라테스가 들려주는 명언들이 뒤엉켜 내용을 풍부하게 해주고 있다. “지혜로운 자는 어떤 사람인가. 바로 자신이 지혜롭지 않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무지를 깨우치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하는 자다.”라는 소크라테스의 말도 좋지만 당태종과 위징의 일화 소개는 감동과 재미를 준다. 죽음을 앞에 놓고 태연히 말하는 소크라테스의 말도 감동적이고 교훈적이다. “ 죽음을 피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불의를 피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불의는 죽음보다 빨리 달리기 때문입니다. 나는 늙고 행동이 둔하기 때문에 느리게 뛰는 자에게 붙잡혔지만, 예리하고 기민한 나의 고발자들은 빨리 다리는 자, 곧 불의에 잡혔습니다.” 성인이 된 맏 아들과 아직 어린 두 아들 그리고 아내를 두고 세상을 떠나야하는 소크라테스에게 세상적인 고민을 매우 컸을 것이라는 지적은 참 인간적이다.

그러나 죽음이 문제에서 자살을 보는 저자의 태도는 맘에 안든다. 자살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만 접근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관점이 필요했다. 무한경쟁, 물질에 매여 사는 자본주의의에의 몰입, 출세와 성적만을 향해 달리다 생을 마감하는 젊은이들이 죽음에 대한 접근이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 또한 ‘악법도 법이다’는 논리 저편에 자리한 ‘악법은 어기면서 투쟁해야 고쳐진다.’는 논리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한 관점이 아쉽다. ‘역사가 나를 심판하리라’라면서 감옥에서 탈출, 쿠바의 독재자를 축출하고 사회주의를 건설한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의 경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저자에게 묻고 싶다. 또 아무리 영혼이 중요하다하더라도 육체가 없다면 실질적인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저자는 ‘몸’을 가볍게 본 것 같다.

저자의 솔직한 고백은 독자를 친근감 있게 잡아당긴다. 요즘 젊은이들의 이해타산 적인 사랑에 대해서도 그것이 요즘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들이 본능적이 모습이라고 본 것 역시 지은이가 옆집 아저씨로 느끼게 해준다. 입신출세를 위해 유학을 간 것 같다는 조심스런 고백도 그렇다. 삶과 세상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하이에크에서 찾았다는 고백은 독자로 하여금 그의 또 다른 책 한 권을 기다리게 한다.

자식 교육에 자신의 생을 바치는 요즘 학부모들에 대한 일침도 담아둘 만 하다. 자식의 인생은 어디까지나 그들이 몫이다. 부모도 부모 자신 몫의 삶이 있다는 말이 그것이다. 예로든 코네티컷과 메사추세츠의 보딩 스쿨도 부모 역할을 생각하게 해준다.

자신의 영역에서 최고의 단계까지 이르게 됨으로써 문리를 터득한 이병철 회장이라는 소개는 조심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딱딱한 고전을 부드럽게 하려고 저자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래도 약간 이 책은 좀 건조한 느낌을 주는 대목이 있다. 그러나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 핵심 이유는 마음의 눈으로 자신의 처지와 환경, 일과 생활을 볼 수 있는 힘을 얻기 위함이라는 저자의 결론에는 다른 이의가 없다. 공박사의 또 다른 고전 강독을 기다린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잘 맛사지 된 그런 책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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