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터베리 이야기 - 상 을유세계문학전집 119
제프리 초서 지음, 최예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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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어떤 때는 나무 꼭대기에 올라갔다가,
다음에는 찔레나무 속으로 휙 떨어지고
마치 우물의 두레박처럼 오르락내리락하며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을 만큼 기분이 변화무쌍합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해가 쨍쨍하다가 세차게 비가 내리는 금요일 날씨 같습니다.
(78, 기사의 이야기)

우리는 우리가 어딜 가는지 알려 하고 감독하려는 남자 싫어해.
우리는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290)

"내가 죽을 때까지 늙고 못생긴 대신에
당신에게 진실하고 겸손한 아내가 되어
평생 당신 마음을 거스르는 일이 없기를 원하세요?
아니면 내가 젊고 아름다워서
저로 인해 집이나 다른 곳 어디에서든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쪽을 원하시나요?
이제 당신 마음에 드는 대로 선택해 보세요."
(330, 바스에서 온 부인의 이야기)

말하자면, 분노는 교만의 집행자라 할 수 있지.
분노가 빚어낸 슬픈 사연이 얼마나 많은지
아마 내일까지라도 계속 이야기할 수 있을 거야.
(367, 법정 소환인의 이야기)

침묵하지 말고 항상 말대꾸하던
메아리의 신 에코를 본받으시오.
순진해서 속지 말고
적극적으로 지배권을 잡으시오.
(435, 대학생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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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캔터베리 순례 여행을 떠나는 유쾌한 일행,
본격 저녁 내기 토크 대결이 펼쳐진다!

중세 영어를 문학의 언어로 격상시켰다는
작가 소개글은 얼마나 놀라운가!
중세 영어는 나랏말싸미듕귁에달아…
정도를 연상해 볼 수 있을까?

을유세계문학전집 중 책장이 이렇게 쉽게 넘어가는 책은 없을 것이다!
운문 형식 또한 이에 한 몫 하는데
번역의 노고에 감탄하고 말 것이다!

성경과 그리스로마신화에 관한 배경지식이 있다면
더욱 풍성하게 읽힐 것이며 그렇지 않더라도
쫄지 말고 빠르게 맨 뒤 페이지로 가 보라
든든한 주석이 펼쳐질 테니
이것은 우리만의 비밀이다

각자의 이야기 한 판 승부에 마음을 쏟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고
사실 이 이야기 전부를 작가 한 사람이 썼다고 생각하면
이 대단한 사람 과연
전투 포로로 잡혀, 풀려나, 시인 친구에, 번역가, 군인, 외교 사절, 세관 감사관, 왕실 공사 감독, 의회 의원, 부삼림 감독관 등으로
다양한 위치에서 인생 살며 쓸 거리를 얻었을까
하다가도 그저 감탄할 따름이며

육백 년을 살아남은 이야기에
진취적이고도 독립적인 여성의 발언이 그득해서
눈도 마음도 번쩍 뜨인다는 후문

아아,
하권이여 어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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