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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0월
평점 :
정이현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계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첫 작품은 <달콤한 나의 도시>였다.
상큼 발랄! 그게 첫 느낌이었지만, 그렇다해서 마냥 가볍기만 한 건 또 아니었고...
나중에 TV 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했던 그 작품은, 작가를 대중에게 어필시킬 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 후로 나온 모든 작품과 거슬러 초기작까지 거의 다 읽었고 거의 다 소장 중인데 9년만의 소설집이라는 이번 책은 그간의 작가에 대한 약간은 폄하하는 비평들(대중적, 도회적...)에 종지부를 찍을 만한 소설집이 아닌가 싶다. 작가의 말에서 '상냥한 폭력의 시대'라는 제목의 의미를 공감하게 되는데 문학 평론가(백지은)의 해설에서 구구절절 설명이 달려 있다.
각종 문예지등에 발표한 단편 7편이 수록되어 있어 발표 순서대로 읽어 보았는데
우리 주변 어디서든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들!
무수히 관계를 맺고 살지만 결국 혼자여서 외로운 사람들,,, 하지만 외로워도 그렇지 않은 척, 혹은 그렇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은 채 그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
등장인물의 성별과 나이 혹은 처한 현실과 상관없이 읽는 내내 감정이입이 되었다.
어쩌면 내 이야기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리얼리티가 살아있다.
말 그대로 '도시기록자'!
어떤 작가는 역사를 기록하고 또 어떤 작가는 인간 심리를 파헤치는 글을 쓰고 혹은 오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여 쓰기도 할 테니 한 작가는 도시기록자여도 좋지 않을까?
한 동안 소설류를 멀리 했었는데 최근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들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정이현 작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그때까지 나도 또 그럭저럭 살아가겠지.세상과 희미하게나마 이어진 채로...(미스조와 거북이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