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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다 - 걷지 않는 인간은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가
이케다 미쓰후미 지음, 하진수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10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어보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인류 진화부터 거리 디자인까지
360도로 걷기를 파헤친 최초의 논픽션!
요즘 저는 매일 아침 아이를 등원버스에 태운 후 동네를 걸어요. 일주일에 한번은 숲에서 걷구요. 습관이 붙기 시작하니 달라진 점이 느껴져요. 원래 저녁형 인간이라 오전 내내 잠에서 깨지 못한 멍한 상태일 때가 많았는데, 걷고 나면 몸에 시동이 걸린 듯 가볍고 머리가 맑아져요. 책상에 오래 앉아 있어도 허리가 아프지 않구요. 밤에 쓰러지듯 잠들어 깨지 않고 숙면한답니다. 숲을 걸으며 흙냄새를 맡고 온 날은 기분이 더할 나위 없이 좋구요.
걷고 있기에 걷기의 장점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은 그 이상으로 흥미진진한 책이었어요. 단순히 걷기의 뇌과학적, 심리학적 효과를 논하며 걷기를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진화부터 사회 문화적 진화, 신체와 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각도로 ‘걷는다’는 행위의 의미를 조명합니다.
“걷기는 인간에게 가장 훌륭한 약이다.” _히포크라테스
“진정으로 위대한 모든 생각은 산책 중에 떠오른다.” _니체
“숲, 나무, 덤불, 잔디, 바위 사이를 걷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_베토벤
저자가 걷기에 관한 논문들을 샅샅이 읽어가며 느낀 점은 ‘사람은 걸으면 건강해진다’가 아니라 ‘사람은 걷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라고 합니다. 걷도록 진화되어 온 인류의 몸은 급격하게 늘어난 앉아있는 시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어요. 주로 앉아서 생활한다는 뜻의 ‘호모 세덴타리우스’, 비만율과 비례하는 ‘활동 격차’ 등의 개념을 소개하며 걷지 않는 현대인의 생활을 조명해요.
하지만 또 재미있는 것은 걷기를 강조하고 걸을 수 있는 환경을 선호하는 현상이에요. 메타 본사 옥상에는 워킹 트레일이 조성되어 있고, 스티브 잡스 역시 산책 중 사업 협상을 벌였으며, 미국의 불과 1.2%에 해당하는 뉴욕, 보스턴, 워싱턴D.C. 등의 걷기 좋은 거리가 미국 전체 GDP의 20%를 차지하는 이코노믹 엔진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도보 생활권이 좋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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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 두껍고 구부러지지 않는 신발은, 발한테서는 고유의 수용 감각을 빼앗고, 뇌와 신경회로한테서는 수백만 년에 걸쳐 우리를 지휘해온 정보 수집력과 정보 처리 능력을 빼앗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건 신발에 관한 부분이에요. 운동화의 에어가 빠진 것 같아 더 에어와 쿠션이 빵빵한 워킹화를 장만해야지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 책은 ‘좋은 신발’에 대한 정의를 다시 씁니다. 두꺼운 쿠션과 아치를 받쳐주는 기능성 운동화가 발을 편하게는 해줄지언정, 발이 원래 가져야 할 능력을 잃게 만든다구요. 맨발로 걷는 느낌이 드는 ‘베어풋 슈즈’를 신어보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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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헤로인, 주식 시세. 속절없이 빠져들어 환자가 되기 쉬운 즐거움 중에는 워킹, 즉 ‘걷기’라는 행동도 해당된다는 생각이 든다.”
“걷는 습관이 몸에 백 나니 이제 도심이나 공원을 걷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매우 공감했던 문장이에요. 몇번 걷기 시작하니 걷기 전의 몸 컨디션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졌어요. 도심에서의 걷기는 신경 쓰이는게 많은데, 숲에 가서 걸으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답니다. 좀더 가깝다면 매일 가고 싶을 만큼 숲 걷기에 중독이 되어가는 기분이에요. 책을 읽어보면 아실 거에요, 걷기가 가진 수많은 장점과 흥미로운 역사적 변천을. 걸어보면 아실 거에요, 걷기가 가진 중독적인 즐거움을. 이책을 한번 꼭 읽고 걷는 인생을 실천해보기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