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은 마지막 순간들 비룡소의 그림동화 16
마이야 후르메 지음, 정보람 옮김 / 비룡소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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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어보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아이가 자라며 맞이하는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아쉬운
마지막 순간들

어떤 사람들은 볼펜이나 조개껍데기, 우표를 모아요.
친구와 보낸 하루, 여행한 도시, 신기록을 세운
순간의 기억을 모으는 사람들도 있지요.
나는 마지막 순간을 모아요.
그건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어요.
숲속에서, 집 안에서, 도시에서도요.
나는 친구들과 할머니에게
마지막 순간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요.
여기 내가 모은 마지막 순간들이 있어요.

마지막 순간들을 모은다니, 이 얼마나 낭만적이고 철학적인 이야기인가요. 책에 담겨진 다양한 마지막의 모습을 아이와 함께 확인해 보는게 참 재미있고도 애틋한 책이었어요. 저와 아이의 경험과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참 좋은 책이었구요. 우리가 미처 마지막이라고 인식하지도 못했던 순간들도 새롭게 떠올려보게 해주는 책입니다.

마지막 기저귀를 보더니 아이가 기저귀랑 빠이빠이 하던 순간이 생각난다고 하더라구요. 3년전 만3세 때였는데 신기했어요. 공연의 막이 오르기 전 마지막 순간을 보며 유치원 발표회의 시작 순간을 떠올려 보기도 했구요. 눈사람이 녹아버린 순간, 탑 쌓기의 마지막 조각 등에 공감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사실 엄마에게 더 아련한 책이었답니다. 해가 수평선 너머로 숨어들어가는 해 질 녘 노을의 마지막 순간, 둥지를 떠나는 마지막 아기 새, 마지막 심장 박동과 마지막 작별 인사 등의 이야기는 마지막의 아쉬움과 슬픔, 아련함을 떠올리게 해요.

종결, 이별, 새출발, 나눔, 외로움, 아쉬움… 다양한 마지막을 그려낸 참 인상 깊은 이야기에요. 아이와 같이 보면서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지만, 엄마 혼자 다시 천천히 넘겨 보며 생각에 빠져들고 싶어집니다.

어떤 일에나 마지막은 있지요. 마지막 순간을 잘 인식하고 보내주어야 그 다음 첫 시작을 또 잘 맞이할 수 있어요. 마지막에 이름을 붙이고 소중히 담아놓는 행위는 흘러가는 시간에 의미를 부여해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게 해주는 일종의 의식 같이 느껴지네요. 이제 곧 유치원 생활을 마무리하고 학교로 향하게 될 아이가 이 책을 보며 마지막을 아름답게 간직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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