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 맡겨 주세요! ㅣ 비룡소 창작그림책 77
이소영 지음 / 비룡소 / 2023년 11월
평점 :
“아이코! 더워서 겨울잠을 못 잔다고요?”
“어머나! 털이 갈색으로 변했다고요?”
“저런,
바다에 먹을 게 없다고요?”
위의 이야기들만 들어도 지구온난화와 환경보호에 대한 책이라는걸 눈치채셨겠죠? 아이도 금새 알더라구요. 그런데 이 책은 기발한 비틀기를 통해 이
문제를 예리하게 꼬집고,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동시에 유쾌함을 잃지 않는 특별한 접근법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선사합니다.
뭐든 척척 해결하기로 소문난 오! 박사는
사람들은 물론 고민이 많은 동물들의 의뢰까지 받아요. 더워서 겨울잠을 자지 못하는 곰, 날이 따뜻해져 눈이 오지 않자 하얀 털이 점점 갈색으로 변해가는 흰올빼미, 더워진
바다 때문에 크릴새우가 다 죽어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대왕고래까지요.
정말 심각하네 이걸 어쩌나… 하고
책을 보던 독자에게 오! 박사는 주저없이 명쾌하게 외칩니다.
“간단합니다!”
곰에게는 잠이 잘 오는 알약 처방을,
흰올빼미에게는 초강력 화이트 염색을과 인공 눈을, 대왕고래에게는 크릴새우가 숨쉴 수 있게
해주는 산소통을 제공하지요. (아! 산소통은 배 속에서 사르르
녹을 테니 걱정할 필요 없구요!)
그리고 더 먼 곳에서 온 연락 온 마지막 손님은 말하기조차 버거워
보이는데요. 이번에도 오! 박사는 간단하게 해결해낼 수 있을까요?
이거… 맞는 건가요?ㅎ 고개를 갸우뚱하며, 피식 웃는 동시에 미간은 찡그려지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과연 동물 의뢰인들은 오! 박사의 처방전에 모두 오! 하고 감탄했을까요?
중간중간 책은 질문을 던지지 않는데,
계속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었어요. 단순히 고통받는 동물들만 보여주고 끝났다면 연민의 감정으로
끝날 수도 있는데, 과연 사람들이 환경문제를 제대로 다루고 있는가에 대해 자연스럽게 고민해보게 만들더라구요.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게 아니라 ‘그린 워싱’ 처럼 표면적인 현상들만 덮고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진정한 해결책은
무엇인지, 질문의 씨앗을 아이에게 심어줄 수 있는 책이에요.
마지막 면지에 나온 ‘지구
위기 시계’에 남은 시간을 보고 아이가 몇 년 후인지 계산해보더니 화들짝 놀라더라구요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해보며 함께 보실 책으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