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크리모사 Nobless Club 3
윤현승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라크리모사, '눈물의 날' 혹은 '눈물을 흘리다'라는 뜻을 가진 제목으로 봤을 때 당연히 음산한 책일 거라 여겼다. 어떤 건물의 복도 같아 보이는 표지만을 봤을 때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제목은 정말 매혹적이면서도 어디 불편한 느낌이 든다. 어느 나라의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상당히 안타까운 의미를 가진다. 내용이야 어찌되었든 누군가가 슬퍼한다는 이야기일 테니까~ 처음에 내가 책을 집어들었을 때 무엇을 기대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다 읽고 나서 이렇게 모호하고 텅빈 듯한 기분을 느낄 줄은 나도 몰랐다. 내용은 화요일 16시 33분부터 그 다음 수요일 4시까지 일어나는 이야기에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고, 세상이 멸망할 위기에 놓이고, 주인공의 인생이 180도로 바뀌어버리는 이야기이다.

 

인간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에 만약 자신에게 인간을 뛰어넘을 능력이 주어진다면 그는 과연 인간일까? 괴물일까? 아니면, 악마일까? 신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도 그는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인간이 인간이 아닐 수 있게 하는 능력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두려움, 공포, 즐거움, 행복도 다 포기해야 하는 것일테니... 책으로 나왔다가 너무 인기가 있어서 만화로도 나오는 <이드>를 보면 주인공 이드는 꽤 대단한 인물로 나온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능력을 얻은 자가 그에게 '인간이 아닌 자'라고 불렀을 정도이니... 인간으로서의 뛰어난 무공과 용의 심장에서 나온 능력과 마법으로 만든 라미아까지 있어서 신의 능력과 맞먹을 정도의 힘을 지녔으니 이 책들의 주인공과들도 얼마간 비슷해보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책이 재미있는 것은 이드라는 주인공이 대단한 힘을 가지고는 있지만, 절대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냘픈 외모에, 동료를 지키려고 하는 우정까지 더해져서 이야기에 쏠쏠한 재미를 더해준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온 마법을 가진 인간들은 하나같이 - 아니, 다우시니 관장은 아니지만 - 두려움이란 걸 찾아볼 수가 없다. 두려움뿐만 아니라 보통의 인간들이 느낄 수 있는 행복도 마찬가지다. 영웅은 되지 못할지라도 이런 식으로 무미건조하게 살 것 같으면 난 평범한 보통의 사람으로 사는 게 훨씬 더 남는 장사일텐데... 우선 두 통화의 전화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다우시니 관장이 중요한 살인 용의자이니 빨리 도서관에서 나오라는 경찰의 전화와, 관장이 주인공과 그의 딸을 죽이려하니 도서관에서 숨어있으라는 어떤 여자의 전화! 이 전화를 받은 남자는 루카르도라는 도서관의 유일한 사서이자 관리실장인데, 그는 십대 딸과 같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죽었다던 사람이 새카맣게 타서 죽었다는 것과 도서관으로 온 경찰들이 모조리 몰살당했다는 것이다. 그만 남겨두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두려움에 떨던 그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닫힌 서고로 내려가는데...

 

루카르도는 보통의 남자로, 도덕적이고 평소 파리 한 마리도 못 죽일 것 같은 인물이다. 그리고 그가 움직이는 것은 오로지 딸이 위험하다는 이유뿐, 그것만 아니였으면 아마 여자의 위협 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갔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그 자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레오나르와 거래를 해야 한다. 단 세 번의 거래로 그는 원하는 것을 얻어야만 하는데, 그 모든 것이 이렇게 허탈해질 수가~ 내가 제일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은 마지막에 변해버린 루카르도였다. 해야할 일이 있고, 그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도 아무것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 왠지 그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어느샌가 인간이길 포기해버린 것은 아닌지... 정말 허탈하고도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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