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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D] 심리로 봉다방 - 심리학 오타쿠의 다방 창업기
왕고래 지음 / 부크크(bookk) / 2017년 5월
평점 :
왕십리에는 진짜로 ‘봉순이네 다락방’이라는 카페가 있다.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사람들이 올린 리뷰를 보아하니 분위기가 따뜻하고 인테리어는 아기자기하며 고양이까지 있단다. 소설 속 그 카페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작가는 이 특별한 카페를 만났을 때, 그 모습을 그대로 기록하는 대신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마치 크로와상이라는 훌륭한 빵을 굳이 와플 기계에 넣어 눌러본 사람과도 같다. 이유가 뭘까?
어쩌면 그는 봉팔처럼 조잘조잘 시끄럽고 꽉 찬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을지 모른다. 눈앞의 풍경을 사진처럼 담기에는 마음속에서 흘러넘치는 감정과 생각들이 너무도 역동적이었을 것이다. 모든 말과 행동, 사물 하나하나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떠오르지만 말로는 다 담아내지 못하는 사람. 결국 그 마음을 타자기로 꾹꾹 눌러 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본 것을 기록하는 역사가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 속 목소리를 기록하는 소설가가 되었다.
조지 오웰은 작가가 글을 쓰는 네 가지 동기 중 하나로 ‘역사적 충동’을 드는데,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을 알아내고, 그것을 후세를 위해 보존해두려는 욕구”라고 한다. 하지만 그 욕구는 단지 사실을 정리하려는 것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평론가 신형철은 그 욕구를 이렇게 설명했다. “역사는 세상의 길에서도 흐르지만, 인간의 마음속에서도 흐른다. 그 마음의 역사를, 소설가가 아니라면 누가 기록할 것인가.”
역사는 길 위에 있고, 소설은 마음으로부터 나왔다. 나는 ‘심리로 봉다방’에서 살아 숨쉬는 마음의 기록을 만났다. 굳이 굳이 눌러 만든 바삭하고 낯선 크로플처럼, 꾹꾹 눌러 담아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