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금색 공책 1~2 - 전2권 - 도리스 레싱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판
도리스 레싱 지음, 권영희 옮김 / 창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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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금색 공책>을 장식하는 수많은 단어 중 빠지지 않는 수식어는 페미니즘, 여성 해방 운동이다. 그러나 <금색 공책>은 여성 인권, 페미니즘에 관한 내용만으로 정의하기는 더 많은 무언가를 담아내고 있다. 물론 여성들이 공감할 만한 부분이 많지만, 그 외에도 정치, 사회, 인종 차별 등 그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관,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어 나는 이 책을 ‘한 시대의 보고서’라고 정의하고 싶다.


소설 초반부에 애나는 소설이 기능이 언론 전초 기지가 되어버렸다고 말한다. 독자들은 자신이 모르는 분야를 알기 위해, 마치 탐사 보고서를 읽는 것과 같은 종류의 호기심으로 소설을 읽는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금색 공책>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었다. <금색 공책>의 이야기는 무(無)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애나가 노란 공책에 ‘엘라’를 통해 자신을 투영시켜 “제삼자의 그림자”를 작성한 것처럼 도리스 레싱이 애나를 통해 “금색 공책”을 만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작가의 경험 혹은 의식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에 20세기 문학사의 경전으로 손꼽힌다. 그렇기에 20세기 사회의 보고서라 봐도 무방하다 생각했다.


사실 읽으면서 당시의 역사적 배경을 잘 아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애나의 분리된 자아를 상징하는 4개의 공책들 내용이 ‘금색 공책’에서 회복 및 통합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로버타 루벤스타인은 "<금색 공책>은 읽는 책이 아니라 경험하는 책"이라 논평했다. 도리스 레싱 역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후 “내가 쓴 글들을 읽고 당신의 생각을 스스로 가다듬고, 자신의 삶과 경험에 견주어보는 게 어떤가요?”라며 독법을 제시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생각하게 하는 이 책은 독자의 경험으로 하여금 이분법적 사회적 문제들을 극복하게 한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검은 공책>

"그들 무리와 마쇼피 호텔에서 보낸 그 주말들로 돌아갈 때면 먼저 내 안의 어떤 스위치를 꺼놓아야 한다. 그 시절에 관해 쓰는 지금도 꺼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고 그건 소설은 될지 몰라도 진실은 못될 것이기에. 마치 유난히 격정적아던 연애나 성적인 집착을 기억하는 일과 흡사하다. (중략) 하지만 그 노스탤지어는 너무도 강력해서 난 기껏해야 한번에 두세 문장만을 쓸 수 있을 뿐이다. 분노에 휩쓸려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분해 과정의 일부가 되고자 갈망하는 이런 허무주의보타 더 강력한 것은 없다(1권, P.131)


<빨간 공책>

"예상했던 그대로다. 한때 당에 적을 두었으나 이제는 떠난 사람들과 정치 토론을 할 때만 내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하게 된다."(1권, P.264)

"이 공책에 글을 거의 적지 못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이제 보니, 써넣은 것 전부가 당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당원이다. 몰리 역시 그렇다."(1권, P.267)


<노란 공책>

"시작할 때는 의식하지 못한 다른 주제가 하나 더 보인다. 순진함. 엘라가 폴을 만나 사랑하게 된 그 순간, 사랑이라는 말을 쓴 순간 순진함이 탄생했다."(1권, P.344)

"그 5년간 엘라가 잃어버린 것은 순진함을 관통하여 창조하는 힘이었다."(1권, P.345)


<파란 공책>

"마치 그 일기를 언급함으로써, 그리하여 그것을 자신이 계획한 절차의 일부로 만듦으로써, 말하자면 그녀가 그걸 내게서 빼앗는 것 같다. [이 지점에서 사적인 기록으로서의 일기는 중단되었다.](1권, P.385)

"파란색 공책이 있는 데로 가서 거기에다 적으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되뇌었다.(중략)하지만 내가 쥐고 있는 건 펜이 아니라 총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애나가 아니라 군인이었다."(2권, P.346)


런던의 아파트에는 그들 두 여자뿐이었다.(1권) - P9

"그럼 내가 당신에게 첫 문장을 써줄게. 두 여자가 있다, 이렇게 써, 애나. 적어봐. 런던의 아파트에는 그들 두 여자뿐이었다."(2권) - P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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