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새를 품었으니 동시만세
김현숙 지음, 김주경 그림 / 국민서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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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인들이 알아주는 국포자였다.

책이 왜 재밌는지, 문학작품이 왜 감동을 주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문해력 제로 인간.

마흔을 코앞에 두고서야 얻은 깨달음!

흔히 유치할 것이라고 오해받기 십상인 아동문학이 얼마나 재밌고 즐거운 것인지, 그리고 이 작품들이 아이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직 그림책과 동시집 덕후라고는 말 할 수 없지만 왜 그렇게 되는지 충분히, 오롯이 이해할 수 있다.

아직 그 길에 접어들지는 않았지만 몸과 시선이 그 쪽을 바라보고 있다 정도?

이 동시집을 보았을 때 표지 그림 때문에 관심이 갔다.

문학에 대한 식견은 없으나 취향은 있기 때문에 글도 그림도 동시에 끌려야 손이 간다.

아무래도 문학적 소양이 없어서 더욱 취향에 의존하게 되는 것 같다.

찌그러진 축구공에 소복히 앉아있는 아기새와 그 아기새들만 바라보는 어미새에게 눈이갔다.

그리고 상세설명에 "참깨로"에 끌려 이 동시집을 꼭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깨로 라는 도로명을 붙여줄 정도의 센스라면 이 동시집은 얼마나 재밌을까?'라는 기대감이 들었다랄까?



어린시절 선생님이 작가, 목차, 소개글 등등을 확인하라고 할 땐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요즘은 꼭 확인하게 되는 작가소개글, 그리고 책 초입에 나오는 작가의 말!

쓰레기장에 버려진 고무신이 쓸쓸해보여 팬지꽃을 고무신에 담아보았다는 시인의 글을 보며, '이렇게 감성이 남다르니 시를 쓰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소한 것도 눈여겨 볼 줄 아는 남다른 시각! 내가 가지지 못했으니 이렇게 동시집으로나마 즐겨본다.


나는 원래 서평을 쓸 때 사진 여러장을 담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좀 조심스러운지라 아이와 재밌게 보았던 동시 몇 페이지만 담아보았다.

<도토리>

요즘 코로나로 일주일에 하루 이틀만 등원하다보니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욱 많아졌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조차 어려운 시기라 우리는 인근 언덕을 자주 오르내린다.

요즘 한참 밤과 도토리가 떨어져서 아이와 같이 떨어진 밤송이도 까보고 도토리도 몇 개 주워오곤 한다.

도토리는 밤과 달리 겉 껍질이 뽀족하지 않아서 한 두개 그대로 손에 들고 오다 껍질이 떨어졌다.

6살 딸아이는 모자가 떨어졌다며 속상해했다.

그게 바로 이 동시를 읽기 하루 이틀 전이었던 것 같다.

모자가 떨어질 당시엔 속이 상했지만 밤에 잠자기 전에 이 동시를 읽는데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쓴 동시가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하고 재밌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모자가 아닌 안전모였다며 도토리가 속상할테니 나중에 꼭 붙여주자고 이야기 하며 깔깔깔 웃었다.

그림도 어찌나 귀여운지!!



<현장학습>

그리고 나를 피곤하게 만들었던 동시!

아이가 이거 듣고 자지러지게 웃었다.

"엄마, 또 읽어봐! 또또또!!"를 외치는 아이.

몇 번이나 읽었는지....

여기에 얼마나 깊은 뜻이 담긴건지 모르는 아이는 그저 웃긴가보다.

이렇게 쓸 생각을 한 동시작가님께도 박수를!!!



그 다음으로 담아보는 동시 <봄비>

이 동시는 그림도 동시도 이야기 하고 싶어서 담아본다.

빗방울이 그려져 있지만 배경 하늘색에 빗방울 떨어진 느낌이 인상적이다.

나는 이 동시집에 동시도 그림도 너무 좋다.

<봄비>는 표현이 사랑스럽지만 그 안에 자연의 섭리라는 쉽지 않은 주제가 담겨있는 것 같다.

동시라 사랑스럽고 귀엽게 표현되어 보기엔 쉽게 보일 수 있지만 쉽지 않은 매력이 있다.



<나비 학교>

이 동시 작가님과 우린 뭔가 통하는 게 있나보다.

나비 학교는 우리 아이가 자주 사용하는 우리집 이름이다.

학교 가지 않는 날은 우리집이 '나비 학교'가 된다.

아이는 학교 생활을 학교에서, 집에서 옮겨다니며 한다.

그 모습이 왠지 이 동시에 등장하는 나비와 닮아있다.

아이가 즐겨쓰는 말이라 그런지 참으로 반가워했다.



<참깨로>

내가 좋아했던 '참깨로'

시골출신인 나는 참깨가 줄지어 서있는 길이 익숙하다.

나는 참깨를 보며 추억을 떠올리고, 동시작가님은 그 길에 '참깨로'라는 새 도로명을 붙여주었다.

시골출신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사실, 그래서 우린 그냥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만다.

하지만 이렇게 명쾌하게 언어로 표현해준 덕분에 우리는 다시 과거를 추억할 수 있다.

추상적이었던 어렴풋한 기억이 왠지 아름다운 추억으로 되살아난 기분이다.



읽어나가는 동시집이 하나, 둘 늘어갈 때마다 나는 점점 동시집 예찬론자가 되어간다.

내가 그저 짧은 단어 하나만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못하는 사물을 어쩜 머릿속에 그리듯이 표현할 수 있는 것인지!

나는 동시를 읽으며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거나 과거를 추억하고, 아이는 동시에 깃든 언어와 엄마의 추억을 자신의 머릿속에 자기만의 것으로 다시 차곡차곡 쌓아간다.

이 동시집은 사용되는 단어가 그리 어렵지는 않다.

표현도 단어도 참으로 사랑스럽다.

우리가 그냥 지나치는 사물도 다시 한번 바라보게 한다.

그 사물을 바라보며 우린 함께 보았던 동시집 속에 동시를 다시 떠올리겠지.

우리 주변의 사물 뿐 아니라 가족과의 관계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쉬운 말로 표현했지만 내용이 가볍지는 않은 듯 하다.

아직 아이와 동시집 한 편 함께 해본 경험이 없다면 이 동시집을 추천해본다.

동시 한 편이 짧다고 하루에 한 권 다 읽기 보다는 하루 세 네 편 천천히 읽고 아이와 짧게나마 대화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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