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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편 어린 왕자 이야기 ㅣ YES! 그래 그 명작
이수지 엮음, 전정환 그림,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원작 / 엠앤키즈(M&Kids) / 2019년 12월
평점 :
아이와 함께 읽을 수 있는 어린왕자 판형을 소장하고 싶었는데 마침 득템하게 된,
"하루에 한 편 어린왕자 이야기"
어린왕자는 그야말로 필독서다!
부끄럽게도 나는 어린왕자를 서른이 훌쩍 넘어 아이를 출산하고 나서야 읽었다.
아이가 걸음마 하기 전에 한 번, 그리고 다섯 살 때 한 번 더..
행성 위에 외롭게 서 있는 어린왕자의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는지, 아니면 엄마가 몇 날 며칠 계속 끼고 다니며 읽고 있으니 궁금해서 였던건지 졸졸졸 따라다니며 읽어달라고 졸랐었다.
영문으로 읽고 있었던 터라 인근 도서관을 뒤져서 초등용 어린왕자를 빌렸었다.
한 번의 연장을 거쳐 4주간 잠자리 그림책으로 한 챕터 혹은 두 챕터씩 읽어주었다.
사실 하루 이틀 읽고나서 거부할 줄 알았는데 끝까지 함께 읽는 모습에 놀랐다.
그래서 어린왕자에 대한 애정이 유독 깊다.
이 버전, 저 버전 다 소장하고픈...
사실 어린왕자는 영문판, 초등고학년용 클래식 시리즈 버전 두 권 소장하고있다.
하지만 두 권 다 판형도, 글씨도 달라서 아이와 함께 읽기는 왠지 부담...
(일종의 자기합리화 중ㅎㅎㅎ)
이 책을 처음 꺼냈을 때 딸아이의 반응이 정말 웃겼다.
글씨도 읽지 못하는 아이인데 어린왕자 책인지 기가 막히게 알아보았다.
"엄마, 여기는 어린왕자가 왜 이렇게 생겼어?"
이 질문을 남기고 책을 받아들고 앉아서 책을 넘겨보는 모습을 보니 왜이리 뿌듯한지..
하여간 이제 막 6살이 된 딸과 다시 한번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너무나 기쁘다.
글씨도 큼직큼직, 줄간격도 여유있어 좋다.
기존책과 그림을 비교해보았다.
아무래도 대상연령대가 낮게 잡혀있어서 그런지 그림이 귀엽다.
어린왕자가 워낙 유명하기에 내용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하려 한다.
대상연령대가 낮기 때문에 축약형일 것이라고 오해했었는데 전혀 축약되지 않았다.
군데군데 임의로 여러군데 한문장 한문장씩 내용 확인해보니 전혀 빠진게 없다.
어린아이들 읽는 책이라고 내가 너무 과소평가한 것 같다.
내 성격은 또 왜 이 모양인지.. 내용 확인해보는 나도 진짜 못났다.
연령대가 낮다고 내용을 축약한다거나 변형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단지 아이들이 이 책을 좋아할 수 있게 그림체와 폰트의 크기를 바꾸고, 어미를 달리 했다.
이를테면, '했다, 그랬다, 했었다' 이렇게 짧은 어미가 아니라, '습니다, 했어요' 등의 어미로 문장을 마무리한다.
참 이렇게 또 대상에 따라 고려되는 면이 달라지나보다.
나이가 들어 책을 보니 또 이런게 다르구나.
그림을 비교하자면 더 알록달록하고 선명하다.
아이를 양육하며 아이들을 관찰해보니 의외로 그림에 참 민감했다.
그림이 자기 마음에 들어야 영상이든, 책이든 보았다.
나도 아줌마인데 나같은 수더분한 아줌마가 나오는 영상은 잘 보지 않았다.
그림도 동글동글 이쁜 거나 귀여운 것을 좋아했다.
아이들의 미의 기준이 더 까다롭다.
사실 내 눈엔 원래 그림도 익숙하고 정감가서 좋지만 초등저학년 아이들에겐 또 다를 수도 있다.
그래서 다시 그림 작업을 하는 것이 때론 불가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아이들은 접하는 기회가 많아진 요즘들어 드는 생각이다.
그림도 동글동글 귀엽고 줄간격도 크다보니 아이들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어린왕자가 양을 그려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을 비교해보았다.
그는 아마도 내가 자기와 닮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는 불행히도 상자 속에 있는 양을 볼 수 있는 눈이 없습니다. 아마 내가 약간은 어른들과 비슷해서겠지요. 나는 오느새 나이가 든 모양입니다.
그리고 바오밥 나무 장면 비교..
별에 바오밥 나무가 세 그루라고 생각했는데 뭔가 더 많아 보여서 이 부분이 좀 아쉽다.
어쩌면 애 이해도가 얕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사실 어린왕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상적이지 않은 부분이 없다.
읽으면 읽을 수록 더 많은 것들이 보이고, 더 많은 것들을 이해하게 되는 책이다.
책을 여러번 읽기 싫어하는 편이지만 어린왕자는 네 번을 읽었어도 더 읽고 싶다.
읽을 수록 그 깊은 의미에 다가가는 느낌이라 남에게 나눠주기도 망설여지는 책이다.
두고두고 소장하고 읽고 싶은 책이다.
혼자서도 다시 읽고 아이와도 다시 읽고, 그리고 또 다시 읽고!
아이가 어리다고 해서 아직은 읽어주기 어렵다는 편견도 접어두었으면 한다.
어렸을 때 부터 한 챕터씩 야금야금 읽어준다면 내가 30대 후반에서야 이해하게 된 이 책을 더 빨리 이해하고 삶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강추하고 또 강추하는 책이다.
어린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추천하고 다니는 어린왕자!
그리고 세 번 째 읽었을 때에 이해하고 충격받았던 결말부 26장에 등장하는 그림.
이 그림도 원래 소장하던 책과 비교하는 사진을 찍어보았다.
특별히 '하루에 한 편 어린왕자 이야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사실 하나는..
사실 내게 어린왕자는 몇 십년간 '풀지 못한 문제, 하지 못한 숙제' 같은 존재였다.
어린왕자라는 책 제목은 수도 없이 들어봤지만 왠지 철학적일 것 같고, 어려울 것 같고, 그래서 지겨울 것 같은 예감에 쉽사리 덤빌 수 없는 그런 책이었다.
언젠가는 읽어야지, 언젠가는 읽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그 언젠가가 30대 중반이 되었다.
너무 늦게 읽었다.
하지만 이 책 제목, '하루에 한 편 어린왕자 이야기'는 '나는 그리 어렵게 도전하는 책이 아니고 하루 하루 조금씩 읽다보면 늦어도 한 달 이내로 읽을 수 있는 그런 쉬운 책이야. 난 진입장벽이 그리 높은 책이 아니야. 걱정말고 한번 시작해봐'라며 잠재독자를 격려(?)해준다.
이 책을 접하고서야 나는 어린왕자가 27챕터라는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게 되었다.
내가 이 사실을 더 일찍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버젓이 써 있는 그 숫자도 이렇게 떡 하니 제목에 써주어야 간파할 수 있는 나의 우둔함이란...
어쨌거나 나는 이 제목이 대단히 충격적이고 파격적이라 생각했다.
유초등 엄마라면 꼭 아이와 이 책을 함께 읽어보기를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