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버스터 - 무삭제 완역본
가이 펜로즈 깁슨 지음, 이동훈 옮김, 김연환 감수 / 책미래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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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이순신장군이 계신다면, 대영제국에는 가이 펜로즈 깁슨이 있다.

 

과장 조금 보탠 말이지만, 그만큼 영국에서 가이 깁슨영국 공군 중령과 그가 지휘한 제617 비행대대, 통칭 댐버스터즈 (Dambusters)’는 존경 받고 있다. 댐버스터즈는 영국 공군의 상징이자 영국이라는 국가의 자존심이다.

내가 서평 하는 본서 <댐버스터 (원제 : Enemy Coast Ahead)>는 댐버스터즈 대대장 가이 깁슨이 직접 집필한 수필이자 회고록. 가이 깁슨과 댐버스터즈가 어떻게 영국의 상징으로 발돋움했는지 담담하게 서술하는, 담백하고 사실적인 논픽션이다.

 

1939. 때는 제2차 세계대전 개전 직후. 나치 독일 제3 제국을 이끄는 사악한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는 모든 유럽을 침공하며 악명을 떨치고 있었다. 마침내 유럽 본토 최후의 보루였던 프랑스 공화국마저 불과 2주 만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자 유럽은 온통 나치의 상징 하켄크로이츠로 도배된다.

이제 유럽에서 나치를 가로막을 유일한 적수는 도버 해협 맞은편에 자리한 마지막 제국뿐이었다. 대영제국은 나치가 가하는 맹렬한 침공을 막아내기 위해 해군 함대와 공군 전투기 및 폭격기 부대를 대거 동원해서 방어와 공격에 나선다. 여기에 대영제국의 이순신 가이 깁슨이 있었다.

 

개전 당시부터 이미 영국 공군 폭격기 부대에 복무하고 있던 수필의 필자 깁슨. 그는 자신의 폭격기를 조종해서 독일 본토를 폭격해서 나치가 침공을 제대로 하지 못하도록 혼란에 빠트리고, 야간 전투기 부대로 이임해서 야간 전투기로 독일 공군 폭격기들이 가하는 맹렬한 공세를 막아냈다.

풍부한 실전 경험을 쌓으며 최고의 베테랑이 된 깁슨에게 영국 공군은 막중한 임무를 맡긴다. 바로 영국이 건재함을 알리기 위해서, 사악한 나치 독일을 무너뜨리는 신호탄을 쏘는 것.

가이 깁슨이 높이 쳐든 자유 민주주의의 기치 아래 최고의 군신들이 모였다. 그들은 혹독한 훈련을 견뎌내고 마침내 독일 본토를 향해 굉장한 작전을 개시한다. 난공불락의 요새로 불리는 독일 수력발전소 3곳을 동시에 타격해서 박살을 낸 것이다. 이후 작전 성공 덕택에 가이 펜로즈 깁슨은 그야말로 호레이쇼 넬슨 제독에 맞먹는 대영제국 최고 군신으로 추앙받는다.

그러나 잇따른 작전과 전쟁의 참혹함은 깁슨을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깁슨은 1944년에 나선 임무에서 장렬히 산화한다.

 

영국의 이순신가이 펜로즈 깁슨의 수필이자 회고록 <댐버스터>는 영국판 <난중일기>라고 할 수 있다. <난중일기>가 군신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처럼, <댐버스터> 역시 깁슨의 영웅적인 전과 뒤에 가려진 인간적인 모습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전쟁 속에 피어나는 애틋한 사랑은 물론이요, 뜨거운 전우애, 한 명씩 스러져 가는 전우들을 향한 그리움을 담은 진혼곡이자 조국을 침공하고 전우들의 목숨을 앗아간 사악한 적들을 향한 처절한 포효이다.

나는 <댐버스터>를 읽고 이 세상에 영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진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영웅은 없다. 다만 한없이 작은 인간이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깁슨이 본서에서 전우들을 위해 남긴 헌사로 내 생각을 대신한다.

 

나는 이 책을 돌아오지 못한 불운한 이들에게 바치고자 한다. 그들은 조국과 인류의 자유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쳤다. 그들을 결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 가이 펜로즈 깁슨, <댐버스터> 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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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리얼리티 - 전직 함장이 들려주는 진짜 잠수함 이야기
최일 지음 / 행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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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행북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

"필자는 2021년 12월 28일부터 2022년 2월 20일까지 경북 예천의 신풍 미술관에서 '유보트 아카이브 기획전'을 개최한 바가 있다. 이 전시회를 통해서 한국에도 숨은 잠수함 마니아가 많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 p.312

필자는 본서 <잠수함 리얼리티>의 저자, 잠수함 함장 출신 '최일' 예비역 해군 대령님을 경북 예천 신풍 미술관에서 개최한 유보트 아카이브 기획전에서 직접 뵈었다. 이때도 느꼈지만, <잠수함 리얼리티>를 읽으면서 새삼 다시 느끼는 바가 있다. 바로 최일 함장님의 소박하지만 큰 꿈이다.


"우리나라에도 숨은 잠수함 마니아들이 많이 있지만, 이들은 제한된 정보 속에서 잠수함 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기회를 즐기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이들이 세상으로 나와 유익한 잠수함 문화를 즐길 수 있길 바라며, 거기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 - p.312

"<유보트 아카이브 기획전>을 제가 기획하고 개최한 이유는 제가 생각하는 잠수함에 관한 철학 때문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잠수함’은 관련 일을 하는 소수의 사람들이나 일부 마니아들의 전유물같이 보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잠수함은 재미있는 것이고,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무궁무진한 이야기 소재가 넘쳐나며,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로 선보일 수 있지요. " - 필자가 직접 진행한 최일 함장님 인터뷰


잠수함은 하나의 문화이며 취미이다. 모두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올곧고 한결같은 신념이 최일 함장님의 몸과 마음을 불태우고 있다.

이번 책 <잠수함 리얼리티>가 나오게 된 계기도 신념을 드러내고 실천하신 것이다. 잠수함에 갓 입문한 마니아도 읽기 쉽게 구성된 본서. 잠수함과 관련한 상식, 기술, 쟁점, 자투리, 덕질. 책을 순서대로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잠수함'에 대해 이해하고 빠져들 수밖에 없는 훌륭한 구성이다.




"그는 보통 해군 장교들이 1~2년 정도 하고 떠나는 2급 함장직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사고 후 그는 생존한 전우들의 함장이 되어 트라우마에 빠진 그들의 버팀목이 돼주었다. 우리가 보아온 주위의 많은 공직자들 중에 직책을 내려놓고도 그 책임을 다하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기에 필자는 그가 훌륭한 함장이라 생각한다." - p.194

개중에는 잠수함 함장 시점에서 묵직한 견해를 보여주기도 해서 인상이 깊었다.

필자가 아는 '최일'이라는 사람은 나같이 아무런 밑천도 없는 일개 잠수함 마니아를 큰 뜻으로 품어주는 멋짐 '함장'이다. <잠수함 리얼리티>는 함장님의 훌륭한 신념이 잘 드러나는 멋진 책이다.

앞으로 <잠수함 리얼리티> 출간을 시작으로 최일 함장님과 우리 '잠수함연구소'가 함께 바라는 소박하지만 큰 꿈, '잠수함 대중화'를 향해. 필자도 최일 함장님과 함께 열심히 달려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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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세계정복 후에 1
마카마츠 타카히로 지음, 노다 히로시 원작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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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세계정복 후에>는 히어로 전대의 리더와 악의 간부의 연애 과정을 코믹하면서 진중하게 그려낸다.

특촬물 마니아로써 개인적으로 특촬물 콘셉트를 본격적으로 파고들지 않고 독특한 연애담을 위한 도구로만 사용한 점은 많이 아쉽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잘한 작품이다. 독특한 콘셉트에 '연애'와 '개그'를 제외한 '액션', '특촬물 오마주' 등 모든 콘셉트를 잘라내면서 러브코미디 독자를 비롯한 만화책 독자층이 대중적으로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한편으로는 상반된 이념을 가진 두 조직의 간부급 2명이 남몰래 데이트를 하면서 벌어지는 온갖 해프닝은 정말 웃겼고, 개그 와중에 빌드업을 적절히 진행하면서 연애를 진전하는 완급 조절이 좋았다.

<사랑은 세계정복 후에>는 재밌는 콘셉트를 적절하게 잘 밀고 나간 재밌는 개그 러브코미디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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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후의 너 1
모치다 마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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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후의 너>는 13년이라는 긴 세월을 걸쳐서 마침내 재회한 연인의 잔잔하면서도 애절한 연애담이다.

독특한 소재를 맛있게 버무리는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13년 후의 너>의 줄거리를 처음 읽었을 때는 언뜻 미성년자와 성인의 연애를 주제로 한 자극적인 작품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3년 후의 너> 1권을 다 읽고 나서 내 예상은 아주 기분 좋게 깨졌다.

환생하고 중학생이 되어 다시 만난 연인과 교류. 하지만 교류하는 과정은 결코 자극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잔잔하고 따뜻했다.

후시미는 우타코가 좌절할 때마다 옆에서 힘을 주었고, 후시미가 우타코를 향한 마음은 비단 우타코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한테 선한 영향력을 끼쳤고, 선한 영향력은 부메랑처럼 후시미에게 돌아와 새로운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동급생 '히치야 유시로'는 무서운 인상 탓에 아웃사이더였지만, 후시미와 우타코와 함께 화단을 가꾸고 점차 동급생들과 가까워지며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유시로는 후시미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었다.

우타코 친구의 남동생 '시라오카 에이치'는 소심한 성격 탓에 우타코에게 고백하지 못했지만, 후시미의 연애 상담을 바탕으로 용기를 얻어 우타코에게 고백. 후시미와 사랑을 다투는 선의의 라이벌이 되었다.

이처럼 후시미와 우타코의 시간을 뛰어넘은 교류와 그 과정에서 여러 등장인물과 엮이고 성장하는 과정을 굉장히 유기적으로 잘 구성했다.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의 매력과 개성이 뚜렷했고, 역할도 확고했다.

<13년 후의 너> 1권은 굉장히 완성도가 높았고, 조연과 우타코의 트라우마를 통한 빌드업을 철저히 하면서 다음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13년 후의 너>는 빌드업이 뛰어난 완성도 높은 멜로드라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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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의 느긋한 마계 기행 1
미야나가 아사야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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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콜라의 느긋한 마계 기행>은 마계에서 길을 잃은 꼬마 마녀 '니콜라'와 니콜라를 거둔 악마족 행상인 '사이먼'의 느긋한 마계 기행을 다룬 일상 판타지 만화다.

 <니콜라의 느긋한 마계 기행>은 매화마다 줄거리가 다른 옴니버스 전개이기 때문에, 이중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이에 대한 인사이트를 다뤄보도록 하겠다.



 마계 가도 4호 부근 주점 '쁘아종'에서 느긋한 한때를 보내는 니콜라와 사이먼.

 사이먼은 니콜라에게 주점에 모인 생김새가 제각각인 마계의 다양한 종족을 소개한다.


 "거짓말쟁이에 약속을 안 지키는 성격"인 '악마족'.

 "뭐든지 대충 넘어가고, 사소한 건 신경 쓰지 않"는 '모프족'.

 "성질이 급한 데다가, 호쾌하고 목청이" 큰 '가부르족'.

 "착하지만, 얌전하고 소심해서 겁이 많"은 '포페족'.


하지만 사이먼의 설명을 다 들은 니콜라는 일갈한다.


"사이먼 바보! 멋대로 단정하고 있잖아. '마녀들은 모두 심술쟁이야.'...라고 하는 것처럼. 모두가 그런 것도 아닌데-."



니콜라와 사이먼은 내기를 한다.


"이 가게에 지금 말한 예민한 모프, 온화한 가부르, 용감한 포페가 전부 다 있으면 니콜라의 승리. 없으면 나의 승리."


 사이먼은 의기양양하게 자기 승리를 예상하지만. 사이먼의 예상과 달리 고정관념과 다른 다양한 성격을 가진 마족을 발견한다.



 결국 니콜라가 내기에서 승리. 사이먼은 약속대로 니콜라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한다.


"한턱낸다는 약속, 지켰구나. 악마인데 말이지."


 스스로 "약속을 안 지키는 성격'이라고 말한 악마족 사이먼 본인이 말이다.


 사이먼은 차마 뭐라고 할 수 없었는지 조용히 식탁에 머리를 박는다.





 니콜라와 사이먼의 내기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나는 '고정관념의 쓸모없음'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에도 곧잘 있다. "저 사람은 이런 성격이야."라고 고정관념으로 단정 짓고 포기하는 사람들. 하지만 그 사람한테도 우리가 모르는 면, 새로운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니콜라의 느긋한 마계 기행> 1권, 제2화 '주점에서의 한때'에 등장하는 '용감한 포페'처럼 말이다.

 고정관념은 사람에게 숨은 가능성을 짓밟는다.

 하지만 고정관념을 버린다면 사람에게 숨은 가능성을 발견하고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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